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 경기도 하남시 아파트들이 전세가가 많이 올랐다는 뉴스를 보고 무작정 하남시를 찾는 30대 직장인 A씨. 소위 말하는 ‘영끌’을 해서라도 아파트를 사고 싶은데 부모님께 일부 지원을 받고 은행 대출의 힘을 빌려도 아파트를 통째로 사기엔 많이 부족했다. A씨는 고민 끝에 일단 전세를 끼고 매입하기로 결정하고, 전세가가 뛰어 초기 투자금액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물색한 것이다.
A씨는 입주한지 2년 된 아파트단지 앞 중개업소를 방문했다가 흥미로운 매물을 발견했다. 중개업소 직원은 “집주인이 2년 실거주로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채워 집을 내놨지만 전세로 계속 살기를 원한다”며 “일단 파는 게 우선이긴 한데 만약 그 집에서 거주할 수 있게 해주면 전세보증금을 시세보다 5000만원 높게 계약해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부동산 시장이 난리통이다. 집주인들은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집을 팔지 못해 난리고, 세입자는 그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춰 집 구하느라 난리다. 매매계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매매가 급등세는 일단 멈춘 듯 보이는데, 전세 매물이 귀해져 전세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실제로 하남의 주택 전세가격은 올해 들어 14.0%나 뛰었다(9월 2주 현재). 수도권 평균(4.5%)의 3배 상승률이다.
신규 입주 후 2년이 된 아파트단지가 갖는 특수성으로 인해 매입 기회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올해 4월 완공된 하남힐즈파크푸르지오1단지. 2단지와 3단지는 이달에 입주 2년을 맞았으나 역시 전세 매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 김창경 기자>
A씨가 소개받은 매물도 이처럼 꼬인 상황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매물이다. 중개업소는 현재 전세가 6억5000만원에 딱 하나 매물로 나와 있지만 7억원 전세도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소개한 집은 7억5000만원 계약을 자신했다. 매매 호가가 10억원이므로 A씨가 이 매물을 계약할 경우 이 아파트단지의 전세가율은 65%에서 75%로 급등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면 전세를 끼고 내 집을 장만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가 갭투자를 규제하고 있지만 주로 다주택자를 향한 것이어서 무주택자인 A씨에게 돌아오는 불이익은 없다.
신규 입주 후 첫 번째 전세가 한 바퀴 돈, 즉 전세계약 2년이 경과한 이런 단지에서는 ‘입주장 할인’ 효과로 인해 다른 곳보다 더 전세 매물이 귀할 수밖에 없다.
준공을 앞둔 아파트 단지에서는 투자 목적으로 분양을 받은 집주인들이 한꺼번에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몰리기 때문에 시세보다 싼 가격에 전세계약을 맺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정상 시세에서 10~20% 정도 낮춰서 이뤄지는 계약이 흔하다.
이런 집은 2년이 지나면 정상가격으로 되돌아오는데, 이번에 시행된 전월세 상한제로 인해 보증금을 5%밖에 올리지 못하게 됐으니 임차인으로서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급등한 전세시세와 상관없이 2년 더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값에 살 수 있는데 세입자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설령 기존 세입자가 나가고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온다고 해도 기존 전월세 계약에 기준해서 5% 인상폭이 적용되므로 집주인 입장에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
이런 상황은 갭투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확대될 수 있는 조건이다. 특히 조정대상지역에서 전매제한 및 양도소득세 비과세 조건이 충족되는 2018년 입주 아파트에서 다양한 사례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
A씨가 소개받은 형태의 매물이 아니라도 당장 실거주할 의사가 없다면 집주인이 거주하던 입주 가능 물건을 매입해 세를 놓을 수도 있다. 입주 당시 세를 준 집은 이번에 전월세 상한선에 묶이겠지만, 집주인이 살던 집을 매입해 처음 임대하는 경우라면 정상 시세를 온전하게 반영할 수 있다. 동탄2신도시에는 2년 전 입주장에서 1억원대 중후반에 계약된 전세가 현재 5억원대 후반으로 뛴 단지도 있다. 이런 곳에서라면 전세 낀 물건이 아니라 현재 세입자가 없는 매물만 골라 매입을 저울질해야 한다.
현재 하남시에는 2년 전 준공해 입주 3년차에 접어든 아파트 단지가 6곳이 있다. 하남시처럼 수년간 꾸준하게 신규 공급이 이뤄진 지역이라면 이와 같은 조건의 물건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A씨와 비슷한 처지라면 2년 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것까지 감안해 4년 간 임대를 계획하고 매입을 고려할 만하다. 지금은 통째로 매입할 여력이 없겠지만 앞으로 4년 동안 저축과 투자를 병행하면 지금과는 다를 것이다.
1주택자가 이런 방법으로 추가로 매입할 수도 있겠지만 일시적 1세대2주택이 적용되려면 3년(조정지역에서 2019년 12월17일 후 매입한 경우는 1년) 안에 기존 집을 팔아야 하는데 요즘엔 계약갱신청구권 영향으로 매매계약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한 내 매도하지 못할 경우 다주택자가 돼 양도세 중과세 뿐 아니라 취득세율도 8%가 적용된다. 가급적 무주택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좋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