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리뷰)‘네겐 너무 소중한 너’ 그렇게 진짜 아빠 된다
시청각장애인 겪는 또 다른 차별
2021-04-30 00:00:00 2021-04-30 00:00: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모성애 혹은 부성애를 두고 낳은 정이 우선인지 기른 정이 우선인지 답을 내리기 어려운 난제다. 더구나 최근 모성애, 혹은 부성애가 존재하는 지 의문을 제기할 만큼 잔혹한 아동 학대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네겐 너무 소중한 너라는 작품이 이런 사건으로 인해 각박해진 마음 한 켠을 따뜻하게 한다.
 
재식(진구 분)은 행사 모델을 관리하는 기획사 사장이다. 하지만 변변치 못한 벌이로 인해 궁핍한 생활을 이어간다. 더구나 빚까지 있는 몸. 그렇기에 재식은 돈만 빼고 세상 무서울 게 없는 거친 인물이다. 그런 재식에게 변화가 찾아온다. 행사 모델 중 하나인 지영의 갑작스런 죽음이 시작이다. 재식은 지영이 빌려간 돈을 받기 위해 무작정 지영의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재식은 은혜(정서연 분)을 만난다. 그리고 재식은 지영의 전세자금이라도 받아내기 위해 은혜의 가짜 아빠 행세를 한다.
 
'네겐 너무 소중한 너' 스틸. 사진/파인스토리
 
이 영화는 장애를 다룬 수많은 작품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법이 만든 테두리 안에 속하지 못한장애인의 실상을 조명했다는 점이다. 보통 장애인을 다룬 작품은 시각 장애, 청각 장애, 이도 아니면 지적 장애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어느 작품에서도 시청각 장애인을 다룬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차별 속에 차별을 겪는 시청각 장애인의 모습을 목격한다. 은혜의 교육을 위해서 찾은 교육 기관에서 은혜는 그 어느 곳에서도 교육을 받을 수 없다. 시각 장애 교실에서는 청각이 문제가 되고 청각 장애 교실에서는 시각이 문제가 된다. 더구나 법이 그렇다는 답변을 내놓는 교육 기관의 모습에 재식은 화를 낸다.
 
횡단보도에서도 은혜는 차별을 겪는다. 장애 교육 기관에서 실망을 한 뒤 돌아오는 길, 재식과 은혜는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린다. 신호가 바뀌는 시점에 재식의 시야를 가리며 멈춘 트럭. 이로 인해 재식은 시야가 가려지고 청각 장애인을 위한 신호등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신호가 바뀐 사실을 인지한다. 하지만 시청각장애를 가진 은혜는 그저 해맑게 웃기만 한다. 그제야 재식은 자신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있는 은혜의 손을 꼭 잡아준다. 은혜의 불편을 이해하지 못한 재식이 처음으로 은혜의 불편을 이해한 순간이기도 하다.
 
'네겐 너무 소중한 너' 스틸. 사진/파인스토리
 
그렇다고 이 영화가 시청각장애인의 차별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오히려 가짜 아빠였던 재식이 은혜와의 동행을 통해 진짜 아빠로 바뀌는 과정에 더 집중을 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모성애가 아닌 전우애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바꿔 말하면 모성애, 혹은 부성애가 절로 나오는 게 아닌 치열한 육아를 통해 전우애처럼 생기는 것이 모성애, 혹은 부성애라는 말이다. 재식은 교육기관도 포기한 은혜의 교육을 손수 하기 시작한다. 오로지 촉감을 통해 재식과 은혜는 소통을 하기 시작한다. 그 시작은 분명 불순한 의도였다. 어떻게든 은혜가 아빠라는 말을 자신에게 하게 만들어 전세금을 얻어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은혜와 함께 하면서 서서히 재식에게 부성애가 스며든다.
 
연기 잘하기로 이견 없는 진구의 연기도 연기지만 정말 놀라운 건 은혜를 연기한 정서연 배우다. 7살 정서연 배우는 성인 배우도 쉽지 않은 장애 연기를 완벽하게 했다. 더구나 시청각 모두 장애를 가진 은혜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네겐 너무 소중한 너를 보고 있으면 일본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떠오른다. 낳은 정과 기른 정, 어느 것이 옳은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영화. 그렇기에 시청각장애인의 차별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 꾸준히 들려오는 아동 학대 사건으로 인해 각박해진 마음을 촉촉하게 만드는 영화다. 512일 개봉.
 
'네겐 너무 소중한 너' 스틸. 사진/파인스토리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