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의 회장님 돋보기)구본무의 승부수, 권영수 투입…엔솔 살렸다
30년전 2차전지 점찍은 구본무 회장 혜안에 권영수 능력 결실
"2차 전지 접자" 임원 건의에 대노한 구본무, '권영수 해결사'로 배터리 지원사격
검은 터틀넥에 청바지 스타일링…사내복지 등 육아 지원도 '갓영수'
2023-07-17 06:00:00 2023-07-17 11:11:46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배터리 기업으로 고속 성장한 배경엔 구본무 LG 명예회장의 승부수와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의 능력이 자리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6116억원으로 전년 동기(1956억원)보다 212.7% 급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1조2448억원)은 작년 한 해 영업이익(1조2137억원)을 이미 넘어섰고, 매출은 6개 분기 연속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배터리 제조업체로 자리매김하게 된 건 터를 닦은 구 명예회장의 혜안과 뚝심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구 명예회장이 2차전지(배터리) 사업에 역점을 둔 건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1992년 LG그룹 부회장이었던 구 명예회장은 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영국으로 출장을 떠났습니다. 당시 한 번 쓰고 버리는 건전지가 아니라 충전을 하면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이 가능한 2차전지를 접하게 되고 미래의 새로운 성장사업이 될 가능성을 직감했는데요.
 
2011년 1월 구 명예회장이 글로벌CEO전략회의에서 최고경영진과 대화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귀국하면서 2차전지 샘플을 챙겨왔고, 계열사이던 당시 럭키금속(현 LG화학)에 2차전지 연구를 지시했습니다. 당시 2차전지에서 선전했던 일본의 경우 10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양산에 성공했다는 점을 비춰보면 구 명예회장의 도전은 어쩌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것이지요.
 
수년간의 투자가 이어졌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았고 급기야 "2차전지 사업을 접자"는 임원들의 건의가 쏟아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차전지 사업이 도무지 적자를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실적이라는 수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임원들이 '재고'를 권유한 것입니다. 이에 구 명예회장은 "당신들이 하자고 한 거 아니오. 그런데 이걸 접자고 하면 말이 되냐. 최소한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격노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런 구 명예회장의 승부수가 바로 권영수 부회장 투입이었습니다. 구 명예회장은 2012년 LG그룹의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권 부회장을 따로 불러 "배터리 사업도 액정표시장치(LCD)처럼 세계 최고로 키워 달라"는 특명을 내립니다. '화학'의 관성적 체질을 '전자'라는 새로운 개념의 접근으로 대전환을 꾀한 겁니다. 권 부회장은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는데요. 2012년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중대형 배터리를 시장 1위에 올려놓는 성과를 이룹니다.
 
재계 관계자는 "여타 기업들이 최근 글로벌 불경기와 반도체 불황으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는 반면, LG그룹은 호실적을 내는 상반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배터리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미리 투자한 구 명예회장의 선구안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여기에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등 여러 계열사를 거친 권 부회장의 능력이 섞이며 제대로 성과가 발휘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구 명예회장이 뿌린 씨앗에 권 부회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지난 2018년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 구본준 LG 부회장(가운데)이 하현회 LG 대표이사 부회장(왼쪽부터),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과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런 연유에서였을까요. 권 부회장은 지난해 1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첫 날 구 명예회장에게 모든 공을 돌리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권 부회장은 "일찌감치 2차전지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강조해 온 고 구본무 회장님께서도 오늘의 이 자리를 누구보다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10년 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았을 때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2차전지 사업이 그만큼 어렵고 힘든 사업이기 때문"이라며 "뚝심과 끈기의 리더십을 발휘하신 고 구본무 회장님을 비롯해 여러 선배 임직원분들의 땀과 노력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권 부회장의 스타일링과 사내복지 지원도 재계에서 주목받고 있는데요. 권 부회장은 2022년 이후로 스타일에 변화를 줬습니다. 기존 2대8 가르마에 전형적인 샐러리맨 스타일에서 애플의 공동 창업자이자 전 CEO인 스티브 잡스와 비슷한 외형으로 변신을 시도한 겁니다.
 
권 부회장은 둥근 안경테에 짧은 머리, 검은색 터틀넥에 청바지, 수염까지 기르는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히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평소 행사에도 청바지에 터틀넥을 입고 다니신다"고 전했습니다. 동시에 조직 내 호칭도 "권영수님"으로 불리며 수평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육아에 대한 지원도 남다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9월 미취학 자녀를 둔 임직원을 위해 마곡캠퍼스 등에 이어 서울 여의도 파크원 본사에도 어린이집을 설립한 바 있습니다. 그간 직원들의 요청에 권 부회장이 화답한 결과입니다.
 
사내 어린이집은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는데요. 업계 관계자는 "사내 어린이집에 비치된 장난감 모두 친환경이자 인체에 무해한 해외 고가 제품"이라며 "여성 직원들 사이에서 '한국에 있는 어린이집 중에 엔솔 어린이집이 가장 좋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라고 귀띔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직장인 온라인 게시판에 CEO 등에 대한 불만 글이 올라오는 게 통상적인데 LG에너지솔루션은 '갓영수'라는 찬양 글이 올라온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 복리후생 개선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진심으로 개선해주시려 노력하는 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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