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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준비하는 하이브·SM·YG·JYP
세계 대중음악계 뉴노멀 이끌까
2024-01-02 00:00:00 2024-01-02 00: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2024년 갑진년 (甲辰年)에도 K팝은 푸른 청룡의 몸통처럼 전 세계 음악계를 휘감을 수 있을까. 2023년 방탄소년단(BTS) 솔로와 뉴진스로 대표되는 '뉴(New) K팝'이 글로벌 팝 스탠더드로 확장하며 발을 넓힌 가운데, 내년에도 전 세계 대중음악계의 새 표준('뉴노멀')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민 팰런'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BTS 정국. 사진=Todd Owyoung/NBC
 
뉴진스 신드롬 이후 새 패러다임 준비
 
2023년은 가히 '뉴진스 신드롬'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에서만이 아닌 일본과 태평양 건너 미국, 그리고 전 세계 곳곳에서 열풍으로 번졌습니다. '이지리스닝(듣기 편한 사운드)' 계열의 장르와 숏폼 등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 전략으로 새로운 음악 표준을 만들며 영미권을 흔들었습니다. 기존 K팝의 성공 모델을 깬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현으로 해석되면서,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이후 새로운 글로벌 신드롬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별다른 현지 프로모션 없이 초반부터 영미권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는 점이 주효합니다. 지난해 8월 7만여명이 몰린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LOLLAPALOOZA) 2023'를 시작으로, 같은 달 일본 대표 음악 축제 '서머소닉', 연말 일본 '레코드대상'과 NHK '홍백가합전', 새해 미국 ABC방송 '뉴 이어스 로킹 이브'까지 세계의 상징과도 같은 행사들을 거쳐왔습니다.
 
뉴진스의 음악은 기존 K팝의 맥시멀라이즈 음압의 전형성과 차별화된 텅 빈 사운드를 골조로 합니다. 250, 프랭크(FRNK), 에릭 드 카시르 같은 국내외 프로듀서들을 끌어 모아 90년대 북미, 남미, 유럽에서 유행하던 장르를 K팝에 연결시켜냈습니다. 디스클로저나 크레이그 데이빗 같은 본토 UK개러지의 칠(chill·차분하고 몽환적)한 분위기, 볼티모어 기반 저지 클럽 사운드의 잘게 쪼개지는 비트들로 변주한 '뉴(New) K팝'입니다.
 
뉴진스의 '디토', '슈퍼샤이', 'OMG' 열풍은 지난해 피프티피프티의 '큐피드', 방탄소년단(BTS) 솔로작들까지 연결되며 '글로벌 팝 스탠더드 사운드'에 다가갔습니다. 세계적인 프로듀서진들과의 협업으로 듣기 편한 무드의 팝 음악에 집중한 음악들, '공(空)의 미학'을 두른 음악들이 K팝의 새 표준값이 됐습니다. 그래미 수상 프로듀서인 앤드류 와트(Andrew Watt)와 서킷(Cirkut)이 참여한 R&B 팝 장르의 BTS 정국 '세븐'과 R&B 팝 장르를 주축으로 재즈와 가스펠 요소들까지 아우른 뷔의 '레이오버'는 본격적 변화를 선언한 대표작이었습니다.
 
일본 TBS ‘제65회 빛난다! 일본 레코드 대상(이하 ‘일본 레코드 대상’)’에서 ‘우수작품상’과 ‘특별상’을 수상한 뉴진스. 사진=어도어
 
'뉴 K팝' 기조 전망…"예상치 못한 균열 주목해야"
 
하이브, SM, JYP, YG 등 이른바 4대 기획사를 중심으로 내년 신인 그룹들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올해 선보인 '뉴 K팝'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들이 지배적입니다. 이미 하이브의 뒤를 이어 SM의 신인인 라이즈는 첫 싱글 '겟 어 기타(Get A Guitar)'에서 듣기 편한 무드의 ‘이모셔널 팝(Emotional Pop)’ 장르를 선보여 주목받았습니다. 이 같은 최근 기조가 하이브와 JYP가 내세우는 각각의 다국적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나 '비춰(VCHA)'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입니다.
 
이런 '뉴 K팝 사운드' 기조가 전 세계로 뻗어가는 숏폼 등 영상 플랫폼 흐름과 맞물리면 올해의 뉴진스 같은 신드롬이 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옵니다.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호주 등 서구권 주류 시장으로 확장까지 가속화하며 K팝 성장 둔화의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 라이트팬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연초부터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플레디스에선 '세븐틴 동생 그룹'으로 불릴 '투어스'가 나옵니다. 내년 상반기 하이브는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알유넥스트'로 배출된 빌리프랩 산하 걸그룹 '아일릿'도 데뷔시킵니다. SM은 한국인 2명과 일본인 4명으로 구성된 NCT 뉴 팀(가칭)을, YG는 '차세대 블랙핑크'로 불리는 '베이비몬스터' 키우기에 집중할 모양새입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2024년 케이팝은 2023년의 기세를 이어 상업적 성과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며 "2024년 방탄소년단의 공백기가 본격화된 가운데 각 팬덤, 커뮤니티 중심으로 다져진 케이팝 그룹들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차트와 시상식의 의미보다 의미있는 실질 소비에 주목하며 예상치 못한 균열에서 새롭고 흥미로운 사례가 등장하게 되리라 생각한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예술적, 상업적 성취 아래 구조와 사상의 개선도 반드시 병행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근년에 그랬듯 코어 팬덤이 이끄는 실물 음반 판매 파워와 소셜 영향력을 앞세워 해외 각종 차트에서 꾸준히 선전할 듯 하다. 섣부른 예측일 수도 있겠지만, 혁명적인 어떤 사건이 없지 않는 한, 2022년이나 2023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우상향한 점유율을 해외 시장에서 보일 것"이라며 "그러나 그 이상으로 가려면 딜레마에 부딪히게 된다"고 봅니다.
 
임희윤 평론가는 "기존의 해외 케이팝 팬들 중 일부는 벌써 '우리가 좋아하던 그 'K-맛 K-팝'이 좋다. 그런데 사라지고 있다. 그립다'고 한다"며 "더 케이팝스러운 케이팝이 앞으로도 케이팝의 존재감을 살아있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한편으론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말한 이른바 '라이트 팬덤'을 겨냥한 대중화와 확장의 전략을 국내 기획사들은 추구할 것"이라며 "팝화된 케이팝이 수많은 팝 아티스트들이 백가쟁명하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 어떤 변별력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만약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 갤럭시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점유해간 방식을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도 짚었습니다.
 
듣기 편한 무드의 ‘이모셔널 팝(Emotional Pop)’ 장르를 선보여 주목받은 SM 신인 그룹 라이즈. 사진=SM엔터테인먼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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