[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과의 행정소송 1심 판결 결과에 대해 항소와 법적·제도적 미비점 개선을 함께 하며 대응할 뜻을 나타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2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41차 위원회 말미에 "페이스북과의 소송은 2,3심으로 가면서 어떻게 대응할지와 법적·제도적 보완점을 찾는 등 두 차원에서 대응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원이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제한은 아니라고 판결했는데 이용제한의 개념이 모호하다면 어떤 것을 포함하는지에 대해 법적으로 명확하게 하면 향후 규제 시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이용자 보호를 위한 방통위의 역할이 더 명확해졌다는 점에서 판결의 의미를 찾았다. 고 위원은 "방통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과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라며 "이용자 보호를 위해 어떻게 제도를 개선해야 할 지에 대한 과제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이용자 불편이 초래된 것은 인정됐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이번 판결이 콘텐츠 제작자(CP)들이 망 이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허욱 상임위원은 "일부 언론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망 이용료 가이드라인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연말까지 망 이용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성호 이용자정책국장은 "이번 판결이 CP들이 망 이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며 "해외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국내 사업자와 동등하게 법 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41차 위원회를 개최했다. 사진/박현준 기자
서울 행정법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대상으로 제기한 행정소송 1심 판결에서 방통위가 부과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라며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의 발단은 지난 2016년 정부가 발표한 상호접속고시다. 이는 통신사끼리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데이터를 보내는 곳이 비용을 내도록 한 규정이다. 기존에는 통신사끼리 주고받는 데이터에 대해 비용을 정산하지 않았다. 당시 페이스북은 한국에서 KT에만 캐시서버를 두고 운영했다. 캐시서버는 사용자들이 미리 대용량의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아 접속 속도를 빠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사용자들은 KT의 캐시서버를 경유해 홍콩의 본 서버를 통해 페이스북 콘텐츠를 이용했다.
하지만 상호접속고시가 발표되자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개별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페이스북은 홍콩의 본 서버에서 KT를 경유해 제공되던 두 통신사의 접속망 일부를 다시 홍콩으로 우회했다. 이로 인해 SK브로드밴드 및 LG유플러스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을 이용하며 접속에 장애를 겪는 불편을 겪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했고 이에 대해 지난해 3억96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