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도시계획 기조가 재개발·재건축에서 도시재생으로 바뀌어 가는 가운데 도시재생 코디네이터들의 권한과 처우가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서울시와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도시재생사업은 주민·전문가·행정·기업 등 다양한 사업 주체가 참여해 물리·사회·경제적 재활성화를 추진한다.
코디네이터는 현장에서 주민역량 강화와 실질적인 사업의 추진을 담당하는 현장 전문가이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 전역에 총 160개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이 추진 중으로 특히,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은 모두 37곳이 지정돼 현장 코디네이터의 수요와 역할이 커지고 있다.
코디네이터들이 근무하는 현장센터는 주민 참여 구조 마련, 활성화 사업 홍보, 지역주민 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주민참여 사업 및 연계사업 발굴, 행정 조직과 주민 간의 협력체계 구축, 사회적 경제조직 발굴 및 육성 등을 담당한다. 도시재생 형태에 따라 다르며 경제기반·중심시가지형의 경우 코디네이터가 주 3일 15시간 이내 근무하며 4대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현행 법과 조례조차 도시재생 코디네이터에 대한 일관된 명칭이 없이 코디네이터, 현장전문가, 현장활동가 등으로 혼용하고 있다. 도시재생특별법은 현장전문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며, 서울시 도시재생지원조례에서는 별도의 명칭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 국가도시재생기본방침과 도시재생뉴딜 가이드라인에서는 코디네이터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나, 현장활동가를 병행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행정 주도의 사업 추진으로 현장센터의 권한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 자치구, 광역센터 등이 있는 상황에서 행정지원·관리·감독, 현장 활동의 총괄지원을 제외한 현장 사업 지원만이 현장센터의 권한이다. 현장센터는 계획수립 및 시행, 예산집행, 인사 등에 대한 권한이 미흡한 실정이다. 주민 요구나 민원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코디네이터의 위상과 신뢰 저하로 이어져 현장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5년부터 도시재생 활동가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교육 이수의 의무화 규정이 없었고 빠르게 변화하는 현장의 일정 등으로 교육참여율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2단계 활성화지역 코디네이터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광역센터 교육에 참여한 경험이 32%로 조사대상 31명 중 10에 불과하다. 교육을 받지 않은 초급 코디네이터들은 도시재생사업 및 코디네이터 역할과 직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돼 초기 업무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코디네이터들은 업무에 대한 보람과 만족도는 높지만, 향후 직업적 비전에 대해서는 낮게 평가하고 있다. 고용 및 향후 진로에 대한 불안정성, 낮은 보수와 높은 업무 강도, 코디네이터의 낮은 위상, 도시재생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 등이 존재한다. 공공재원이 투입되는 사업 기간 내에서 고용되는 한시적 계약직으로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고 있었다.
일부 현장코디네이터들은 행정상 이유로 임용 계약이 지연돼 고용이 중단된 사례가 발생하는 등 고용상황이 불안정하다. 향후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정책변화로 인해 도시재생사업 자체가 중단되거나 없어질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업무수행 과정에서 주민조직 등 다양한 주체들과 회의, 공모사업 및 연계사업 발굴, 사업 홍보를 위한 각종 행사개최와 같은 현장 활동 외에도 자치구 업무보고, 보고서 작성, 일반 행정업무 등으로 인해 초과 근무가 잦은 상황이다.
서울연구원 연구진은 현장코디네이터의 역할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성장 가능성과 직업적 안정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기적으로 고용안정성과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직업적 비전을 강화하기 위한 로드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추진주체별 역할과 권한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현장의 교육 수요에 맞춰 교육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정례화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서울 중구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인 중림로 일대.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