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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보톡스)②20년 후면 선주가 없어진다고?…조선해운 미래는(영상)
삼성중공업 거쳐 노르웨이 해양과학기술연구원(SINTEF Ocean) 재직 중인 염구섭 박사
입력 : 2020-04-14 오후 2:51:04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합정보톡스는 뉴스토마토 사옥이 있는 합정에서의 ‘보이스톡뉴스(보톡스)’를 구성한 영상기사입니다. 뉴스토마토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자율운항선박이 들어설 땐 ‘우버’ 같은 신기술 회사들이 중심에 서게 되고, 그 뒤에 금융이 중요하고요. 실제 오퍼레이터(operator)는, 지금은 선주 역할이 제일 중요하긴 한데 그런 부분이 약화되고, 조선소도 위상이 좀 떨어지게 될 거예요. 결국 자동화 업체들이 주도권을 가져오게 될 거라고 보고 ‘콩스버그 마리타임’이나 ‘바르질라’ 같은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거든요. 이미 굉장히 앞서 있어서 솔직히 겁나요,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산업계는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대응 등 신기술 도입으로 인한 변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조선·해운업도 예외가 아닌데요. <뉴스토마토>는 삼성중공업을 거쳐 노르웨이 해양과학기술연구원(SINTEF Ocean)에 재직 중인 염구섭 박사와 전화·서면 인터뷰를 통해 조선해운업의 미래를 그려봤습니다. 
 
“지금 선주의 역할은 두 가지가 있어요. 실제 비즈니스 모델, 즉 화물을 A지역에서 B지역으로 옮길 때 다양한 형태의 ‘계약’을 찾아내 성사시키고, 그에 맞춰 선박을 ‘운항’하는 것이죠. 실제 조선해운 시장에 처음으로 가치를 가져오는 쪽이 선주라 지금은 그쪽이 가장 중요하죠. 근데 계약이 블록체인 등 다양한 기술에 의해 자동화 될 수 있고, 운항도 자율운항기술이 도입되면 선주의 역할이 플랫폼으로 대체될 수 있는 거죠. 만일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고 핵심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주도권을 가져가게 될 수 있어요.”
 
세계 조선시장에서 수주 규모 면에선 한국 조선소들이 정상에 있지만, 노르웨이 등 유럽은 전통적인 조선해운 강국입니다. 두 지역 조선을 모두 경험한 염 박사의 이야기와 시각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습니다. 생생한 보이스톡 영상도 확인해주세요.  
 
-기술 개발로 인해서 업계가 어떻게 변화할 거라고 보시는지.
 
-국내 조선해운업계의 대응은?
 
※인터뷰의 저작권은 뉴스토마토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 해양과학기술연구원(SINTEF Ocean)은 어떤 곳이고 무슨 일을 하시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근무하는 ‘노르웨이 해양과학기술 연구원(트론헤임 소재)’은 한국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와 비슷한 기관이에요. 해양 구조물, 선박 선형 개발과 그에 따른 모델 테스트를 주로 하고요. 그 외 해양자원, 수산자원, 기자재나 양식 관련 연구, 해양 오염 대응 관련 연구 분야도 같이 있어요. 제가 속한 부서(Maritime Energy System)는 ‘선박 에너지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해 없이 사용될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를 하고, 저는 그 안에서 주로 ‘하이브리드 파워 시스템’을 연구했고 최근엔 대체연료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부터 삼성중공업 기본설계 선장파트에서 7년간 근무했어요. 조선업이 일반상선, 특수선, 해양구조물 등 전 분야는 물론 생산·설계에서도 폭발적 성장을 이룰 때였습니다. 특히 LNG운반선에 ‘이중연료엔진’이 추진동력으로 도입되고, ‘재액화 장치’로 운항 효율이 현저히 높아지던 시기였죠. 주 업무는 LNG선과 원유운반선의 화물 시스템 관련 기술 개발 및 검토, 사양서 작성, 견적, 선주 기술 미팅 등이었는데, 그 시기에 신기술 도입 첨병에 선 기본설계팀에서 근무한 건 시야를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노르웨이로 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당시 추진 동력, 화물 시스템, 시스템 통합 및 자동화 시스템의 경우 핵심기술은 대부분 해외에서 구매해 사용했기 때문에 기술 개발에 관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신개념 선박의 초기 개념 설계도 해외 전문 업체에서 가져다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원천기술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거죠. 노르웨이 선사나 기자재 업체를 상대하면서 혁신성과 신기술 도입에 대한 과감성에 감탄한 적이 많았습니다. 다들 만류했지만 ‘계속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결국 유학에 나섰죠.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NTNU)에서 ‘조선해양공학(Maritime Technology)’으로 석사부터 박사까지 공부했고, ‘조선해양엔지니어링(Marin Engineering)’을 택해 선박과 메인엔진, 화물 등 시스템 연구를 했습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 조선업은 어떤 모습인가요?
 
독특하고 효율적인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대규모 생산에 특화돼 있으면서도 다양한 기술 수용에 능동적이죠. ‘표준화’와 ‘유연성’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요. 그러나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신기술을 주도할 ‘혁신성’과 복잡성을 관리할 ‘프로젝트 관리 능력’은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눈부신 성장을 보이다 2014년부터 대규모 손실을 낸 중요한 이유가 복잡성이 높은 해양 프로젝트에서 관리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거든요. 2010년 이후 쭉 호황인 호화크루즈 수주 시장에 들어가기 어려웠던 데에도 그런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4차 산업의 본격 도입 △무인선박 기술의 도래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급진적인 법규와 기술 도입으로 향후 30년간 ‘대격변’의 시기가 올 수 있다고 봐요. 
 
대격변에 대해 부연하면.
 
지금은 콩스버그(Kongsberg Maritime)사로 합병된 롤스로이스 마린(Rolls Royce Marine)의 무인선박분야 부사장은 선주들도 듣는 한 세미나에서 ‘20년 후 선주라는 개념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해서 선주들의 공분을 산 적도 있는데요. 지금 선주의 역할은 두 가지가 있어요. 실제 비즈니스 모델, 즉 화물을 A지역에서 B지역으로 옮길 때 다양한 형태의 ‘계약’을 찾아내 성사시키고, 그에 맞춰 선박을 ‘운항’하는 것이죠. 실제 조선해운 시장에 처음으로 가치를 가져오는 쪽이 선주라 지금은 그쪽이 가장 중요하죠. 근데 계약이 블록체인 등 다양한 기술에 의해 자동화 될 수 있고, 운항도 자율운항기술이 도입되면 선주의 역할이 플랫폼으로 대체될 수 있는 거죠. 만일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고 핵심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주도권을 가져가게 될 수 있어요.
 
현재 조선업 주요 플레이어를 보면 선주가 ‘갑’의 입장에 있고 조선소가 중간, 그 밑에 기자재 업체들이 넓게 분포해 있잖아요. 또 조선해양 특성 중 하나가 자동차 같이 세계 10대 기업이 전체 시장을 장악하는 구조가 아니에요. 물론 한국 조선이 30~40% 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유럽 조선소들이 아직 건재하고, 굉장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자율운항선박이 들어설 땐 ‘우버’ 같은 신기술 회사들이 중심에 서게 되고, 그 뒤에 금융이 중요하고요. 실제 오퍼레이터(operator)는, 지금은 선주 역할이 제일 중요하긴 한데 그런 부분이 약화되고, 조선소도 위상이 좀 떨어지게 될 거예요. 결국 자동화 업체들이 주도권을 가져오게 될 거라고 보고 콩스버그나 바르질라 같은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거든요. 이미 굉장히 앞서 있어서 솔직히 겁나요,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한국 조선해운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너무 큰 변화이고 조선소 비즈니스모델 전체가 바뀔 수 있어 선제적으로 나서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기반기술 연구는 하고 있고 자율운행선박 국책과제도 1800억원 정도 규모로 이미 시작 된 걸로 알고 있고요. 근데 한국기업 입장에서 보면 좀 어렵게 느껴지는 건 이미 강자들이 있는 거죠. ‘이걸 따라잡을지 아니면 아예 다른 선택을 할지’ 보면, 한국 조선은 기본적으로 생산 위주니까 그런 쪽에서 기술력을 높이는 선택지도 있죠. 예를 들어 반도체도 퀄컴이나 ARM처럼 특화된 칩 기술을 주도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삼성전자처럼 그런 기술을 가져다 실제 제품을 개발하고 대량생산해내는 회사가 있잖아요. 규모로나 이익 측면에서는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반도체 회사인 걸 볼 때, 기술적으로 최첨단에 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상품화시키고 대량생산하는 것도 필요하고, 또 한국이 잘 하는 분야니까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죠. 
 
자율운항 기술의 경우 국내 조선소의 가장 큰 일거리인 대형 상선은 이미 상주 인력이 최소화 돼 있어 현재 사업 모델에서 선박 자체만 무인화 됐을 땐 ‘소탐대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희 연구소는 자율운행선박기술이 해운업에 전반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선 사업 모델의 변화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현재 화물의 해상운반에서 선박운송 자체가 차지하는 비용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여러 단계의 인터페이스에서 발생하는 보관, 지연, 정보교류 등에 대한 비용이 더 큰 경우가 많거든요. 따라서 4차 산업 기술이 이런 해상운반 가치 사슬에 전반적으로 적용되고, 전체 사업 모델 효율성을 제고하면서 자율운항선박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적용될 거라고 봅니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미래형 선박 모델은 어떤 형태가 될까요?
 
가장 유력한 대안인 친환경 연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수소, 암모니아, 메탄올, 천연가스, 바이오연료, ‘Power-to-Fuel’ 등 다양한 연료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Power-to-Fuel은 전기나 전력원으로 탄소를 포집해 수소와 탄소로 오일 등 화석연료 형태의 연료를 만들어내는 건데요. 인공적으로 만든 화석연료라고 볼 수 있죠. 연료는 생산과 사용 못지않게 수송과 보관이 중요한데, 이미 잘 갖춰진 화석연료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많은 연료입니다. 국내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럽에선 앞으로 가능한 연료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어요. 
 
각 연료의 장단점을 살펴보면 상당기간 한 가지 연료가 시장을 장악하기 보다는, 각각의 공급 가능량와 기술 도입 용이성, 실제 효과성을 따져 세분화된 시장별로 유리한 연료가 주도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내연기관기술도 여전히 중요할 것이고, 연료전지와 배터리 적용은 확대될 것이고요. 따라서 시장 상황에 따라 유리한 기술 조합을 평가하는 설계 기술과 다양한 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자동화된 통합관리시스템이 더욱 중요해지리라고 봅니다.
 
한국을 포함해 각국 정부가 ‘수소경제’를 선언하고 환경규제가 강화하면서 수소선박에 관심이 쏠립니다. 유럽이 앞서 연구를 시작했는데 현실화 가능성이 있을까요 ?
 
현재는 수소가 경제성이 떨어지고, 대부분 화석연료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지도 않습니다. 앞으로 수소를 재생에너지원으로 사용할 방안으로 △블루와 △그린 하이드로젠이 있는데요. 블루하이드로젠은 수소를 화석연료에서 채취하되 탄소 포집 기술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방출시키지 않는 것이고, 그린하이드로젠은 풍력과 태양력 등 재생에너지원에서 발생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서 만들어낸 수소를 말합니다. 이렇게 전환하면 친환경성은 보장이 되는 거죠. 다만 연료를 얘기할 땐 ‘전 세계에서 쓰이는 엄청난 양을 뒷받침할 수 있느냐’도 중요해요. 아직은 친환경 수소가 규모와 경제성 면에서 상업화되기엔 이른 거죠. 
 
그런데 지금 친환경 추세는 시장보다는 당위성에 의해 움직입니다. 경제성이 어떻든 무조건 해야 된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실현되리라고 봅니다. 노르웨이도 10여개의 수소선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향후 경제적인 친환경 수소 생산이 현실화했을 때를 대비해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기 위해서 하고 있어요. 선도적인 연구개발에 국가, 기업, 연구기관, 대학이 모두 비전을 갖고 참여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SINTEF 전체 연구원 2000여명 중 한국 국적자는 염 박사가 유일하고, 한인교포를 포함해도 3명 정도라고 합니다. 한국 조선소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만큼 연구소 내에서도 기대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는 “한국 쪽과 공동연구를 해서 양측이 기술력에서 시너지를 얻을 기회를 넓혀보겠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염 박사의 ‘가슴 두근거리는 삶’을 응원합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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