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매장도 줄폐점…홈플러스 '버티기 한계'
강남권 중심지인 잠실점까지 문닫아…"기초체력 바닥"
이달도 체불 가능성 높아…노조·직원 "긴급자금" 호소
3000억원 DIP 대출 여부가 회생계획안 통과 '분수령'
2026-02-04 16:52:51 2026-02-04 17:38:07
금천구 홈플러스 시흥점에 영업 종료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국내 유통업계의 한 축을 굳건히 지켜왔던 홈플러스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지난 2025년 3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 지 1년이 다 됐지만, 대규모 영업 중단과 인력 구조조정은 더 심각해진 모습입니다. 
 
여기에 임직원 자금 부족으로 임금 체불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홈플러스가 사실상 '버티기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 신용평가사들은 회생 돌입 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하며 재무 부담 상황을 반영하고 나섰습니다.
 
수도권 요충지까지 무너지는 '도미노 폐점'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이달 말까지 총 14개의 임대 점포가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말 가양·장림·원천·일산·울산북구점이 문을 닫았고, 지난달에는 계산·안산고잔·시흥·천안신방·동촌점이 폐점됐습니다. 이달 중에는 부산감만·문화·울산남구·전주완산 등 4개 점포가 운영을 중단합니다.
 
업계는 주요 거점 폐점 결정 자체가 홈플러스의 기초체력이 이미 바닥인 것을 방증한다고 분석합니다. 지난해 12월은 매출을 견인하던 핵심 매장이었던 가양점이 문을 닫은 데 이어, 올 하반기에는 서울 송파구의 거점인 잠실점도 영업을 종료합니다. 시장은 강남권 주요 전략적 요충지인 잠실점 폐점이 갖는 상징성이 적지 않다고 평가합니다.
 
또한 경기 남부 핵심 상권 화성동탄점, 천안점 등 지역 거점 점포 역시 영업을 멈추고 구체적인 퇴거 일정을 검토 중입니다. 지난 2000년 홈플러스의 첫 수도권 진출 점포였던 안산점은 지난달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안산점은 지난해 문을 닫은 선부점 직원들이 자리를 잡았던 곳인 만큼 전국적인 '도미노 폐점'이 가시화됐습니다.
 
"2만명 생계 멈췄다"…사상 초유의 임금체불 사태
 
홈플러스의 내부 상황도 악화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경영진은 최근 내부 공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1월 급여 미지급 사실을 공식 통보했습니다. 유동성이 고갈되면서 약 2만명에 달하는 임직원의 생계가 위협받게 된 겁니다. 현재의 자금 흐름을 고려할 때 2월 임금 역시 체불될 가능성이 큽니다.
 
고육지책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본사 차장급 이상 및 부서장급 직책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인력 감축을 통해서라도 당장의 운영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이에 홈플러스 노조와 직원(한마음협의회)들은 정부와 채권단에 직접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홈플러스 일반노조는 긴급운영자금(DIP) 지원을 촉구하는 국민 청원을 제기하고 "수만 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이 하루아침에 생계 기반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며 "회생절차 성패가 단기간 내 유동성 확보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도 지난달 국회 긴급좌담회에 참석해 "정상적 상황과 비교해 매장 물품이 50% 수준으로 줄었다"면서 "회생은 직원들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긴급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회생 시계가 멈출 수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홈플러스 마트노조는 경영진의 무책임한 대응을 규탄하며 지난 3일부터 무기한 공동 단식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노조는 특히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하며, 사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쟁 수위를 더욱 높이겠다는 입장입니다. 
 
홈플러스 직원 협의회인 한마음협의회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에 '긴급자금지원'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접수하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지지부진한 자구책…회생계획안 통과 여부 '분수령'
 
지금으로서는 회생계획안 통과 여부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회생계획안이 통과되려면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3000억원 규모 DIP 대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홈플러스가 청산으로 가게 되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게 됩니다.
 
임직원을 비롯해 협력사와 입점 업체의 연쇄 피해는 물론 지역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 점포 하나가 폐점될 때마다 해당 점포에 입점해 있던 다수의 소상공인과 협력업체들은 보상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생계 기반을 잃는다고 설명합니다.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발생한 납품대금·정산대금 지연 규모는 약 3457억원 수준으로 집계되는데요. 이미 일부 협력업체들이 납품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면서, 공급 차질이 생기는 악순환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료 부담이 크더라도 유지해야 할 상징적인 매장까지 정리한다는 것은 더 이상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며 "고정비를 감내할 수 있는 체력이 사실상 소진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