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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교조 판결' 두고 '아전인수식' 해석 난무
'해직자 노조가입 인정' 사실과 달라…대법원 심리 대상 아니야
입력 : 2020-09-08 오후 2:50:51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법외노조 올무‘에서 풀려났다. 무려 7년만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두고 다소 과한 해석이 난무하면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 첫째가 ‘해직자의 노조 가입 인정’이라는 해석이다. 
 
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을 분석해 보면 핵심은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노조법 시행령) 9조‘가 무효라는 것이다. 이 시행령의 상위 규정인 노동조합법(노조법)은 법외노조 통보에 관해 스스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이를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도 않다.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한낱 시행령이 근거 없이 직접 침해하고 있으니 무효임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것이 법조계 의견이다. 교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 시행령은 노동조합법과 노조법 시행령의 규정을 교원노동조합에도 그대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석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하고 있다. 사진/대법원
 
재판부, '해직자 노조가입' 판단 안 해
 
이것이 이번 판결에 참석한 대법관 12명 가운데 8명이 합의한 다수 의견이다. 다시 말해 대법원 다수의견은 이번 판결에서 박근혜 정부가 문제를 삼은 해직 노조원 9명이 전교조에 가입한 것이 적법인지 위법인지를 전면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다수의견에 대해 별개의견을 낸 안철상 대법관이 이 부분을 심도있게 지적했다. 안 대법관은 “원고(전교조)가 법을 위반한 것은 명백하고, 그 위반사항에 대한 시정명령과 시정요구까지 거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세계 보편적 기준은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것으로 정립되어 있고, 이는 교육의 중요성과 교원지위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을 불허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안 대법관의 주장은 세계 보편적 기준에서 다수의견을 비판한 것으로 적지 않은 의미가 있지만, 안 대법관의 주장을 근거로 이번 판결이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법외노조 통보 위법 판결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입법적 해결 예상"
 
대법원이 판결 선고와 함께 “이 판결이 제시한 법리에 기초하여 해고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 문제, 결격사유가 있는 노동조합에 대한 규율 문제 등에 관한 사회적 공론화와 입법적·정책적 해결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 것은 이같은 잘못된 해석을 경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행정소송 전문가인 노희범 법무법인 ‘제민’ 대표 변호사도 “이번 대법원 판결은 해직자도 당연히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일부 해직자가 노조에 가입돼 있다 하더라도 법외노조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노 변호사는 이어 “대법원이 해직자의 노조 가입 여부는 향후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이해된다”며 “이번 기회에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어떻게 어디까지 인정하고 보호해야 할 것인가를 입법적으로 명확히 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이번 판결로, 대법원이 헌법재판소 결정을 뒤집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앞서 헌재는 전교조가 청구한 교원노조법 등에 대해 청구한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심판에서 △교원노조법 2조 △교원노조법 시행령 9조 1항 중 ‘법외노조통보 조항’ △해직교원 9명을 전교조원에서 제외하라는 정부의 시정요구에 등 대한 위헌성을 판단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015년 5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헌재, '노조법 시행령' 청구부분 각하
 
헌재 전원재판부는 2015년 5월28일 결정에서 교원노조법 2항에 대한 심판 청구는 기각하고, 시행령 9조 1항 중 ‘법외노조통보 조항’ 부분과 정부의 시정요구 부분에 대한 청구는 각하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8대 1의 의견이다.
 
헌재는 법외노조통보 조항 부분에 대해 “심판대상 조항은 시정요구 및 법외노조통보라는 별도의 집행행위를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외노조통보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시정요구 부분에 대해서도 “시정요구는 행정행위에 해당하는데, 전교조는 이에 대한 다른 불복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헌법소원은 보충성 요건을 결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여기에서의 ‘다른 불복절차’란 법원의 판결을 뜻한다. 법원에서 판단해야 할 것을 헌재로 잘못 가져왔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법외노조로 만든 근거가 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2015년 5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관련 헌법소원 재판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과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헌법상 위헌법령심사권 규정, 권한 분리
 
헌법107조는 위헌법령심사권과 관련해 ‘명령 규칙 또는 처분’의 심사권을 법원에, 위헌 법률 심사권을 헌재에 부여하고 있다. 헌재가 법외노조통보 조항과 이를 근거로 한 정부의 시정요구에 대한 전교조의 청구를 각하한 것은 이에 근거한 것이다. 법외노조통보 조항 부분을 담고 있는 교원노조법 시행령 9조 1항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결국 헌재는 지난 3일 대법원이 무효로 판단한 노조법(교원노조법) 시행령 9조 1항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 이 사건에 대한 헌재 결정과 대법원 판결이 효력상 겹치는 부분이 없는 것이다. 효력상 겹치는 부분이 없으니, 이번 대법원 판결이 헌재의 결정을 뒤집었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는 셈이다.
 
헌재는 당시 결정에서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조합원 자격을 재직 중 교원으로 제한하는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해서 이를 이유로 이미 설립신고를 마치고 정당하게 활동 중인 교원노조의 법상 지위를 박탈한 것이 항상 적법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015년 5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헌재도 '전교조 처분' 위헌성 지적 
 
이어 “설립 당시 정당하게 교원노조에 가입한 교원이 교직에서 해고되거나 사직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등 교원노조에는 일시적으로 그 자격을 갖추지 못한 조합원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면서 “자격 없는 조합원이 교원노조의 의사결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입법취지와 목적에 어긋남이 분명할 때 비로소 행정당국은 교원노조에 대하여 법외노조통보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적어도 법외노조통보가 조합원 6만명 중 해직자 9명인 전교조를 대상으로 할 것은 아니라는 취지를 에둘러 밝힌 것이다.
 
헌재는 특히 “교원이 아닌 사람이 교원노조에 일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이미 설립신고를 마치고 활동 중인 노조를 법외노조로 할 것인지 여부는 행정당국의 재량적 판단에 달려 있다”면서 “법원은 이러한 행정당국의 판단이 적법한 재량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인지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 법외노조통보에 대한 판단을 법원에 유보했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에 대한 헌재와 대법원 판단은 엄연히 서로 다른 영역이었다”면서 “표면적인 부분만을 놓고 두 기관의 판단을 대립구도로 설명하는 것은 국민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대법관별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사건' 판단 현황. 자료/대법원
 
다수의견 8명 중 3명, 박근혜 정부 때 임명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대법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이 주류이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판결이 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사건의 심리에 참여한 대법관 12명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은 김 대법원장을 포함해 총 8명이다.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 가운데 권순일·박상옥·김재형 대법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다. 김 대법관은 다수의견에 비해 더욱 전향적인 별개의견을 냈다.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 2명 중 이동원 대법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결과만을 놓고 문재인 정부의 진보 대법관들이 내놓은 판결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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