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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볼썽 사나운 '문자 논란'
입력 : 2020-01-14 오전 11:18:18
'추미애 발' 인사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에게 항명한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니 청와대가 나서서 검찰을 압박하는 것이다’라는 설전에 현직 부장검사와 현직 부장판사까지 한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각자 자신의 입장과 처지에 따라 아전인수격 해석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정치권 공방이 상당히 뜨겁다. 
 
자유 한국당에서는 연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고 나섰고, 10일 자유한국당 의원 108명 전원이 서명한 추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또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전 법무부 검찰국장)과 추 장관을 직권남용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의 공범으로 검찰에 고발한다고도 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당 소속 주광덕 의원은, '이 전 국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인사가 나자 곧바로 좌천성 인사 대상이 된 검찰 간부들에게 조롱과 독설이 섞인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어 청와대와 추 장관의 인사를 공격했다.  
 
그런데 이 '문자 메세지 논란'은 볼썽사나운 진실 공방을 야기하고,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 큰 파괴력을 가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주 의원은 심심찮게 검찰 고위 관계자로부터 얻었을 법한 정보를 전제로 한 발언을 많이 해왔고 사람들은 그와 같은 정보를 흘렸을 검찰 관계자가 누구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터였는데, 그 당사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문자 논란이 터지자, 법무부에서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과 함께 문자 메시지 전문을 공개했고 당사자인 이 지검장은 ‘검찰 인사 이후에 대검 간부 누구에게도 문자를 보낸 바 없다. 다만 강남일 대검 차장에게만 업무 협의 차원에서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주 의원이 보았다는 해당 문자의 출처는 강 전 차장(현 대전고검장)일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그의 입장에서는 좀 곤란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민병두 의원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이 검찰의 큰 형님인가, 조국 장관 후보 청문회 때부터 제기돼 왔던 검찰과 자유한국당의 커넥션이 드러난 것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실제 공개된 문자 메시지 전문에 따르면, 주 의원이 주장했던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다수의 평이다(이에 대해 주의원은 ‘문자를 보낸 것 자체가 조롱이다’는 취지로 발언을 수정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고위직 검찰 간부들의 문자가 선을 넘은 정치공격의 소재로 전락하는 민낯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아니할 수 없다.  
 
검찰 인사는 앞으로도 두 차례 정도 더 있을 예정이다. 설 연휴를 전후에 차장, 부장 검사 등 중간간부 인사가 발표될 예정이고, 2월에는 평검사 인사가 있을 것이다. 검사장급 고위직 인사와 다르게, 중간 간부 및 평검사 인사는 훨씬 더 직접 수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렇다면 앞으로가 더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정작 검찰 내부에서 ‘인사에 대한 항의 성격의 사퇴’는 별로 없는 분위기였고, 윤석렬 검찰총장은 오히려 인사 후 소위 유재수 '감찰 무마사건 수사'를 명분으로 청와대 압수수색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데다가 일선 검사들도 특별히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만약 후속인사에서 대규모 인사이동과 함께 확실한 ‘쳐내기’가 이루어진다면 그건 또 다른 의미에서 검찰을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6개월 만에 고위급 간부 인사를 단행한 것과 어찌되었던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비판도 함께 나오고 있는 이 상황에서, 추장관이 계속 강하게 소신을 밀어 부친다면 검찰 내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추 장관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통과를 명분으로 직접수사 축소 등을 위한 직제 개편을 추진하여 윤 총장의 힘을 뺀 뒤, 일선 검사들을 달래는 방식이 베스트가 아닐까 전망해본다.  
 
혹시라도 이 전망이 맞으면, 필자는 변호사를 하기 보다는 돗자리 깔고 미래를 점치는 직업으로 나가보는 것도 괜찮을 성 싶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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