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해부)옵트론텍, 쏟아진 풋옵션…유동성 경색 우려
물량 압박에 주가 78% 급락
유동성 악화에 타법인 지분 취득 차질
2023-03-07 06:00:00 2023-03-07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광학부품 생산 기업 옵트론텍(082210)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급격한 주가 급락으로 유동성 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옵트론텍은 지난 2021년부터 이어진 본업 부진에 이어 주가가 급락하면서 그간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조기상환청구(풋옵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옵트론텍은 추가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CB를 발행하며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타법인 취득을 위한 자금 납입이 지연되는 등 자금 확보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1년 새 주가 78% 급락…주가하락에 쏟아지는 풋옵션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옵트론텍은 지난 3일 80억원 규모의 BW 발행을 결정했습니다. 사채의 표면·만기 이자율은 각각 2%. 12%이며, 오는 15일 납입 예정입니다. 행사가액은 3620원으로 전환가능 주식수는 주식총수대비 8.64%인 220만9944주입니다.
 
앞서 옵트론텍은 지난해 12월에도 2차례 CB(13~14회차)를 발행을 통해 60억원을 조달한 바 있는데요. 최근 3개월간 CB와 BW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만 140억원에 달합니다. 옵트론텍이 이처럼 자금을 급히 조달하는 것은 앞서 발행한 CB들의 풋옵션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옵트론텍은 지난 2020년 12월 운영자금 목적으로 12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는데요. 당시 발행가액은 7825원. 최저 ‘리픽싱’(전환가액조정) 한도는 5478원이었습니다. CB의 주식전환청구 가능시점이던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옵트론텍의 주가는 1만5300원(고점 기준)까지 오르며 풋옵션 가능성이 높지 않았는데요. 지난 2021년부터 실적 악화로 주가가 하락했고 지난해 6월엔 리픽싱 최저한도 보다 주가가 내려갔습니다. 옵트론텍의 전일 종가는 3400원으로 지난해 고점 대비 77.78% 급락했습니다.
 
옵트론텍의 주가가 리픽싱 최저 한도보다 낮아지면서 CB투자자들도 원금 회수를 위한 풋옵션 행사에 나섰습니다. 2020년 다수의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발행한 10회차 CB는 당초 120억원 규모였으나, 지난해 전환권 행사가 일부 이뤄지면서 112억 가량이 남았는데요. 이 중 108억원이 풋옵션으로 상환됐습니다.
 
옵트론텍의 10회차 CB의 경우 표면·만기이자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주식전환을 통한 시세 차익이 유일한 수익 수단입니다. 풋옵션 역시 이자율은 0%로 행사하더라도 원금만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CB투자자들이 풋옵션 행사에 나섰다는 것은 기회비용을 고려한 CB의 보유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잔여 CB도 풋옵션 행사 가능성 높아
 
10회차 CB 외에 11~12회차 CB(176억원 규모) 역시 풋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11회와 12회차 CB의 전환가액은 각각 8149원, 8626원으로 발행됐는데요. 두 CB는 주가하락에 따른 리픽싱 조건이 없습니다.  
 
전일 종가(3400원) 기준 CB 투자자들이 주식전환을 통해 수익을 보기 위해선 주가가 153.71% 넘게 올라야 합니다. 결국 잔여 CB 역시 상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죠. 현재 11회차 CB 중 상환이 완료된 금액은 15억원 규모. 앞으로도 161억원의 CB 풋옵션이 행사될 수 있습니다.
 
옵트론텍의 자금 상황은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옵트론텍은 116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최근 108억원의 10회차 CB가 풋옵션으로 상환되면서 남은 현금성자산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으로 10~12회차 CB 165억원 가량이 추가로 풋옵션이 행사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추가 차입이 필요할 수 있죠. 최근 80억원 규모의 BW와 60억원 규모의 CB 발행 역시 풋옵션을 대비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유동성 악화에 타법인 취득도 차질
 
옵트론텍의 경우 본업 외적으로 CB와 BW 등 ‘메자닌’ 발행을 통한 타법인 투자와 투자수익을 확보해왔는데요. 최근 풋옵션 행사가 늘면서 자본시장 투자 역시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옵트론텍은 지난 2021년 11회차 CB 160억원을 발행하면서, 고기능성 필름 및 테이프 생산 전문기업 ‘제이월드’ 지분 32.3%를 확보했습니다. 지난해 해당 지분을 200억원에 매도하며 1년여 만에 40억원의 차익을 확보하기도 했죠. 이밖에 옵티머스 드론의 자회사인 티알에스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 엔시트론(101400)해성옵틱스(076610)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임지윤 옵트론텍 대표가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티알인베스트먼트는 컨소시엄을 통해 엠피대산(065150)을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코스닥 상장기업 시티랩스(139050)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계획을 세웠는데요. 유증 납입이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습니다.
 
옵트론텍은 지난해 9월 사업 영역 확장 및 경영권 확보를 위해 약 100억 원을 투자해 시티랩스 지분 14.43%를 확보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같은 해 11월28일로 예정됐던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일정을 올해 1월30일로 연기했고, 5월26일로 재차 연기했습니다. 
 
수익성 악화 당분간 이어질 듯
 
투자유치가 지연되고 유동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옵트론텍의 본업 수익성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옵트론텍은 삼성전기(009150)를 통해 삼성전자(005930)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에 카메라 부품을 공급해왔는데 최근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영업성이 악화하고 있어섭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옵트론텍의 매출은 1454억원으로 전년동기(1448억원) 대비 소폭 상승했는데요. 같은 기간 2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습니다. 4분기에는 영업손실이 더욱 확대됐습니다. 지난해 잠정 영업손실은 496억원으로 4분기에만 2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영업외적 손실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660억원으로 2021년(26억원) 대비 급증했고 3분기 948억원이던 자본총계는 425억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증가에 가시성이 명확해질 전까지 영업이익 개선은 제한적으로 판단한다“며 ”2분기 이후에 갤럭시S23(울트라 모델) 판매 약화와 광학필터의 경쟁심화 요인으로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옵트론텍의 시티랩스 투자 및 유동성 관련 문의를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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