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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비올때 소상공인 우산 뺏지 말아야
입력 : 2020-10-05 오전 6:00:00
안창현 금융팀 기자
"방문한 은행 3곳 중 2군데는 서류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신용등급을 떠나 은행 내부 심사에 적합하지 않다고 아예 상담도 못했다. 정부에서는 소외 받는 소상공인들이 없길 바란다며 보증 95%까지 내주었는데, 은행 심사로 인해 접수조차 받아주지 않는 현실에 너무 서럽고 좌절감을 느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벼랑 끝 설 곳 없는 자영업자를 두 번 죽인 코로나 2차 대출'이란 제목으로 지난 24일 올라온 글이다.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대출은 정책금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이 대출금의 95%까지 보증하면서 저신용 소상공인들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 은행 창구에선 5~6등급의 중신용자 대출이 거절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글을 작성한 소상공인은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대출에 왜 은행마다 심사기준과 대출 담당자의 판단기준이 다른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금리를 달리하거나 한도에 차이를 둬서 모든 소상공인에게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바뀌길 간곡히 바란다"고 적었다.
 
소상공인 2차 대출은 지난 5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 지원책으론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리가 연 1.5% 수준이던 1차 대출에 비해 3~4%대로 높았고, 대출 한도도 1000만원으로 제한적이었다. 1차 대출 지원금이 두 달도 안 돼 바닥난 것과 달리, 10조원 규모의 2차 대출 소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긴급자금을 필요로 하는 소상공인 대출 수요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업대출은 한 달 새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은 1000억원 감소했지만 소상공인을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이 6조1000억원이나 급증한 영향이다. 이같은 대출 수요에도 그동안 2차 대출은 소상공인들의 외면을 받았던 셈이다.
 
금융당국도 지난 23일 한도를 늘리고 신청 요건을 완화하는 등 2차 대출 개편에 나섰다. 기존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한도를 늘렸고, 앞서 1차 대출이나 2차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에게도 일부 중복 신청을 허용했다.
 
정작 문제는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고려해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출 체계를 개편한 바로 다음날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거절 당했다는 청원글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이 오히려 소상공인을 울리고 있는 건 아닌지 세심한 정책 시행으로 현장을 살펴야 할 것이다.
 
안창현 금융팀 기자 chahn@etomato.com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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