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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스미국11호 ‘매각 또는 대환대출’ 석달 남았다
7월 대출만기 전 결론내야…헐값 매각 가능성 커져
임대계약 13년 남았는데…투자자 연장 원해도 운용사 일방독주
1좌 30~40원 분배금, 5원으로 ‘뚝’
2024-03-23 02:00:00 2024-03-23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해외 부동산펀드들의 손실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면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펀드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미 자산을 매각하고 청산 절차를 밟고 있거나 매각을 미루기 위해 펀드 만기를 연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11호(이하 맵스미국11호)의 경우 펀드 만기 예정일이 내년 1월이어서 아직 관심 밖에 있지만, 사실상 올해 7월 전엔 매각하거나 리파이낸싱을 결정해야 해 시한폭탄의 주인공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올해 만기 펀드들, 청산하거나 연장하거나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부동산펀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이하 맵스미국9-2호)가 청산되면서 대규모 투자 손실이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은행권의 홍콩ELS 손실 배상과 맞물려 펀드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금감원에 계속 민원을 넣고 있어 논란은 갈수록 커질 전망입니다.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 부동산펀드 다수의 판매시기가 2017년에서 2018년 사이에 집중된 탓에 펀드 만기도 줄지어 예정돼 있습니다. 대부분의 평가손실이 크다 보니 각 펀드들의 보유 자산 매각 또는 펀드 운용기간 연장 여부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달 22일이 펀드 만기예정일이었던 한국투자밀라노1호 펀드는 운용기간을 3년 연장했습니다. 하나대체투자나사1호 펀드도 이달 30일이 만기였으나 지난달 수익자총회를 열고 기한을 5년 뒤로 미뤘습니다. 이지스글로벌229호 펀드의 경우 2월28일 기한이익상실(EOD) 위험에 몰려 만기를 오는 10월까지 미뤄둔 상태입니다. 
 
맵스미국9-2호는 이들과는 달리 자산을 매각하고 손실을 확정, 최근 청산 작업을 마무리했으며, 하나대체투자미국LA1호 펀드도 자산 매각 후 청산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이들과는 달리 한국투자도쿄한조몬오피스(6월 만기)나, 하나대체투자일본1호(8월 만기)는 일본 부동산 시장이 괜찮아 별 탈이 없을 전망입니다.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11호 펀드가 투자한 미국 애틀란타 소재 스테이트팜 빌딩.(사진=Cooper Carry)
 
맵스미국11호 대출만기 7월…그 전에 매각 여부 결정해야
 
이에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음 차례가 될 맵스미국11호에 옮겨가 있습니다. 이 펀드는 만기가 내년 1월로 예정돼 있으나 사실상 올해 7월이 만기인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건물을 매입할 당시 조달한 대출의 만기가 오는 7월이라서 그 전엔 보유 자산을 매각하든 대출을 갈아타든 둘 중 하나를 성사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맵스미국11호가 투자한 부동산은 미국 애틀란타에 소재한 오피스입니다. 건물을 매입하는 데 든 2억8240만달러 중 1억2780만달러는 맵스미국11호 펀드를 조성해 조달했고, 1억5800만달러는 현지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맵스미국9-2호 펀드처럼 스테이트팜 보험사가 단일 임차인인 건물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임차인이 건물을 비운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임대차계약은 2037년까지 체결돼 있어 임대료는 정상적으로 들어오지만 공실이 건물 가치를 떨어뜨린 것입니다. 지난해 현지 감정기관의 평가 결과 오피스 가치는 2억4300만달러로 하락했습니다. 여기에서 대출을 뺀 금액이 펀드 평가액이므로 펀드 기준가는 더 많이 떨어지게 됩니다. 감정가를 반영하기 직전 1좌당 1342원이던 기준가는 하루아침에 821원으로 추락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시세가 더 하락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건물을 감정평가한 시기는 6월이며, 그 결과를 기준가에 반영한 것은 10월26일입니다. 6월 이후로 애틀란타 지역의 오피스 공실률이 더 올랐기 때문에 올해 시세나 감정평가액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지금 매각을 추진한다면 작년 감정가 미만으로 팔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에 따른 투자자 손실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맵스미국11호의 경우 맵스미국9-2호보다 손실률이 더 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같은 우려가 반영돼 현재 장내에서 거래되는 수익증권 시세도 200원대에 형성돼 있습니다. 펀드 기준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운용사 일방독주 막지 못해
 
이 때문에 다른 펀드들처럼 운용기간을 연장하길 바라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오는 7월로 만기가 예정된 대출을 해결해야 합니다. 2017년 당시엔 1억5800만달러를 연 3.06% 저금리로 조달했습니다. 지금 금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지만, 금리를 높이더라도 대출이 가능할지 알 수 없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공식적으론 리파이낸싱과 매각 모두 열어놓고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리파이낸싱보다 매각에 치중하는 분위기입니다. 만기를 연장한다고 해서 시장이 회복되고 시세가 반등할 거란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맵스미국11호는 다른 펀드들과 달리 임대차 계약이 2037년까지 13년 더 남아 있다는 차별점이 있습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한데 하필이면 열악한 시장의 한가운데에서, 금리도 정점에 있을 때 매각을 추진하려 한다는 사실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만이 큰 상황입니다. 
 
펀드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에 처한 상황과 운용사의 결정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으나, 공모 펀드의 경우 자산 매각을 운용사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미래에셋의 일방독주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대출만기일까지 실질적으로 석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아 맵스미국9-2호 펀드처럼 어느 날 갑자기 헐값에 매각했다는 소식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운용사의 선관의무를 지적하고 있으나 이런 주장이 금융감독당국에 의해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다만 홍콩H지수 연계 ELS 사태에 이어 해외 부동산펀드도 불완전판매 관련 민원이 늘고 있어 금감원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맵스미국11호 펀드는 최근 3월 분배금을 1좌당 5.03원 지급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이 펀드는 6개월마다 지급하는 분배금을 지금까지 1좌당 30원보다 많이 지급했습니다. 이번엔 아무런 공지 없이 갑자기 분배금을 줄여 투자자들은 여러 모로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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