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20세기 스웨덴이 만든 복지국가모델이 흔들리는 건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한 사각지대 때문입니다. 한국은 자영업자의 매출까지 파악, 실시간 소득파악시스템을 갖춘 최적의 나라입니다. 21세기 혁신적 사회안전망을 한국이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첫 시작이 '전국민 고용보험'입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24일 <뉴스토마토>와 <토마토TV>가 공동 개최,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화상으로 열린 '2020 은퇴전략포럼'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위기, 전국민 고용보험제도망 구축부터'라는 발제를 통해 이같이 역설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이 24일 <뉴스토마토>와 <토마토TV>가 공동 개최한 '2020 은퇴전략포럼'에 참석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속 1·2차에 걸친 재난지원금 지급 논란은 또 한번 우리 사회에 적절한 복지 정책이 무엇인지 합의할 과제를 안겼다. 2010년 무상급식 실시로 촉발한 '선별 vs. 보편 복지' 논란의 재현이다.
오 위원장은 "피해 입은 분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해준다는 2차 재난지원금 정책의 목표는 논리적으로 분명한데 그분들을 제대로 선별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 대안으로 모두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과 같은 성격의 '기본소득'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은 이유다.
오 위원장은 "기본소득도 매력적이지만 워낙 많은 재정이 소요되다보니 금액이 충분치 않다는 약점이 있다"면서 "기본소득이 지금 우리에게 적절한지 판단을 보류하는 동안 대안이 바로 '전국민 고용보험'"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규직 취업자들 위주로 짜여진 고용보험 제도권에 프리랜서와 자영업자,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 등 모든 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하는 안이다.
정부도 올해 전국민 고용보험제 구현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오 위원장은 고용보험제 바깥에 있는 계층을 순차적으로 줄여나가는 '단계적 편입'이 될까 우려했다. 시간이 걸리고 속도 차이도 발생하는 데다 그 사이 노동시장 변화 등으로 또 다른 사각지대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오 위원장은 "처음 고용보험이 설계됐을 때도 모든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했는데 반세기 만에 노동시장이 너무 바뀌었다"며 "특정집단을 제도 안으로 편입시키면 또 우리는 알 수 없는 새로운 계약형태가 등장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에서 취업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을 한번에 고용보험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수단은 바로 '실시간 과세체계(RTI·Reatl Time Infotmation)'다. 비정규직의 급여는 물론 플랫폼 노동자에게 업체가 제공하는 수수료와 자영업자의 매출까지 모든 경제활동행위자들의 소득·소비·매출활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과세와 사회보험료를 징수하자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예전엔 가능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런 기록들이 곳곳에 있고 한국은 그 데이터를 가장 잘 갖고 있는 나라"며 "이를 하나로 모아서 주관하는 주체가 통합관리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매월 실시간 소득정보를 파악할 경우 예컨대 작년, 재작년 소득이 높았다고 해서 올해 코로나 같은 위기로 급작스럽게 겪은 경제적 어려움을 증명하느라 지난한 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다. 오 위원장은 "한국 복지지출의 66%가 사회보험이고 2060년이면 80%에 달한다"며 "RTI가 되면 도덕적 해이나 억울한 탈락 없이 취약계층에 대한 현금복지도 명확하고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