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현 시점을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라며 상황의 긴박함과 위중함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감염 치료에 최전선에 있는 병원의 감염 차단 프로세스 가동 등 선제적 조치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19일 <뉴스토마토>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주말부터 심각한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정부나 서울시가 정한 그룹 안에서 감염원이 발생했는데, 이제는 감염원이 누군지도 모르고 어디서 감염됐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저는 지금이 과연 지역사회 엄청나게 확산될 수 있느냐, 이 상태에서 우리가 잘 정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분수령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시장은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박 시장은 “서울을 방역에 있어서 프로페셔널이다”라며 “서울시는 (방역에 있어) 세계적인 도시로 보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와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서울시는 이미 이후까지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국으로부터 온 관광객이나 외국인들을 주로 상대로 했다면, 병원까지 감염이 안 되도록 코로나 의심이 있는 사람들이 선별진료소로 이동하도록 하고, 병원 찾는 경우 사전에 확진 가능성 있는 사람들이 병원에 와서 감염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메르스 당시와 지금 코로나와는 확연할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박 시장은 “5년 전 메르스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감히 생각한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경우에도 중앙정부와 함께 굉장히 협력적으로 나가고 동시에 계속 강조했던 ‘투명성이 감염병에 특효약이다’,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게 관철됐다. 당시에는 박근혜 정부 시절로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후 반성하면서 선별진료소, 확진시스템, 역학조사 등을 혁신해 그나마 중국이나 일본보다 우수한 방역시스템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대폭 줄어들면서 관광 관련 산업들은 거의 부도위기에. 행사가 취소된다거나 이동이 줄어들어서 중소기업 자영업 70% 이상이 매출액 급감을 가져오는 상황에서 비상 대책이 필요하다. 박 시장은 “한편으로 감염병을 예방하고 방역하는 게 중요하지만, 위기에 처한 경제를 활성화하고 심지어는 극복 이후까지 준비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울시는 상반기 예산 조기집행, 코로나19 클린존 선포, 상생박람회, 서울메이트 프로젝트 등의 민생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다. 박 시장은 “이 위기를 기회로 우리가 전환시키는 것도 준비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우수 중소기업 상품들을 선정해 상품들을 동남아나 남미 등 세계로 진출하는 ‘서울 메이드’ 프로젝트다”라며 “아무리 케이팝이나 케이무비 등이 떠도 홀로 매장과 유통시스템을 만들기엔 힘이 드는 만큼 해당 국가 쇼핑몰이나 유통기업과 손잡고 우리 포트폴리오를 짜주면 위험부담도 줄고 수수료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종식되는대로 중국 방문할 것"
박 시장은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지난 메르스 당시 중국이 한국을 도와준 것처럼 한국도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감염병은 언젠간 종식되고, 지금의 모든 일들이 기억과 역사로 축적된다. 메르스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중국이 보여준 지지와 성원을 잊지 않았듯, 중국 역시 그럴 것이다. 우리에게 어떤 기회로 돌아올지 모른다”고 환기시켰다.
박 시장은 “제가 며칠 전 중국 웨이보에 응원 영상을 올렸더니 조회수가 4억뷰를 넘겼다더라”며 “중국 사람들이 얼마나 코로나19 때문에 고통받고 있고, 얼마나 친구를 원하고 있는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사례로, 중국이 굉장한 위기에 쳐해 있는데 우리가 진정성 있게 중국을 돕는다면 평소에 할 수 없는 지극한 관계를 만들 수 있고 과거 사드 등으로 생긴 오해를 되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관광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돼 관광산업 전반에 피해를 입고 있다. 중국 아웃바운드 단체여행 95%가 취소되고, 인바운드 단체여행 74% 취소됐다. 한-중 노선 운항 약 70% 감소한 것은 물론 마이스 행사 대부분이 취소된 상태다. 면세점은 평소 대비 방문객의 90% 감소했다.
무엇보다 중국관광객은 서울관광의 ‘1등 손님이다. 작년 전체 외국관광객 중 34%인 478만명으로 2018년보다 25% 늘었다. 유커 100만명이 줄면 한국의 관광수입이 2조4000억원 정도 줄어든다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도 나왔다.
박 시장은 “여유국장(장관급)이 결단만 하면 서울에 천만 관광객도 보낼 수 있다. 서울시는 지원물품을 보내고 제가 영상도 띄우며 정성과 마음을 다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는대로 중국을 방문, 중국관광객 유치에 나설 계획도 있다. 위기의 겨울이 끝나고 찾아오는 봄엔 서울관광의 호재가 시작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코로나19 못지않게 부동산시장에 연일 몰아치는 광풍을 잠재우는 일도 박 시장 앞에 닥친 주요한 과업이다. 박 시장은 “오스카 상을 휩쓴 기생충도 영화 기법의 우수성도 있었지만, 주제인 불평등이 세계적인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위기는 불평등에 있다. 이는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에서 비롯되며, 온 국민이 고통받는 주거문제는 해결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채택하고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대담함에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 정책은 고심 끝에 나왔지만, 단편적이고 일회적이고 대증적인 대책보다 체계적, 종합적, 지속 가능한 것이 부동산 보유세 강화하는 걸로 해결해야 된다는 얘기다. 보다 근본적인 해법으로 부동산 불로소득 국민공유제를 내놓았다. 개발분담금, 재건축·재개발 공공기여금, 보유세 등을 활용해 부동산을 해결하는데 쓰자는 얘기다. 서울시가 이미 갖고 있는 자산으로 실험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지역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증가율이 7년간 11%인데 반해 주택가격 증가율은 7년간 44%로 훨씬 가파르고, 전세 가격은 지방 대비 3배 이상 높은 실정이다. 2017년 기준 서울시의 자가보유율은 48%로 전국 전세 임차인의 실 거주기간은 평균 3.4년에 그친다. 2년마다 갱신되는 전세계약으로 인해 세입자들은 계약일 6개월 전부터 집주인에게 전화가 올까봐 불안해하는 게 현실이다.
박 시장은 선진국 주요 도시를 모델 삼아 부동산 임대차 권한을 이양받아 세입자들의 충격을 줄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 시장은 “OECD 평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예산 비율이 5:5인데 우리는 8:2다. 부동산 소유하고 있는 사람보다도 전세와 월세 사는 사람이 훨씬 많아서 월세와 전세로 살고 있는 분들한테는 임대료 천정부지로 오르는 거 막아야 된다. 얼마 전에 독일 베를린이 향후 5년간 임대료 상승을 동결시켰다. 우선적으로 우린 그런 권한 없으니 지역 특색 살리는 맞춤형 정책으로 임대료 상한선을 정하는 권한 주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임대주택 많아지면 시장 조절기능 생겨, 빚 내가며 집 살 필요 없어져"
박 시장은 임기 이후 지속적으로 임대주택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박 시장은 “임대주택의 지속적 공급은 공공의 책무다. 역대 가장 많은 40만호를 공급해 OECD 평균(8%)보다 높은 10%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직 먼 얘기지만, 싱가포르는 공공주택 공급률이 90%, 오스트리아는 40%에 이르고 있다. 우리에게 그런 날이 열리면 시민들의 인식도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다. 지금처럼 빚 내가면서 집 살 필요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비율이 높아지면 시장 통제기능, 조절기능도 생기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이 정체되고, 사회적 갈등이 커지면서 미래 먹거리에 대한 갈망이 자라나는 시국이다. 지난달 4차산업혁명의 현재와 미래를 보고자 미국 CES도 다녀온 박 시장은 ‘서울형 혁신 창업 생태계’를 꺼내들었다. 박 시장은 “대기업이 정보와 기회, 성장의 과실을 독점하는 과거의 구조에서 탈피해, 참신한 아이디어와 혁신기술로 무장된 스타트업들이 약동하고 보통의 시민이 가진 위대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는 창조적 구조로 경제 생태계를 재조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 창업 못지 않게 대한민국 수도이자 대표 도시인만큼 서울과 지역 상생으로 이어지는 ‘포용성’ 역시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박 시장은 “서울청년의 일자리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상북도와 첫 시도한 ‘청정경북 프로젝트’다. 지역에는 활력을, 서울청년에게는 일 경험을 제공한 의미있는 시도다. 앞으로 규모를 늘려 전국 사업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청년수, 참여기업, 활동기간 모두 규모를 늘려 전국사업으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공공 지원 계속되는데 왜 시민은 고통받는가. 사각지대 메우려면 디테일 갖춰야"
아동·청년·신혼부부 등은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많다. 박 시장은 무엇보다 ‘디테일’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공공의 정책과 지원은 계속되는데, 왜 시민은 계속 고통 받는가. 사각지대를 디테일하게 메우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현장에선 ‘찾아가는 동주민센터’가 사각지대를 발굴해 자원을 연계하고 서울시는 예산을 12조원까지 확대하고 있다. 서울형 긴급복지 확대, 중증뇌병변 장애인 마스터플랜 전국 최초 수립, 우리동네 키움센터 확충, 청년수당 도입, 신혼부부 주택 지원들이 바로 그 노력들이다”고 말했다.
곧 다가오는 총선에 당연히 박 시장은 출마하지 않지만, 10명 넘게 출마한 서울시 출신 후보들의 당선 여부는 향후 박 시장의 행보를 가를 가늠자가 될 것이다. 직접적인 당선 여부 대신 박 시장은 “서울은 프로페셔널하게 운영해 글로벌 최고의 도시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저 혼자의 힘이 아니고, 서울시 직원들이 함께 이룬 성과인데 그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 했던 분들이 그런 경험을 가지고 프로 수준의 행정력을 이미 익힌 분들”이라고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이어 “이 분들이 국회로 간다면 그만큼 국회도 일하는 국회로 생산적인 국회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대한민국이 필요한 것은 프로다. 일을 잘해서 민생을 살리고 경제 살리는 게 중요하며, 서울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그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그 과정에서 일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정부의 수준과 실력과 품격을 갖춘 분들이라고 생각한다”며 마무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진행=고재인 정치사회부장 정리=박용준·홍연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