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 법정처리 시한을 넘기면서 내달 15일 예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까지 불투명해졌다. 공수처 출범을 위해선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국회법·인사청문회법 등의 개정이 필수지만 여야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선출로 신경전을 주고받으면서 상임위원회 구성이 지연됐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공수처 출범을 위해선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이 통과돼야 한다. 지난 20대 국회 말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공수처장 임명을 위해선 후보추천위 추천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후속 입법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공수처장 인사청문회를 위한 논의가 시작되기 위해선 국회 원구성 선행은 필수요소며 이를 통해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장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절차 정비를 위해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일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공수처 설치 후속법안으로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장은 국회에 설치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15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가진 사람 2인을 후보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백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에 공수처 소관 국회 상임위를 법제사법위원회로 정하는 동시에 국회 인사청문 대상에 공수처장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제 국회법상 공수처장은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국회가 법으로 정한 기간 내에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를 마치지 못해 대통령 등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해달라고 하는 것에 공수처장을 추가하기 위한 절차다. 현재 공수처법상 인사청문회는 가능하지만 인사청문회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공수처장 임명이 무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이 지난해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상정되어 재석:176 찬성:159 반대:14 기권3 으로 가결됐다. 사진/뉴시스
다만 소관상임위가 될 법사위를 놓고 여야 이견이 여전히 크다. 여야는 원구성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법정시한인 8일을 이미 넘겼고,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대립 중에 있다. 여당 입장에서 법사위는 향후 개혁 입법과 공수처장 임명에 영향력이 큰 만큼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야당 역시 여당의 입법 독주와 함께 공수처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법사위만큼은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여당은 국회 원구성 마지노선을 12일로 설정했다. 이날 법사위 구성이 완료되면 여당은 공수처 출범을 위해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수처장 임명까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이 후보추천위원 추천 자체를 미룬다면 민주당에서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5·18 진상조사단 추천위원의 경우에도 지난 20대 국회에서 통합당이 추천을 미루면서 출범이 늦어진 바 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후보 자격이 생기는데 야당 추천인사가 2명으로, 추천인사 구성이 늦어지고 반대가 생긴다면 후보가 될 수 없는 실정이다.
한편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광범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변호사다. 다만 이 변호사는 법원 내 진보 성향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로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한 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의 백승헌 법무법인 변호사,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 김남준 법무법인 시민 변호사 등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 남기명(왼쪽 다섯번째) 단장이 지난3월 1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준비단 자문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