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외교가 남북관계 경색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듯 했지만, 북한은 당 창건 기념일을 앞두고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옥토버 서프라이즈' 등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북한이 무력 도발을 강행할 경우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나빠진 대북 여론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지난달 17일 맥사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북한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 연습하는 장면이 보인다. 사진/AP·뉴시스
6일 외신과 대북전문매체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북한은 오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 중이다.
38노스는 평양 미림비행장 열병식 연습장에서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차량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포착됐다고 보도했고, 미국의소리(VOA)는 미 전략사령부 사회관계망(SNS)을 인용, 북한이 당 창건 기념일과 미 대선을 앞두고 ICBM과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군 당국과 통일부도 북한의 열병식 준비 동향을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당 중앙위 회의에서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 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한국과 미국에 도발로 비춰질 북의 무력행위가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북의 도발은 공무원 피격 사건,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으로 주목 받아온 폼페이오 미 국미장관의 방한 연기 등의 이슈에 이어 대북 유화정책의 여론을 악화시킬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터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배우자의 부적절 처신 논란도 '악재'다. 이번주 시작하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은 이런 현안을 중심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대표적인 '북한통'으로 꼽히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을 내정하고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임명하며 안보라인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지난 6월 북한이 대북전단살포에 항의하다 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하며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시점에서 문 대통령의 안보라인 개편은 북한에 던지는 유화 메시지임이 역력했다.
또 한번의 승부수는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이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청하고, 코로나19 등 감염병 공동 대응을 위해 남과 북, 중국, 일본, 몽골이 참여하는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했다. 남북관계 경색과 북미대화 단절 속 북한의 호응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외교안보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좀처럼 진전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상정된 '한반도 종전선언 결의안'도 시기상 적절치 않다는 야당의 반발로 지난달 28일 안건조정위에 회부됐다. 안건조정위는 여당 소속 의원 3명, 야당 2명, 무소속 1명의 6명으로 구성돼 최대 90일까지 안건을 심사해야 하지만 결론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관련해 외통위 소속 여당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에 "안건조정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면 소위에서 결의안 연내 통과를 강행하는 방법도 있다"며 "다만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북 유화정책에 친화적인 여론이 조성돼야 결의안 통과 강행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