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시진핑과 트럼프의 감정 싸움으로 비쳐지며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이기도 하였으나 쉽게 끝날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 및 미국 기업에 대한 강제 기술이전 요구 등 부당한 관행'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지만 급속히 증가하는 중국의 휴대폰 등 IT 제품의 대미 수출로 미국의 IT 경쟁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졌다.
특히 의도적으로 미국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합병이나 불법적 기술유출을 통해 중국 반도체 기술혁신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미국 반도체 산업 및 국가 안보에 위협적이고 경제적 침략이라고 보고 있다. 기술 유출을 방치할 경우 중국의 첨단무기 개발과 밀접하게 관련돼 군사적 위협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동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2018년 중국과학원 연설에서 "핵심기술을 자신의 손에 넣어야만 국가경제와 국방 안전 국가의 안전을 근본적으로 보장할 수 있으며 핵심기술의 자주화를 실현하고 혁신과 발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하면서 현 국면을 중대 국면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미국의 G1 자리를 중국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을 촉발시켰다. 1979년 미국과 중국이 정식 외교관계를 맺었을 때 미국의 GDP(국내총생산)는 중국의 15배였으나 2019년에는 1.5배로 줄어들었다. 2030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앞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G1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도전국들을 좌절시켜왔다. 1970년대 중반 미국의 군사전략인 2차 상쇄전략과 스타워크 계획은 급성장하는 소련에 대한 견제에서 시작됐다. 군사적으로 미국은 서방과 냉전체제를 구축하고 외교적으로는 중국을 소련으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해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중국의 개혁개방을 지원했다. 냉전은 군비경쟁을 확대시켜 소련 경제의 파탄과 소련의 붕괴(1991년)로 끝이 났다.
1980년대에는 미국 시장에서 일본의 자동차, 반도체 기업들이 약진하자 미국은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미국은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기술을 훔치고 있으며 군사적으로 민감한 제품들을 소련에 팔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일본 반도체 기업들을 301조, 덤핑관세, 직권조사 등을 활용해 공격했다. 지금의 중국에 대한 무역분쟁이 연상되는 조치였다. 미국의 결정적인 한방은 1985년 플라자합의였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G5의 재무장관들이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합의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는 엔화절상으로 수출경쟁력이 악화되고 반면에 엔화 가치가 올라가자 일본 기업들은 미국의 부동산 구입에 나섰다. 저금리 정책과 맞물려 자금이 주식과 부동산으로 과잉 투자되어 결국 버블이 붕괴되며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맞이했다.
미국은 언제부터 중국에 대한 견제를 시작했을까? 2차 대전 후 미국이 전쟁의 위협을 느낀 것은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 때였다. 대륙간 핵탄도미사일(ICBM)이 미국에 떨어질 수 있다는 위협을 느꼈다. 미국은 바로 다음해 NASA(항공우주국), DARPA(고등방위연구계획국)을 설립하고 연구투자를 확대하였다. 그 결과 미국은 소련보다 먼저 달에 착륙(1969년)하고 인터넷, 반도체, GPS(위성항법장치)등을 개발하며 첨단산업을 이끄는 혁신을 이뤄냈다. 미국이 두번째로 '스푸트니크 순간'을 언급한 것은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무한경쟁 시대에서 미국이 승리해야 한다며 직접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언급했다. 이후 미국은 중국, 러시아 등 잠재적 도전국에 대한 군사적 우위 확보를 목표로 하는 3차 상쇄 전략(2014년)을 수립했다.
결국 현재 미중 무역 갈등은 2011년부터 준비해온 미국의 대중국 견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싸움을 중국의 위안화 절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어느 쪽의 국력이 먼저 꺾이냐의 싸움이 되고 있다. 글로벌 무역질서도 흔들리고 있다. 경제는 대중경도, 안보는 미국경도라는 한국의 모순을 미국이나 중국이 건드리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흔들지 못하게 하는 방책 마련이 시급할 때이다. 그러나 작금의 '조국' 논란은 국가적 위기를 가리고 있다. 외부의 위협이 닥치기도 전에 내분으로 싸움이 끝날 것 같은 우려가 앞선다.
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