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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닥터 브레인’ 김지운 감독 “처음에는 영화로 제작하려 했다”
“더 풍요롭게 바뀐 콘텐츠 제작 시장 ‘영화→드라마’ 변화 시도”
“뇌 과학 전문가 자문…‘이론적 가능’ 자문 얻은 뒤 상상력 발휘”
2021-11-18 01:00:01 2021-11-18 01: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름 석자 만으로도 그는 믿고 볼 수 있는콘텐츠를 만들어 낸단 확신을 준다. 지금은 전 세계에 K-콘텐츠가 대세가 됐다. 하지만 그 이전 할리우드에서 K-콘텐츠는 이 사람 작품을 두고 한 말이었다. 한국 영화 감독 가운데 가장 자기 색깔이 뚜렷한 연출자. 무엇보다 그는 코미디부터 범죄 스릴러 액션 공포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색깔과 인장을 뚜렷하게 투영시키는 작업을 이어왔다. 아무리 그의 이름을 지우려고 해도 그가 연출한 작품에는 이름 석 자가 또렷하게 새겨져 있는 듯했다. 그래서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리고 계속해서 김지운이란 이름 석 자는 가장 완벽하고 온전한 대체불가로 평가 받고 있다. 세계 최대 기업 애플의 OTT플랫폼 애플TV+’가 런칭 기념 오리지널 시리즈 연출자로 김지운 감독을 선택한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김 감독은 애플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이어질 새로운 얘기에 흥미를 느끼고 합류를 결정했다. 김 감독에겐 연출자 생활 동안 첫 드라마 연출이 될 것이고, 애플TV+로선 런칭 이후 첫 번째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다. 동명의 인기 웹툰 닥터 브레인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을 만났다.
 
김지운 감독. 사진/애플TV+
 
닥터 브레인은 편당 1시간씩 총 6편으로 이뤄져 있다. 무려 6시간 분량이다. 최대 두 시간이 조금 넘는 상업 영화의 러닝타임에 길들여 진 감독들 입장에선 생소하다 못해 다른 영역의 일인 셈이다. ‘천하의 김지운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닥터 브레인은 김 감독이 처음 기획을 하고 제작까지 겸한 작품이 아니다. 단순하게 연출 제안만 받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영화를 생각했었다고.
 
이 작품의 구성 요소들을 당연히 전 영화적으로 바라봤고. 이거 영화로 만들어도 되지 않나싶었죠. 더욱이 이 작품 연출을 제안 받았을 때는 코로나19’ 펜데믹 전이었어요. OTT플랫폼은 생각도 안 했었고. 영화적으로 어떻게 풀어가 볼까 고민해 볼 여지가 있겠다 싶었죠.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고. 오히려 콘텐츠 제작 시장은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죠. 여기에 원작 얘기를 더 깊고, 풍성하게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드라마를 결정했죠.”
 
영화와 드라마를 결정하는 요소는 분명 여러 가지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독들에게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경계선은 명확했다. 우선 표현의 자유가 있다. 그리고 완성된 작품을 선보이는 플랫폼의 차이. 여기에 규모와 영화 자체만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독자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OTT란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이런 모든 것의 경계가 무너졌다. 김지운 감독이 닥터 브레인을 드라마로 결정한 이유의 배경도 어느 정도 이런 이유가 작용했다.
 
'닥터 브레인' 스틸. 사진/애플TV+
 
당연히 영화의 반대가 드라마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죠. 영화의 고유성은 큰 스크린을 통해서만 다뤄져야 하고 보여질 수 있다고 믿었으니. 또한 OTT이전까진 드라마는 표현이나 수위에 제약도 심했고, 영화에 대한 주목은 더 컸죠. 근데 어느 순간부터 그 두 개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죠. OTT가 영화의 독자성을 가져가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사이즈만 포기하면 OTT가 오히려 더 스크린보다 모험적인 시도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더라고요.”
 
이런 제약의 틀이 깨진 OTT는 김지운 감독에게 다른 지점을 많이 보여줬다. 특히 닥터 브레인을 만들면서 배우 구성에 큰 공을 들였다. 영화 기생충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배우가 됐던 이선균이 김지운 감독의 러브콜에 화답했다. 김지운 감독과 수 많은 작품을 함께 했던 박희순도 이 작품에 합류했다. 이유영 서지혜 이재원 등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던 실력파 배우들이 모두 모여 들었다. 제약의 틀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특히 이선균이 김지운 감독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이선균이란 배우는 중산층의 호감형 느낌이 강하죠. 편하게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특히 선균씨에게 이번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영화라면 표현이 달랐을 텐데, 드라마이다 보니 선균씨가 연기한 세원의 표현이 너무 힘들었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서사를 따라가야 하는데 그게 너무 어려웠어요. 결국 선균씨와의 대화를 통해 인물의 온도를 조금씩 높여가는 방식으로 그 표현을 대신했죠.”
 
'닥터 브레인' 촬영 현장의 김지운 감독. 사진/애플TV+
 
사실 가장 고민스러운 점은 아무래도 닥터 브레인의 내용일 것이다. ‘뇌 동기화즉 내 생각과 남의 생각을 연결하는 SF장르 속에서나 나올 법한 방식이 주요 소재다. 더 쉽게 표현하고 설명하자면 타인의 뇌를 들여다 본다란 점이다. 6부작 안에 액션도 있고 느와르도 있으며 미스터리와 스릴러 그리고 휴머니즘과 감동 등 존재하는 거의 모든 장르가 다 들어가 있어야 했다.
 
사람의 뇌와 기억을 들여다 보는 게 가능한가. 거기서부터 시작했습니다. 뇌 과학 서적을 찾아보고, 전문가분들의 자문도 받았죠. 전문가 분들의 자문은 이론적으론 가능하다였습니다. 그걸 전제로 각색을 하고. 드라마적 요소를 가미했습니다. 6부 가운데 1부와 2부는 이야기의 빌드업개념, 3부와 4부는 빨라지는 얘기의 전개. 그리고 마지막 5부와 6부에서 벌려 놓은 얘기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구성을 했죠. 전 노력을 많이 했는데, 어떻게 봐주실지 너무 궁금합니다(웃음)”
 
김 감독은 계속 새로운 플랫폼과 새로운 환경에 도전 중이다. 이미 할리우드도 경험했다. 세계적인 회사와 함께 작업도 해봤다. 세계 최대 IT기업인 애플의 OTT플랫폼과도 이번에 작업해 봤다. 영화를 넘어 드라마도 해봤다. 장르적으로 경험해 보지 못한 얘기도 없다. 그는 자신의 이런 성향에 대해 되게 재수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차기작에 대한 힌트도 공개했다. 물론 닥터 브레인시즌2 의향도 덧붙이면서 말이다.
 
김지운 감독과 '닥터 브레인' 출연 배우들. 사진/애플TV+
 
우선 전 같은 걸 하는 성격은 못 되는 것 같아요. 호기심이 강해서 그런지(웃음). 아마 그 호기심이 이 나이에도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 같아요. 시즌2는 아직 결정도 안됐고 가능할지도 모르겠어서(웃음). 만약 된다면 선균씨가 뇌과학을 이용해 매회 에피소드별 범인을 쫓는 과정을 그리는 얘기를 해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차기작은 드라마가 아닌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영화가 될 듯합니다. 차기작에 대해 밝힐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 입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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