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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파산에 도미노 위험 신호 확산…감시 수위 높이는 규제 당국
금융당국, 파산 대비해 주요 거래소에 자금 관리 내역 등 요구
코인베이스, 지갑앱서 4개 가상자산 지원 중단…비트프론트는 자진폐업
유럽, 미카2 법안 필요성 강조…다음달 미국서 FTX 청문회 열려
2022-11-30 16:27:59 2022-11-30 16:27:59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글로벌 3위 거래소 FTX에 이어 가상자산 대부업체 블록파이까지 파산보호 신청에 나서면서 코인업계 줄도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당국은 법적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는 한편 규모가 큰 코인기업들에 재무 데이터 제출을 요구하는 등 기존 대비 감시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가상자산 관련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론 와이든 미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은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크라켄, 쿠코인, 비트파이넥스, 제미니 등 주요 거래소들에게 각사의 고객 예금·자산 관리 정책, 대차대조표 등을 요구했다. 또 파산과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대응책을 설명하라고 요청했다.
 
론 와이든 위원장은 "FTX에 자금이 있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은행이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혹은 증권투자자보호공사(SIPC)의 중개인과 같은 보호 장치가 없다"며 "FTX 사태가 실패하기 전 보호 조치가 마련돼 있었다면 지금 같은 피해를 입은 투자자는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글로벌 해외 거래소들은 준비금 보유 현황 공개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언론에 알리고 나섰다. 최근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크라켄, 비트멕스 등은 거래소 준비금 상황을 공개하며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대출업체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은 파산을 피하기 위해 구조조정 전문가를 고용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러한 조치만으론 신뢰할 수 없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네시스의 경우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고팍스의 코인 예치 서비스 '고파이'의 운용사이기도 해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로 확산될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준비금 현황에 대해 공개를 거부하는 곳도 있다. 출금 중단을 선언한 가상자산 대출업체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에 이어 가상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은 자금 보유 내역 증빙을 거부해 투자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그레이스케일은 디지털 자산을 보관하고 있는 코인베이스 커스터디의 증명 서한을 공개했지만 이번엔 기관투자자들이 코인베이스에서 가상자산을 빼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FTX 유동성 위기를 계기로 코인업계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9일(현지시간) 코인베이스는 지갑 애플리케이션에서 리플, 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클래식, 스텔라 등 4개 주요 가상자산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낮은 사용률이 지원 종료의 이유인데, 이들 코인은 코인 호황기였던 2017년 한때 시가총액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던 유명 코인들이다. 네이버의 일본 관계사 라인이 미국에 설립한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프론트는 29일 영업을 개시한 지 3년도 안 돼 자진 폐업했다. 비트프론트는 FTX 여파와 무관하다면서 라인 블록체인 생태계와 링크 토큰 경제의 보호를 폐업의 이유로 들었다. 비트프론트는 이미 신규 가입을 중단한 상태로, 고객에게는 내년 3월31일까지 모든 자산을 출금할 것을 요청했다.
 
글로벌 금융당국은 FTX발 유동성 위기 심화에 규제 수위를 기존보다 더욱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9일 FTX 사태에 대해 광범위한 가상자산 규제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유럽연합 가상자산 규제안 미카(MiCA)를 넘어서는 더 광범위한 가상자산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최근 가상자산의 신뢰성에 문제가 분명하게 드러난 만큼 미카2가 필요하다. 유럽이 가상자산 규제의 리더가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뉴욕 주지사는 최근 가상자산 채굴 금지 내용 관련 법안에 서명했다. 앞으로 2년 동안은 화석연로 발전소를 기반으로 한 채굴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에서 처음 내려진 조치로, 가상자산 관련 업체들은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12월 13일 예정된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FTX 관련 청문회도 주목받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패트릭 맥헨리 미국 하원의원은 FTX 사태 속 바이낸스의 역할이 12월 FTX 청문회의 주요 현안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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