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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소비자보호 '성과 조급증' 경계해야
입력 : 2020-08-20 오전 6:00:00
이종용 증권데스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임원회의에서 금감원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정 결정에 '편면적 구속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편면적 구속력이란 민원인이 금감원의 조정 결정을 수용하면 상대방인 금융회사 등은 조건없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제도다.
 
윤석헌 원장이 '편면적 구속력'을 언급한 바로 다음날 이용우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0명이 금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소액의 금융사고에서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정부와 여당이 편면적 구속력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최근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각종 사모펀드·파생상품 관련 분쟁에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배상 결정을 했는데도, 금융사들이 수용하는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금감원 분쟁조정위는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 투자자에 대해 100% 배상을 결정했지만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이달까지 숙고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환헤지형 파생상품 키코(KIKO)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신한은행 등 6개 은행에 키코 투자로 손실을 본 4개 기업에 대한 손실 금액을 15~41%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은 금감원의 권고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사모펀드·파생상품 관련 투자 피해가 급증한 만큼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방안일 것이다. 그러나 편면적 구속력은 재판청구권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하위규정에서 손을 못 대고 법률에서 정해야 한다. 금감원이 할 수 없는 영역이다.
 
금융업계도 분쟁조정에 강제력을 더할 경우 위헌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반발까지 나온다. 헌법이 보장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가 사실상 법적 지위를 갖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특히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이미 분조위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항목이 신설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송중지 제도나 조정이탈금지 제도 신설 등이다. 분쟁조정 신청 사건은 법원이 소송을 중지할 수 있게 하고, 소비자가 신청한 소액 분쟁은 조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금융사가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한다.
 
그런데도 윤 원장이 지금 '편면적 구속력'을 꺼내든 건 사실상 판매사들의 수락을 압박하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금융사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 금융소비자 보호를 추진하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자 강도 높은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무리한 정부의 압력에 소송으로 맞대응 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역효과'가 나고 있다. 시장은 당국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무리한 규제에 금융사들이 소송으로 대응하다보면 소송에 따른 소비자의 시간 낭비를 줄이겠다는 당국의 정책도 쓸모없어지게 된다.
 
금감원이 금융사에 책임을 물리기 위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이런 당국의 무리수는 상당히 불안하고 초조해 불안해 보인다. 조급증으로 인해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해답보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현실성 있는 안목이 절실하다. 금융 분쟁조정, 사기 책임에 대한 전액 배상, 편면적 구속력 등 모두 좋은 취지로 추진하는 일이지만 급하게 먹으면 체하기 마련이다.
 
이종용 증권데스크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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