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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신용융자 금리 줄인하 뒷맛 씁쓸
입력 : 2020-09-02 오전 6:00:00
우연수 증권팀 기자
개인 투자자에 대한 정책 배려가 극에 달한 분위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신용융자 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증권사들이 줄줄이 금리를 내렸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신용융자 금리 투명화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엄포를 내리면서 당국의 금리 개입을 기정 사실화했다.
 
증권사들은 사상 최고의 신용거래융자 규모에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신용거래융자 금액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합쳐 16조원을 돌파했다. 올초 9조원대에서 약 7조가 늘은 것이다. 회사와 고객 등급 별로 상이하지만 금리는 단기 4~6%, 3개월 이상은 7~9% 수준이다.
 
이자 장사를 한다고 지적을 받아온 신용융자 금리가 줄인하 하고 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금리 산정 기준이 단순하지 않고 은행과 단순 비교 하기 힘들다는 기존의 증권업계 주장이 무시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여수신 기능이 있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신용융자 재원 조달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재원 조달 비용과 시장 가격 형성 원리에 따라 책정된 금리를 은행 금리과 단순 비교하지 말아달라는 얘기다.
 
신용융자 금리 인하가 개인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을 세부적으로 따져봤는지도 의심스럽다. 일각에선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신용융자 금리에의 당국 개입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신용융자 금리를 인하했다가 빚내서 주식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거래융자 현황을 들여다보면 코스닥 시장에서의 융자 규모가 8조 이상으로 유가증권시장보다 크다. 시가총액 규모로는 유가증권시장이 압도적임에도, 변동성이 크고 단기 수익률이 높은 코스닥 시장으로 빚투가 몰린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바이오·제약 종목들의 신용융자잔고 증가액이 두드러졌다.
 
서민의 생활자금 수요가 많은 신용대출와 주식 투자의 신용융자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신용융자는 주식 매매에만 쓰이며 특히 고수익을 좇는 단기 자금 수요가 많다. 신용융자를 받기 쉬워지면 고수익 고위험 주식투자에 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자연스레 따라 붙는다.
 
신용대출의 추가 확대는 개인 투자자에겐 무덤이 될 수 있다. 지난달 중순 신용융자잔고가 몰린 제넥신, 알테오젠, 바이넥스 등은 주가 등락률이 30%가 넘는 등 요동쳤다. 반대매매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변동성 확대로 증시 전반에도 불확실성이 번질 수 있다. 불투명한 신용융자 금리 산정을 개선하고 개인투자자의 투자 의지를 살려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일괄적이고 신속한 금리 인하의 부작용은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 투자자들이 정책 수혜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연수 증권팀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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