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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총체적 방만경영 도마 위로…퇴행적 지배구조 개선 나설까
5천억 적자에도 지출 펑펑…"중앙회 입김에 계열사 전문성 결여"
2020-10-19 06:00:00 2020-10-19 06:00:00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농협이 총체적 난국 수준의 방만경영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영 악화에도 임금을 올리고 지출을 확대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중앙회에 집중된 퇴행적 지배구조의 개혁 없이는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공산이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농협중앙회의 현금수지는 -5098억원으로 지난 2017년(-4148억원) 대비 무려 950억원 증가했다. 농협은 적자 폭을 메우기 위해 매년 농업금융채를 발행해 자금을 차입 중인데, 차입금은 2017년 12조4000억원에서 2019년 13조4000억원으로 약 1조원 늘었다. 이 기간 매년 지출하는 이자비용은 3169억원에서 3343억원으로 올랐다.
 
그럼에도 연봉 1억 이상을 받는 중앙회 임직원은 2015년 381명에서 2019년 773명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성과급 지급액도 약 4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최 의원은 "농협중앙회의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고, 경제·금융사업 모두 성과실적이 부진하다는 평가에도 고액 연봉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농협중앙회 개입으로 계열사의 전문성과 책임성이 결여돼 전체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한다는 평가도 있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김승남 의원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 본체사업에 대한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5년 -455억원에서 2019년 -1401억원까지 확대했다.
 
김 의원은 이 상황이 농협의 폐쇄적 경영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농협은 크게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로 구분돼 있는데, 각 지주는 중앙회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특히 경제지주는 이사의 절반 이상이 중앙회 이사를 겸직하면서 경영에 크게 개입하고 있다. 김 의원은 "주요 투자계획도 경제지주 이사회 의결뿐만 아니라 중앙회 이사회의 의결도 받아야 해 전문성이나 책임성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중앙회 회장에 막강한 힘이 쏠리면서 경영 성과보다는 회장의 뜻을 앞세운 경영진 줄 세우기가 반복됐다. 금융지주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은 올해 선임 3개월 만에 최고경영자를 교체했다. 당시 다른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대표들이 동시에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권에선 이들 대표가 지난 1월31일 선출된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의 신임을 물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월부터는 이 회장과 인연이 있는 정재영 낙생농협 조합장이 농협금융 사외이사에 새로이 선임돼 경영진 인사에 관여하고 있다.
 
경영 악화에도 농협은 퍼주기식 사업을 이어갔다. 최인호 의원실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은 지역농협은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26곳으로, 농협중앙회는 이 기간 이들 농협에 총 3192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종합경영평가(1~5등급) 4등급을 받은 강원양돈농협에는 254억원이 전달됐다. 고위직 퇴직자에는 지난 5년간 월 200만원에서 최대 월 1000만원에 달하는 고문료를 책정해 10억500만원을 지급했다.
 
이외 편법 대출과 농수산물 유통사업에 있어 특정업체와의 유착 등 부패 정도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개선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농협중앙회의 방만경영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성희(사진) 농협중앙회 회장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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