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현 금융부 기자
대출하는 과정에서 자사 예금이나 펀드 상품을 끼워 팔고 강제로 가입을 요구하는 이른바 '꺾기'는 은행권의 해묵은 과제다. 은행법으로 금지돼 있고 최대 1억원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지만, 여전히 영업 현장에서 근절되지 못하고 있단 지적을 받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금융지원 대출에서도 이런 은행들의 꺾기 행태가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금융정의연대가 코로나 대출 과정에서 시중은행의 꺾기 영업행위를 조사해달라는 요청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그러면서 시중은행들이 코로나 대출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카드와 퇴직연금, 펀드 등의 관련 상품을 함께 팔았고, 상품 가입을 거절하는 고객들에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선 영업점에 가이드를 주고 '세트거래' 지침을 공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판매 실적을 계산할 때 판매한 상품의 점수를 합산, 일정 점수 이상인 경우에만 하나의 실적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대출은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경제적 충격을 이겨내려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대상이다. 금융지원 대출에서도 꺾기와 세트거래 의혹이 나온다는 건 불공정 영업행위로 제재를 받기 이전에 도덕적인 규탄의 대상이 되기 쉽다. 또 지금은 과거 관행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일선 영업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행태라는 불신을 준다. 실제 2015년부터 꺾기로 금감원 제재를 받는 은행들은 그 숫자가 현저히 줄었지만, 꺾기 영업으로 의심되는 거래는 여전히 수십만건에 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사모펀드 부실판매 문제가 불거지면서 투자 피해자들과도 갈등을 겪고 있다. 일부 은행들이 환매가 중단된 펀드 투자금에 대해 50% 선지급을 약속했지만, 피해자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요구하는 중이다. 50% 선지급안이 피해자을 우롱하고 여론의 뭇매를 잠시 피해 보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일방적인 결정으로 피해자들과 협의 과정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은행권이 판매하는 금융상품에 대한 신뢰 하락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코로나 대출의 꺾기 의혹들도 은행권을 향한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소통과 자정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안창현 금융부 기자(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