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코로나19로 노동시장이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낸 가운데 서울시가 건설노동자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전액 지원한다. 박원순 시장이 28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설명회를 갖고 ‘건설일자리 혁신’을 선언했다. 전국 최초 시도로, 공공공사에 연내 전면 적용한다.
건설기능인 평균 재해율은 1.76으로 전체 산업 평균 0.34보다 높다. 건설기능인력 75%는 소득 2분위 이하로 임금수준이 낮다. 휴일 보장은 꿈도 꾸기 힘들고, 팀·반장 인맥과 인력사무소 등을 통한 낙후되고 폐쇄적인 채용관행으로 인해 고용불안이 심해 월 평균 근무일이 13일에 불과하다.
이를 타파하고자 2018년 정부는 국민연금법을 개정해 건설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대상을 월 20일에서 8일 이상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임금삭감으로 인식되면서 오히려 단기근로가 늘어나는 역효과가 발생했다. 근무일수 7일 이하 건설노동자가 2017년 47에서 2019년 70%로 늘었다.
서울시는 건설노동자가 부담했던 7.8% 정도 사회보험료(국민연금 4.5%, 건강보험 3.335%)를 전액 지원한다. 현재 건설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같은 비정규직 내에서도 저조한 20% 초반 대에 그치고 있다. 50%를 웃도는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가입률과 비교해도 절반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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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건설사가 정산하면 시가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전액 지원한다. 서울시시 발주 공공공사장에서 일하는 내국인 일용직 노동자들이 가입혜택을 받고, 사회적 안전망 강화, 노후 소득 보장 강화 효과까지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주5일을 근무하면 하루치 임금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을 지급한다. 포괄임금제를 금지하고, 기본급과 주휴수당 등을 명확히 구분해 근로계약을 맺는 표준근로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한다. 주휴수당 지급 대상은 한 사업장에서 주5일을 연속으로 근무하고 다음주에도 근무 예정인 건설근로자다.
서울시는 공사 종류, 규모, 기간별 상시근로 비율을 분석해 전국 최초로 주휴수당 원가계산 기준표를 만들었다. 주휴수당은 공사원가에 반영하고 표준근로계약서를 입찰공고, 공사계약조건에 명시하는 방식으로 담보한다.
건설노동자의 장기고용을 늘려 현재 일당 형태의 임금 지급을 주급으로 전환한다. 건설노동자가 한 현장에서 오래 근무하는 여건을 유도하기 위해 주급제 개선에 노력한 우수 사업체에 대해선 고용개선 장려금을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서울시는 이번에 발표한 건설일자리 혁신방안이 시행되면 건설노동자 개인에게 최대 28%, 약 63만원의 임금인상 효과가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부터 혁신방안이 시행되면 약 3.6% 공사비 증가가 예상된다. 서울시는 추가적인 예산투입 없이 낙찰차액 등을 통해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불안정하고 열악한 일자리에 있는 분들은 4대 보험 가입조차 쉽지 않다.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선 전 국민 고용보험을 비롯한 사회안전망 확충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8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건설일자리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