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페이스북이 망 이용료에 대해 민간에서 논의해야 하는 분야라며 정부는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대성 페이스북코리아 대외정책총괄 부사장은 2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망 이용료는 국내·외 콘텐츠 제작자(CP)들과 통신사들이 논의하고 계약하는 분야"라며 "정부는 기업들이 협상하는 것을 믿고 지켜보되, 단적으로 정책을 도입하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망 이용료는 페이스북·구글·넷플릭스, 네이버·카카오 등 CP들이 통신사에게 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돈이다.
박 부사장은 "망 이용료에 대해서는 통신사와 CP들이 민간 영역에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함께 가야 하는데 정부가 정책적으로 규제한다고 하는 순간 승자와 패자로 갈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간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CP들은 통신사에게 한 해 수백억 원의 망 이용료를 냈지만 글로벌 CP들은 거의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처럼 국내 CP들이 해외 CP에 비해 역차별 받는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외 CP들을 동등하게 규제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연말까지 망 이용료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박대성 페이스북코리아 대외정책총괄 부사장이 2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현준 기자
박 부사장은 최근 방통위와의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한 것에 대해 상호접속고시를 문제 삼았다.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는 지난 2015년 상호접속기준고시를 개정하고 2016년 시행했다. 상호접속고시 개정으로 무정산이었던 통신사 간 상호접속방식이 상호 정산 방식으로 변경됐다. 통신사끼리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데이터를 보내는 곳이 비용을 내도록 바뀌었다. 당시 페이스북은 한국에서는 KT에만 캐시서버를 두고 있었다. 캐시서버는 사용자들이 미리 대용량의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아 접속 속도를 빠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사용자들은 KT의 캐시서버를 경유해 홍콩의 본 서버를 통해 페이스북 콘텐츠를 이용했다. 변경된 고시를 적용하면 데이터를 보내는 KT가 데이터 전송비를 내야 하는 셈이다.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의 접속 경로를 KT에서 홍콩으로 변경하며 양사의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접속 속도가 기존보다 느려졌다.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이 KT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 협상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접속경로를 변경했다는 추측이 나왔다.
페이스북은 상호접속고시가 개정되지 않았다면 애초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박 부사장은 "모든 논의가 상호접속고시부터 시작됐다”며 “데이터를 보내는 통신사가 비용을 내야 하니 이런 상황이 발생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페이스북이 고의로 자사 사용자들에게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망 사용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접속경로를 변경했다는 의견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상호접속고시 개정 이후 정산 방식에 대해 통신사와 논의를 하던 중 나온 방안 중 하나가 접속경로 변경이었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