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구글은 자사 양자컴퓨터의 상징인 '54 큐비트(양자비트) 시카모어 프로세서'의 기술개발 과정에 대해 공개했다. 양자컴퓨터란 양자 역학 현상을 활용해 정보처리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는 컴퓨터를 말한다.
31일 구글 본사 AI퀀텀팀 하드웨어 부문을 맡고 있는 제이미 야오 엔지니어와 케빈 새칭거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는 화상 회의 시스템을 통해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에 모인 한국 언론들과 만나 양자컴퓨터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구글 본사 AI퀀텀팀의 케빈 새칭거 하드웨어 부문 리서치 사이언티스트(왼쪽)와 제이미 야오 엔지니어가 31일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에 모인 한국 언론들에게 양자컴퓨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구글코리아
구글은 지난 23일 54 큐비트 시카모어 프로세서가 기존의 슈퍼컴퓨터로 1만년에 걸쳐 수행해야 하는 연산을 200초만에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발표했다. 구글 AI퀀텀팀은 큐비트를 통한 연산 속도가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기존 컴퓨터의 기본인 비트는 0 또는 1 둘 중 하나의 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큐비트는 0과 1 사이의 상태나 0과 1이 중첩된 상태로도 존재할 수 있다.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상태가 기존 비트보다 훨씬 많다. AI퀀텀팀은 이러한 큐비트와 큐비트를 컨트롤하는 부분을 하나의 패키지 형태로 묶어 시카모어 칩으로 명명했다.
칩은 우주보다도 낮은 극저온 상태인 일종의 냉장고에 장착된다. 큐비트가 극저온에서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퀀텀팀은 연산의 건수를 늘려 크고 복잡한 시스템을 설계해 시카모어가 장착된 양자컴퓨터와 기존 슈퍼컴퓨터에 적용했다. 그 결과 양자컴퓨터는 연산을 약 200초만에 처리한 반면 슈퍼컴퓨터는 수천년이 걸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구글은 이 과정에서 컴퓨터공학적으로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와는 완전히 다르게 작동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았다. 물리학적으로 시스템이 매우 복잡해져도 양자역학은 여전히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양자 우위를 입증하는 데 있어 어려움도 겪었다. 케빈 새칭거는 "큐비트는 외부에서 방해하는 물질이 조금이라도 있어도 정보가 소실될 확률이 높다"며 "때문에 시스템 설계와 제작 과정에서 다양한 에러가 날 수 있었는데 이를 극복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구글 양자컴퓨터에 적용되는 시카모어 프로세서. 사진/구글코리아
구글 양자컴퓨터에 적용되는 시카모어 프로세서의 저온 유지장치. 사진/구글코리아
AI퀀텀팀은 향후 큐비트의 수를 늘리며 더 고도화된 알고리즘도 처리할 수 있도록 양자컴퓨터의 품질을 높일 계획이다. AI퀀텀팀은 양자컴퓨터가 향후 활용될 수 있는 연구분야로 분자 시뮬레이션과 머신러닝(기계학습)을 꼽았다. 또 자동차·비행기의 경량 배터리, 효율적인 비료 생산을 위한 새로운 촉매제, 새로운 의약품 등 새로운 물질을 고안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양자컴퓨터가 암호화폐의 보안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제이미 야오 는 "많은 커뮤니티를 통해 기존 공개키 암호 방식인 RSA의 유효기간이 향후 약 10년일 것이라는 점은 이미 알고 있던 사항"이라며 "현재의 암호체계가 무너지는 것은 대략 10년으로 말할 수 있으며 그 기간 동안 양자컴퓨터를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