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단말기자급제를 두고 국회와 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회에서는 시장에서 단말기자급제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단말기자급제를 활성화하거나 법으로 강제한다고 해도 단말기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날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단말기자급제는 휴대폰 단말기 구매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제조사와 이통사들이 각자 경쟁하도록 유도해 단말기 가격과 통신요금을 낮춰보자는 취지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대리점·판매점이 회원사로 있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등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만나 단말기자급제 활성화 방안과 전반적인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과기정통부는 그간 이통 3사 및 유통망과 지속적으로 만나며 단말기 및 유통구조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만남에서는 자급제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더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가 단말기자급제 활성화 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지난 2일 열린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국감에서 단말기완전자급제를 법제화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효과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했다"며 "1년이 지났지만 효과가 미미하다. 특히 5세대(5G) 통신이 상용화되면서 (불법보조금으로) 시장은 예전으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노웅래 과방위원장은 "단말기자급제가 시장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유통구조 개선대책을 보고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과방위 간사)은 단말기완전자급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단말기완전자급제는 법으로 단말기와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의 판매를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단말기자급제로 인해 단말기의 가격이 내려갈지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다. 국내 소비자들이 찾는 단말기 제조사는 사실상 삼성전자·애플·LG전자 3개사뿐인 상황에서 가격 경쟁이 얼마나 일어나겠냐는 지적이다. 특히 프리미엄 단말기의 가격은 수년전부터 100만원을 훌쩍 넘고 있다. 단말기가 폴더블(접을 수 있는) 스크린과 듀얼 스크린 등으로 진화하며 출고가는 더 올라갔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 5G의 출고가는 239만8000원으로 200만원을 넘어섰다. 한 이통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제조사들은 고급 기능을 갖춘 프리미엄 단말기를 내며 가격을 지속 올려왔는데 단말기자급제로 내릴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유통망을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으로 나누는 것도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일선 유통망은 단말기완전자급제를 시행할 경우 제조사들이 대형 판매자와 유사한 판매장려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들이 대형 판매자로 몰려 일선 유통망의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편의성도 후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유통망 관계자는 "지금은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단말기를 만져보고 요금제에 대한 설명도 들으며 한 번에 가입할 수 있지만 이를 분리하면 특히 어르신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