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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치수, 어떻게 할 것인가①)"올 여름 폭우는 시작…갈수록 강해질 것"
"전국 연평균 강수량 중 20~30% 수준의 비"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 폭우 환경 조성"
"탄소중립 후 잔여 효과…지구, 기온상승 지속
서울, 불투수면적률 가장 높아…빠른 도시화도 영향
2022-08-23 06:00:00 2022-08-23 06:00:00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지난 8~9일, 115년 만의 시간당 1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서울 도심 곳곳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타격이 컸던 중부지역에 응급복구비를 지원하는 등 피해복구에 만전을 가하고 있다. 특히 강남역 일대는 매번 폭우가 내릴 때마다 상습적인 침수가 발생하면서 서울시의 대책 마련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빠른 기후변화와 도시화에 따른 극단적인 폭우가 다시 올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치수 대책이 적합하지만,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편집자주)   
 
기상학 전문가들은 이번 집중호우의 배경에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있다고 진단한다. 향후 이같은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잦아질 것이란 경고가 나오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취약지역 우선순위를 정해 방재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2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7일 오전 10시30분 기준, 이번 집중호우(8~12일)로 발생한 인명피해를 총 46명으로 집계했다. 사망자가 14명, 실종자가 6명, 부상자는 26명이다. 대피인원은 전국 7개 시·도, 63개 시·군·구 4257세대 8143명이다. 이재민 1733세대 2873명이 발생했고, 이중 818세대 1548명이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2524세대 5270명이 일시 대피했으며 878세대 2365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시간당 135.5㎜, 경기 광명시에는 109.5㎜의 비가 쏟아진 만큼 수도권 사망자(서울 8명, 경기 4명) 피해도 컸다. 특히 기상청의 비공식적 관측으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서는 지난 8일 1시간 동안 141.5㎜의 엄청난 비가 내렸다고 기록되는 등 폭우의 위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 주차장이 물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이번 중부지방 폭우는 전국 연평균 강수량 1500㎜ 중 20~30%에 해당하는 강수량이 3시간에서 4시간 사이에 쏟아진 것"이라며 "극한 현상 중에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원인으론 기후변화가 꼽힌다. 온실가스는 공기를 따듯하게 만든다. 온실가스로 따듯하게 만들어진 공기는 수증기를 더 많이 머금을 수 있는 상태가 되는데 이 수증기가 구름의 재료가 돼 비를 내릴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한다. 쉽게 말해서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워질수록 비가 많이 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수십년 동안 지속되어 온 것으로, 추후 더 자주 더 강하고 많은 비가 쏟아질 거란 얘기다.
 
윤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탄소중립이 돼야 하지만, 전 세계가 동의해서 탄소중립을 실현한다고 해도 온실가스 잔여 효과 때문에 최소한 10년 이상에서 20년까지 지구는 더 더워질 것"이라며 "이번과 같은 잦은 집중호우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 잔여 효과가 떨어질 때까지 집중호우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취약지역의 우선순위를 정해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방재 기준을 다시 설정해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후변화와 함께 급격한 도시화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서울은 지표면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여 빗물이 지하로 잘 스며들지 못하는 불투수면적률이 가장 높은 도시다. 지난 2020년 12월 환경부·국토교통부 등 6개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제3차 강우유출 비점오염관리 종합대책에 따르면 서울은 2017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별 불투수면적률이 52.84%로 가장 높게 분석됐다. 
 
또 전국 불투수면적률은 2017년 7.7%에서 2025년 9.21%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불투수면의 증가는 물순환 체계를 왜곡시켜 도시침수 문제를 초래한다. 서울은 불투수면적률이 반 이상인데 이번 집중호우에 유독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다.
 
시민단체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서울은 기후재난에 취약한 반생태적 도시가 돼가고 있다. 대지는 불투수면적률이 높고 녹지가 적은 데다, 곳곳의 하천들을 복개하는 등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제3차 강우유출 비점오염원관리 종합대책. (자료=관계부처합동)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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