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특정 이동통신 판매점을 통한 불법보조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판매점들 사이에 고객의 신분증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이동통신사들은 특정 판매점으로 휴대폰 개통을 몰아주면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더 지급하는 상권특별정책을 최근 유통망에 하달했다. 예를 들면 한 대리점으로부터 판매를 위탁받은 A, B, C 판매점 중 B와 C에서 유치한 고객의 개통접수를 A를 통해 하면 판매장려금을 더 지급하는 방식이다. B와 C의 개통건을 A로 몰아줘 전반적인 판매장려금 규모가 커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특정 판매점을 통해 추가로 지급된 리베이트 중 일부는 고객에게 보조금으로 지급된다. 이는 특정 채널에게만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이용자 차별에 해당된다.
판매장려금이 더 지급되는 매장의 이름과 위치는 문서가 아닌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나 구두로 전달되기도 한다. 하루에도 판매장려금 정책이 수차례 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특정 판매점으로 개통 접수를 몰아주기 위해 신분증과 청약서류를 퀵 서비스로 보내거나 직접 갖고 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나온다.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보관하거나 보내는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등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기기변경·번호이동·신규가입 등을 위해서는 신분증을 신분증스캐너에 넣어 검증하는 작업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위조된 신분증으로 일명 대포폰을 개설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유통망 관계자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유통망과 불법적인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상생협약을 맺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불법적 방식이 아닌 요금제와 서비스로 경쟁을 펼쳐야 더 많은 소비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 3사는 지난 4월 5세대(5G) 통신 상용화 이후 가입자 확보를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불법보조금 경쟁을 펼쳤다. 이후 불법 경쟁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최근 이러한 특정 판매점 몰아주기로 불법보조금 경쟁 방식에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지난 9월16일부터 이통 3사와 대리점 및 판매점을 대상으로 단통법 위반 여부에 대해 사실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는 오는 12월15일까지로 예정돼있다. 지난 4월1일부터 8월31일 중에 일어난 휴대폰 가입 관련 영업행위 일체가 조사 대상이다.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부당한 차별적 지원금 또는 지급유도 여부 △단말기 지원금 과다 지급 여부 △특정요금제·부가서비스 의무가입 등 개별약정 유도 여부 등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