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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금융 불모지 태국)④"인뱅·핀테크 접근 승산있다"
(인터뷰) 길태준 태국 카시콘은행 한국기업지원팀장
태국 정부, 설립 조건 충족한다면 금융 라이선스 허가
2024-03-27 06:00:00 2024-03-29 16:23:03
 
(방콕=윤민영 기자) 한국계 은행 불모지인 태국에서 유일하게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 있습니다. 바로 태국 3대 은행으로 꼽히는 '카시콘은행(Kasikorn Bank)'입니다.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은 21일 태국 방콕에 있는 카시콘은행 본점을 찾았습니다. 여기는 취재팀의 숙소가 있던 방콕 와타나 지역과 7km 정도 떨어진 파야타이라는 곳입니다.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사용하는 그랩(Grab)이라는 앱으로 택시를 잡았더니 예상 소요 시간은 30분이 채 되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교통체증이 워낙 심한 방콕인지라 변수를 생각해 1시간 전에 출발했더니 인터뷰 시간 직전에 늦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카시콘은행은 자산 기준으로 태국에서 두 번째 규모의 상업은행으로 1976년 태국 증권시장에 상장한 회사입니다. 1945년 창립했을 때는 농민은행인 파머스뱅크(Farmers Bank)로 시작했습니다. 파머스뱅크가 출범할 때 태국은 농업이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태국도 산업화 시대를 맞았고, 파머스뱅크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상업은행으로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현재 이름으로 바뀐 건 2003년입니다. 다만 농업의 의미를 담은 '카시콘'이라는 이름, 은행을 대표하는 초록색과 벼 모양의 로고를 통해 뿌리는 남겨뒀습니다.
 
카시콘은행 입구에 도착했을 때 눈길을 끈 건 1층 외벽에 초록색 바탕으로 랩핑 된 짱구, 헬로키티, 원피스 등 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캐릭터였습니다. 알고 보니 카시콘은행은 네이버 일본의 관계사인 라인(LINE)과 합작법인을 설립했을 만큼 일본 기업과 교류가 많았습니다. 일본은 태국에서 금융업 외에도 자동차, 인프라 사업 등으로 오랜 세월 태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 태국 현지 은행과 접점이 많습니다.
 
태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현지에서 은행업무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 서비스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길태준 카시콘은행 팀장이 21일 <뉴스토마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카시콘은행 내부로 들어서자 1층에서는 창구 영업이 한창이었습니다. 길태준 카시콘은행 팀장(한태상공회의소 부회장)의 안내를 받아 16층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로 올라갔습니다. 길 팀장은 한국의 한 은행에서 근무하다가 2008년 카시콘은행이 처음으로 한국기업지원팀을 만들었을 때 인연을 맺었습니다. 
 
태국에는 한국계 은행이 없기 때문에 한국의 기업들이 은행 업무를 보는 데 어려움이 많은데요. 길 팀장은 카시콘은행에서 태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자금 조달, 계좌 생성 등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금융서비스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카시콘은행은 태국 로컬은행 중 유일하게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전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용도가 높습니다. 태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 무려 45%가 카시콘은행 계좌를 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길 팀장은 "대출 등 중요 업무가 언어 문제로 소통 오류가 나면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서 한국 기업은 한국어 소통이 절실하다"며 "태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다른 은행에서보다 원활하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방콕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중국계, 일본계 은행과 달리 우리나라 은행은 태국 전역에 전무한 상황. 1997년 외환위기 때 철수하며 라이선스까지 모두 반납했던 국내 은행은 27년 동안 태국에 다시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 교민이 느낀 건, 1997년 외환위기의 앙금이 지금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태국은 외국계 회사, 특히 금융권 진출이 쉽지 않은 나라입니다. 한국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다른 외국계 회사도 동일하게 설립 자본금 6억달러(한화 8000억원)를 투자할 준비가 돼야 합니다.
 
태국은 IMF가 터진 후 금융산업 마스터플랜 50개년을 내놨는데요. 2차 플랜 때 외국계 은행 5곳에 지점을 낼 수 있는 라이선스를 개방했습니다. 외국계 기업에 공통적인 조건을 내걸었고 이는 한국에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그러나 한국 은행은 단 한 곳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라이선스는 호주·일본·중국계 은행의 몫이 됐습니다.
 
길 팀장은 "태국에서 한국 기업은 일본 등에 비해 그 수가 현저히 적기 때문에 높은 자본금을 투자하며 얻을 수 있는 경제성을 따져보면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질 수 있다"며 "태국 정부는 라이선스 발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놨고, 자본금 등 조건이 충족된 곳에는 허가를 내주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태국 지점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게 어렵다면 합작투자 방식으로 들어와 지분을 늘려가거나 현지 업체를 인수하며 접근하는 방법도 있고, 실제로 한국의 카드사와 증권사가 이러한 방법으로 진출해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태국 국민들이 모바일 신용시장에 인식이 열려 있고 코로나 이후 큐알(QR)페이 문화가 발달해 있기 때문에 (한국의 디지털 기술력으로) 인터넷뱅킹, 핀테크 분야로 접근하는 것도 합리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5)편에서 계속>
  
카시콘은행은 태국 현지 은행 중 유일하게 한국 기업을 지원하는 팀이 있다. 사진은 태국 방콕에 위치한 카시콘은행 본사. (사진=뉴스토마토)
 
방콕=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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