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인터뷰)한지민, ‘조제’ 이전과 이후의 달라질 것들
“‘리메이크’에 우려 컸다. 하지만 ‘조제’ 세계 들어갈 길 찾기로”
“‘조제’ 이후 또 다시 달라질 나, 앞으로 만날 작품 기대하고파”
2020-12-09 00:00:02 2020-12-09 00:00:0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18년 영화 미쓰백으로 파격이란 단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연기 변신을 했던 배우 한지민이다. 2년 뒤 그가 선보인 신작은 국내에 유독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리메이크 영화 조제였다. 우선 두 가지 큰 우려다. 첫 번째는 원작의 인기다. 태생적으로 원작이 있는 영화는 비교 대상이 된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 있게 된다. 자신만의 해석과 시선이 투영시킬 여지를 관객은 훼손이라고 평가해 버린다. 그만큼 리메이크는 어렵고도 힘든 지점이다. 두 번째는 전작 미쓰백과의 비교다. ‘미쓰백에서의 미쓰백조제에서의 조제는 색깔은 전혀 다른 인물이지만 결은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한지민 역사실 두 번째가 더 신경이 쓰였단다. ‘미쓰백’ ‘조제모두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자신을 가둔 한 여자의 러브스토리를 그린다. 하지만 조제미쓰백보다 조금 더 달콤한 분홍빛이 많다. 그렇다고 또 마냥 러블리한 그런 것도 아니다. 이제 한지민은 어느덧 로맨틱 국가대표에서 강렬한 여성의 대명사로 자신의 무게점을 스스로 옮겨가고 있었다. 영화 조제가 그걸 증명헀다.
 
배우 한지민. 사진/BH엔터테인먼트
 
미쓰백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 스크린 차기작으로 한지민이 선택한 영화가 바로 조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한지민이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그것도 국내에 유독 두터운 마니아가 형성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리메이크 영화에 여주인공을 선택한 이유가 가장 궁금했다. 한지민 정도의 베테랑이라면 모를 리 없는 영화적 리스크가 분명한 작품이었음에도 말이다.
 
리메이크란 점에서 제가 왜 두려움이 없었겠어요(웃음). 그런데 원작을 너무 좋아한 저에게 주인공 조제를 제안해 주신 게 너무 감사했죠. 20대 때 봤던 그때의 감성, 겨울이면 생각하는 그런 느낌이 나로 인해 나올 수 있을까. 그런데 김종관 감독님의 조제는 좀 다르더라고요. 감독님이 그리고 싶은 조제를 온전히 담아내는 데 포커스를 맞추면 나만의 조제가 또 나오지 않을까 싶었죠. ‘조제의 세계에 들어가는 그 길을 찾는 과정을 감독님에게 많이 의지했어요.”
 
원작의 조제와 리메이크의 조제’, 둘의 차이도 궁금했다.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들이라면 한지민의 조제를 통해 원작을 더 궁금해 할 듯하다. 반대로 원작을 본 관객이라면 한지민의 조제를 톻해 자신이 원작에서 보지 못했던 다른 어떤 지점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원작과 리메이크의 차이 점에서 한지민은 자신이 만들어 냈고, 또 촬영을 시작하기 전 만들어 낼 조제를 그려봤다고,
 
배우 한지민. 사진/BH엔터테인먼트
 
원작은 저도 10년 전쯤에 본 것 같아요. 원작의 조제는 의외로 발랄한 면도 있고 유머도 있어요. 근데 제가 만든 조제는 되게 어둡잖아요(웃음). 과거의 상처, 그 상처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인물이잖아요. 그게 의외로 쓸쓸하고 어두운 인물로 다가올 요소가 될 수 있는데. 사실 굉장히 단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영석(남주혁)과의 만남으로 사랑을 키우고 진짜 자신을 바라본 인물. 그 지점에 제 연기를 많이 맞추고 들어갔죠.”
 
배우에게 어려움이 있을까 의문도 들지만 유명한 원작 영화, 그것도 어둡고 또 내면의 상처투성이 인물을 만들어 내는 데 쉽지 않았음은 미뤄 짐작해도 충분했다. 한지만 역시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그 지점을 통해 자신이 몇 단계 성장한 듯하다고 전했다. 그 성장의 여운을 지금도 느끼고 있는지 질문에 눈을 감고 생각했고, 또 조용하고 나지막하지만 분명히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전했다. 전작 미쓰백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단 점도 전했다.
 
사실 조제를 준비하면서 미쓰백이 정말 많이 떠올랐어요. 결은 비슷하지만 색깔이 전혀 다른 인물이었죠. 의도적으로 내가 의식하지 않으면 미쓰백과 비슷해 보일 지점이 꽤 많았어요. 그런 게 연기를 하면 할수록 정말 많이 생각이 났었죠. 그런 점에서 조제는 제가 모험이자 또 여행 같은 느낌이었어요. ‘뭘 더 해야 하나?’ ‘너무 들어갔나등 수시로 저한테 질문을 했어요. 영화를 끝나고 나서도 내가 정말 조제의 세계를 다 알고 나왔나란 고민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어요.”
 
배우 한지민. 사진/BH엔터테인먼트
 
내면의 변화도 있었지만 외적인 변화도 눈길을 끈다. 부스스한 머리와 어울리지 않는 낡고 어디선가 주워온 듯한 옷. 부서지다 못해 위태로워 보이는 휠체어. 무엇보다 거칠고 부서질 것 같은 피부의 조제가 눈길을 끈다. 위태롭고 또 위태로워 보이는 눈빛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세상 밖으로 나온 조제의 모습은 그전과는 전혀 달랐다. 그 이전과 그 이후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말씀하신 그 이전과 이후가 사실 굉장히 달라 보이죠(웃음). 감독님의 의도가 정말 많이 들어간 차이라고 생각해요. ‘조제를 만들어가면서 내적인 면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인물의 외적인 색깔을 채워가는 것도 정말 중요했어요. 머리도 거의 손질을 안 했고, 옷도 낡고 버릴 것만 같은 옷으로 외적인 색깔을 그렸죠. 피부 톤은 각질과 잡티 분장으로 채웠어요. 하지만 세상 밖으로 나온 조제의 모습은 투명하고 하얀 피부로 대비가 되죠. 어둠에서 밝음으로 걸어 나온 조제의 대비랄까(웃음)”
 
조제는 한지민이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심혈을 기울인 조제란 인물. 그런 조제의 모든 감정을 받아내 준 또 다른 인물 영석’. 무엇보다 두 사람을 통해 조제란 영화의 세계관을 자신만의 색깔로 다시 채워 넣고 또 끌어 올린 김종관 감독. 이들 세 사람에게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조제의 영화적 경계를 허물어 버린 장치, 관객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모두가 그걸 알고 있는 장치다. 원로 배우 허진의 존재감이다. 한지민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배우 한지민. 사진/BH엔터테인먼트
 
선생님의 연기는 정말 놀랍단 말로도 표현이 안됐어요. 정말 저런 할머니가 실제로 어딘가에 계실 것 같았어요. 영화에서 선생님이 걸어오시는 엇박자의 걸음걸이 소리. 그 소리에 세상과 단절된 조제가 세상을 아주 작은 틈으로나마 볼 수 있는 지점. 그런 디테일을 살려주시는 선생님의 내공은 흉내조차 불가능한 지점이에요. 특히 요강에서 소변을 보시는 장면에서 카메라에 잡힌 선생님의 분장된 발 뒤꿈치. 그 뒤꿈치의 굳은 살. 모든 게 영화의 벽을 허물어 버리는 선생님의 내공이에요. 정말 놀랍고 또 놀라워요. 선생님 때문에 이 영화가 땅에 두 발을 내딛고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미쓰백으로 최고의 연기력 그리고 최고의 주가를 올린 한지민이다. 그에 대한 배우적 평가는 미쓰백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다. 그런 미쓰백이후 한지민이 선택한 작품이 바로 조제. 리메이크 영화에 대한 위험성이 분명히 있었다. ‘잘해도 본전이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 이전까지 발랄하고 사랑스런 모습으로만 등장해 온 한지민이다. ‘미쓰백이후 무겁고 어두운 연기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그는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앞으로도 변하지 않지만 또 변할 것도 있다고 전했다.
 
배우 한지민. 사진/BH엔터테인먼트
 
우선 제 삶과 성격은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인물로 살아가다 보니 조금씩 변한 것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예전엔 겁도 많고 낯도 많이 가렸어요. 그런데 지금은 경험할 수 있는 게 많고 또 나이도 들다 보니 흔들리는 게 좀 덜한 것 같아요. 지금도 다음 작품에서 어떤 인물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되요. 인간 한지민은 그대로지만 내면은 점차 성장해 나가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도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