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토종 벤처 힘 키울 차등의결권 도입 속도내야
입력 : 2021-02-17 06:00:00 수정 : 2021-02-17 09:00:52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국내 벤처업계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기업이 투자자를 만나기 힘든 환경이 펼쳐지고 있지만 외려 코로나를 계기로 투심은 더욱 강해진 분위기다. 비대면 흐름 속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발굴의 중요성이 커진 덕분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는 역대 최대치인 4조30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숫자만 봐도 제 2의 벤처붐이라는 수식어가 과하지 않은 듯하다.
 
벤처기업의 성장은 고용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보험 가입 현황을 토대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벤처기업 고용은 전년보다 약 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가운데 청년 고용 증가 폭이 크다는 점은 특히 고무적이다. 벤처기업 전체 고용 중 만 15세 이상~만 29세 이하인 청년의 고용은 전체 고용의 약 26.0%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성장이 뉴노멀로 자리 잡은 시대 분위기 속 기술력을 앞세운 벤처기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을 집약해 새로운 첨단 분야의 연구개발에 나섬으로써 모험 자본을 끌어들이는 벤처기업은 경제 전반에 걸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바야흐로 다가올 포스트코로나 시대, 회복의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벤처기업의 퀀텀업 성장이 절실하다. 벤처기업의 역동성을 계속해서 살려나가기 위해 질적 성장을 이끌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이를 위한 규제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도 이미 지난 2019년부터 ‘제2 벤처 붐 확산 전략’에 힘을 싣고 있는 중이다. 특히 초기 벤처기업을 넘어 기업의 스케일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벤처기업의 규모를 키움으로써 경제 파급력을 더욱 증대시킨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스케일업에 좀더 강력한 힘을 싣기 위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것이 벤처업계의 숙원인 차등의결권 제도의 도입이다.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창업자 등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낸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기업에 대한 장악력을 잃을 우려를 덜고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때 마침 쿠팡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소식이 들려오며 차등의결권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쿠팡이 해외 상장으로 눈을 돌린 배경 중 하나로 차등의결권이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는 비상장 벤처 기업에게 1주당 10개 이하의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특별조치법' 일부 개정안을 이미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법안 통과가 해를 넘기는 등 진행이 더딘 상황이었다.  
 
일각에선 차등의결권 허용이 재벌 등의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발의된 법안의 내용을 보면 이같은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현재의 차등의결권 허용은 성장하는 벤처기업에 투자의 길을 터주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벤처 생태계의 지속적인 활성화를 위해,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이 맺는 과실을 국내 시장에서 거둘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 쿠팡으로 인해 모처럼 불붙은 차등의결권 논의가 단발적인 이슈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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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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