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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세입자가 왕"…갑을 뒤바뀐 임차시장
갱신계약 이후 세입자 "나가겠다"…집주인 '난감'
보증금 인하 갱신계약 증가…헬리오시티 13억→9.5억
올해 전셋값 약세 지속…임차시장 혼란 가중 전망
2023-01-30 06:00:00 2023-01-30 06:00:00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경기도의 한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A 씨. 3달 전 세입자와 기존 전세 보증금에서 6000만원을 낮춰 갱신계약을 맺었는데요. 갱신계약 당시 가격보다 현재 시세가 더 떨어지자 세입자는 집을 나가겠다며 보증금을 내달라고 해 난감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세입자가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집을 여러 채 가진 임대인들은 갑자기 거액을 구하느라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갱신계약의 경우 세입자가 3개월 전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 집주인은 보증금을 돌려줘야 합니다. 전셋값 상승기 세입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 이제는 집주인을 압박하는 수단이 된 것입니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세금 납부 증명서와 재직 증명서를 살펴보는 일종의 면접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추후 전세 보증금을 내줄 수 있는지 보려는 의도입니다. 최근 전세계약을 체결했다는 한 임대인은 "임차인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어봐서 신원 확인을 해줬다"며 "집주인이 갑인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습니다.
 
전셋집을 보기 위해 문 앞에 줄지어 기다리고, 제비뽑기로 세입자를 결정했던 2년여 전 전세난 시절과는 딴판입니다. 이제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모셔와야 할 판인데요. 전셋값 삭감이나 도배는 물론 화장실 리모델링, 싱크대 교체 등 세입자의 요구도 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시세표가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전셋값 매주 1%씩 뚝뚝…역전세 심화
 
이는 전셋값이 빠르게 떨어지며 발생하는 '역전세 현상' 때문입니다. 전세 시세가 계약 때보다 더 내려가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내줘야 하는 것입니다.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주간 기준)은 올해 들어 3.13% 하락했습니다. 서울은 매주 1% 이상의 낙폭을 보이며 한 달 새 4.26% 떨어졌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매맷값(올해 서울 1.77% 하락)과 전셋값의 낙폭을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며 "지난해 매맷값이 급락했다면 올해는 전셋값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추이. (자료=한국부동산원)
 
고금리로 전세 수요는 줄어드는 가운데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역전세난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갱신계약 시 보증금을 내리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데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는 13억원의 종전 보증금에서 이달 9억5000만원으로 3억5000만원 낮춰 갱신계약을 맺었습니다. 같은 평형대가 12억원에서 8억5000만원으로, 11억8000만원에서 8억7000만원으로 갱신하기도 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수도권 국토교통부 전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과 11월 종전 계약보다 전세환산 보증금을 감액한 갱신계약 비율은 13.1%로 나타났습니다. 직전 3분기(4.6%)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올해 전셋값 하락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집주인과 세입자간 혼란은 가중될 예정입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셋값 하락 이유는 금리와 입주물량 때문"이라며 "금리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경기·인천과 서울 강남 등에 입주물량이 많아 올해 전셋값 약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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