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은행권 금융지주사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렸지만 호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상반기 실적과 경영성과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부실 여신에 대비해 쌓아놓는 대손 충당금을 최대 5배까지 늘렸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분기에만 4322억원 규모의 충당금 등 전입액을 적립했다. 전분기(931억원) 대비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충당금 전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5252억원 규모다.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비율도 전년 대비 20.4%포인트 오른 126.8%로 부실 완충력을 높였다. 하나금융은 지난 23일 실적발표 후 열린 설명회에서 하반기 중 1000억원 이상의 충당금을 추가 적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KB금융그룹도 충당금 규모가 증가했다. KB금융은 지난해 5290억원의 충당금을 쌓은 데 이어 올해 2분기 2060억원을 추가 적립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건전성 악화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차원"이라며 "상반기 기준 NPL 커버리지비율은 144.4%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신한금융그룹도 2분기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충당금과 비용 2000억원과 별도로 코로나 관련 충당금으로 약 1850억원을 적립했다. 오는 27일 상반기 실적발표가 예정된 우리금융그룹 역시 1분기 대손충당금 750억원을 적립한 데 이어, 충당금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충당금 적립을 대폭 확대한 데는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경기하강 불안감이 작용했다. 하지만 시장 우려와 달리 금융지주들이 상반기 예상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기록한 점도 영향을 줬다. 상반기 호실적이 이미 상당한 손실흡수 능력을 반영하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실제 하나금융은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갖췄다는 판단에서 중간배당을 실시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건정성 유지를 위해 금융권에 배당 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하나금융 측은 "충당금 추가 적립에도 불구하고 2012년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손실흡수 능력이 충분히 확보된 만큼 주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중간배당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하나금융의 2분기 6876억원을 포함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344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 증가한 수치로 8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2분기만 보면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 직전 분기 대비 4.7% 각각 늘었다. KB금융은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조71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줄었지만, 2분기 기준 9818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7295억원)보다 34.6% 증가했다. 당초 시장 전망치(8900억~9100억원)를 크게 넘어선 수준이다. 신한금융그룹은 당기순이익이 2분기 873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2.3% 감소했다. 다만 상반기 순이익 1조805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7% 줄면서 리딩금융지주 자리를 유지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의 대손 충당금 적립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