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세 달째 0%대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 1%대까지 떨어졌던 주담대 금리는 2%대로 상향 조정되는 등 오히려 뛰었다. 대출금리 감소로 예대마진이 줄고 대출규모를 늘리기 힘든 상황에서 손쉬운 금리 조정에 나선 셈이다.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0.80%로 전달(0.81%)보다 0.01%포인트 하락했다. 9개월 연속 하락세로 지난 6월(0.89%) 사상 처음 0%대로 내려앉은 이후 세 달째 0%대를 보이고 있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7월 1.41%에서 1.35%로 0.06%포인트 낮아졌고, 지난해 6월 도입된 신잔액 기준 코픽스도 1.07%로 전달(1.11%)보다 0.0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은행들이 지난달 신규로 조달한 자금을 대상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잔액 기준보다 금리 변동을 신속히 반영한다.
통상 시중은행들은 코픽스 변동분을 반영해 신규 주담대 금리를 산출한다. 코픽스를 기준금리로 활용하는 KB국민·우리·NH농협은행도 16일부터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0.01%포인트 인하한다. 다만 최근 들어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우대금리 혜택을 줄이면서 주담대 금리는 상승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16일 기준 2.23~3.64%로 조정된다. 지난 7월 1.96~3.57%까지 떨어졌던 금리는 지난달 코픽스가 반영된 8월19일 기준 2.04~3.65%로 올랐다. 코픽스는 떨어졌지만 주담대 금리가 7월 중 2.12~3.73%로 0.16%포인트 상승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도 주담대 금리가 7월16일 기준 2.21~3.71%에서 2.31~3.81%로 0.10%포인트 올랐다 지난달 2.23~8.73%로 조정됐다. 두 은행 모두 지난달 금리가 전월 대비 오른 셈이다. 우리은행 주담대 금리는 같은 기간 2.36~3.96% → 2.38~3.98% → 2.30~3.90%였다.
일부 은행들은 자금조달 비용을 반영하면서 가산금리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은행별로 주담대 변동금리 산출 시 가산금리는 주기적으로 업무 원가와 신용 프리미엄, 리스크관리 비용 등을 반영해 재산정한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채 금리 상승 등 최근 조달비용을 반영해 원가를 조정하다 보니 가산금리가 소폭 올랐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초저금리 기조에 예대마진이 줄면서 수익성 방어를 위해 금리를 조절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주담대를 포함해 대출금리가 떨어지면 대출규모라도 키워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950조원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에 당분간 은행들이 대출 관리에 나서는 한편 수익성 방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은행권 자금조달비용지수인 코픽스가 세 달째 0%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