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도의 밴드유랑)켈라니, Z세대 개척자의 당당함
첫 내한 단독 공연…"우리 세대 삶의 행로 스스로 결정해야"
21곡 2000관객과 열창…외국 관객들 "매력은 마음 흔드는 목소리"
2023-02-14 16:48:09 2023-02-14 16:48:09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우리 세대들은 삶의 행로를 스스로 결정해야합니다. 타인이나 부모 세대의 시선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마음 속 품고 있는 꿈을 향한 파도를 타세요. 요리 레시피를 개발한다거나 요가를 배운다거나."
 
13일 저녁 9시경, 서울 광장구 예스24 라이브홀. 미국 R&B 싱어송라이터 켈라니(Kehlani·27)가 마이크에 대고 외치자, 2000여 관객이 요동쳤습니다. 사회적 시선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삶과 취향을 개척해온 이의 이야기.
 
화려한 타투와 패션 감각, 관능적인 춤과 그루비한 목소리, 그리고 당당함. 오늘날 사회적 현안과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데 거침없는 Z세대의 표상 같은 존재랄까.
 
13일 저녁 9시경, 서울 광장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미국 R&B 싱어송라이터 켈라니(Kehlani·27)의 첫 단독 공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1995년생인 켈라니는 현재 세계 음악 평단에서 주목받는 신예입니다. 현지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서 젊은 영재로 주목받았고, 2014년 첫 믹스테이프 'Cloud 19'이 미 음악 전문매체 피치포크(Pitchfork)가 선정한 그 해 최고의 앨범 명단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발매 첫 주 빌보드 알앤비/힙합 앨범 차트 5위를 기록한 두 번째 믹스테이프 'You Should Be Here(2015)'로는 이듬해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어반 컨템퍼러리 앨범’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이후 빌보드 음반 차트 2위를 찍은 2집 'It Was Good Until It Wasn’t(2020)'와 최근 3집 'Blue Water Road(2022)'까지, 커리어 하이를 달성해오고 있습니다.
 
켈라니가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것은 2018년 서울재즈페스티벌. 팬데믹 기간이던 지난해 ‘2021 월드 케이팝 콘서트(빛 4 U Concert)’에는 현지에서 사전 녹화한 비대면 무대를 송출하며 한국 팬들과 교감했습니다. 이번 첫 단독 내한 공연에서는 최근작에 들어오면서 일렉트로닉부터 팝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확장한 켈라니식 R&B가 무엇인지를 유감없이 뽐낸 자리였습니다.
 
13일 저녁 9시경, 서울 광장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미국 R&B 싱어송라이터 켈라니(Kehlani·27)의 첫 단독 공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이날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해질 무렵 LA의 핑크색 하늘이 눈 앞을 칠해대는 기분. 드레이크와 카니예 웨스트를 틀어주자, 다양한 인종들이 넘실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8시, 별자리처럼 배치된 푸른 전구들을 등지고 등장한 켈라니가 발라드풍 소울로 유려한 음의 곡선을 수놓고('little story'), 양손을 들어 핑거 스냅 몇 번으로 분위기를 예열하자, 분위기는 시작부터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나의 여자친구 같은 서울,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미치도록 좋은 오늘 밤이네요!"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론의 장으로 올려놓은 켈라니는 이날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가 내린 사랑의 정의란 세상이 그어놓은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에게 솔직한 것. 성 소수자들을 위한 곡 '허니(honey)'(2017)에서처럼 "내가 꿀을 좋아하는 것처럼 달콤하게/ 내 여자를 좋아해"라고 가감없이 표현하는 것. 
 
오로라처럼 뿜어지는 초록색 조명(곡 'any given sunday')과 "손을 들어 좌우로 손짓해 달라"던 순간('Open (Passionate)')을 지나며, 켈라니는 무대 여기저기를 종횡무진하고, 주단처럼 매끈하게 미끄러지는 주특기 창법을 연신 쏘아올렸습니다.
 
펑퍼짐하게 퍼지는 팝적인 드럼 연주의 운용과 전자음악 숲을 만들어 버리는 건반, 유연한 관능의 춤을 선보이는 켈라니의 퍼포먼스가 핑크와 노랑, 빨강 조명에 섞여 출렁댔습니다. 켈라니 얼굴을 그려 넣은 태극기를 펼쳐 보이는가 하면, 한국식 하트를 선보이기도 하고, 롱 비치에서 왔다는 어느 팬과 캘리포니아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식으로 교감도 즐겼습니다.
 
13일 저녁 9시경, 서울 광장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미국 R&B 싱어송라이터 켈라니(Kehlani·27)의 첫 단독 공연에서 켈라니 얼굴이 새겨진 태극기를 들고 있는 관중들.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켈라니는 저스틴 비버(‘Get Me’, ‘Up at Night’) 같은 세계적인 팝스타들과도 협업하고, 영화 ‘분노의 질주’, ‘수어사이드 스퀴드’ OST로도 유명한 만큼, 관련 곡들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이날 깜짝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힙합가수 겸 프로듀서 박재범은 상의를 탈의한 채 켈라니와 합동무대를 꾸며 현장을 달궜습니다. 힙합 R&B 가수 윤미래, 그룹 '있지(ITZY)' 멤버 리아 등도 객석에서 즐겼습니다. 이날 켈라니는 총 21곡의 노래와 무대를 쉴 새 없이 뿜어냈습니다.
 
"(곡 ‘Honey’ 전) 각자의 이유로 저마다 아름다운, 세상의 모든 여성들을 위한 헌사입니다." 
 
이날 공연을 마치고 나오는 길, 외국인 관객들의 비중이 얼핏 봐도 꽤 돼 보였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왔다는 한 팬은 “평소 R&B를 즐겨 듣고, 스포티파이 알고리즘으로 켈라니를 알게 됐다”면서도 “실제로 파리에선 단독 공연을 2019년부터 할 정도로 인지도가 있다. 그의 매력은 진취적 자세와 마음을 흔드는 목소리”라고 했습니다. 옆에 있던 한국인 이교민씨도 “뮤지컬 무대를 평소 많이 보는데, 음원으로 듣는 것보다, 퍼포먼스가 강렬해서 좋았다”고 했습니다.
 
13일 저녁 9시경, 서울 광장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미국 R&B 싱어송라이터 켈라니(Kehlani·27)의 첫 단독 공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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