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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에 손보는 '그림자 부담금'…국민 체감 '찔끔'
2002년 도입 '그림자 조세'…32개 폐지·면제
정부, "국민·기업 부담 2조원 줄인다"
국민 부담 덜겠다지만 대부분 기업혜택↑
전기료, 4인가구 연 8000원 주는데 그쳐
2024-03-27 17:03:15 2024-03-27 17:59:21
 
[뉴스토마토 백승은·김소희 기자] 정부가 출국납부금 4000원, 여권발급비 3000원 등 그림자 조세로 불리는 '부담금'을 14년 만에 손봅니다. 국민들이 납부한 사실조차 모르거나 원인자·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나는 부담금 32개를 폐지 또는 면제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정비를 통해 국민·기업 부담 2조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부담을 덜겠다는 목표와 달리 실질적 요금 경감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요금은 연간 몇천 원, 영화 티켓은 몇백 원 줄어드는 게 전부입니다. 대부분 혜택은 기업에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에 따르면 전체 91개 부담금 중 32개 부담금이 폐지·감면된다. (사진=뉴시스)
 
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에 따르면 전체 91개 부담금 중 32개 부담금이 폐지·감면됩니다. 부담금 관리체계는 지난 2002년 도입된 후 이번에 처음 정비하는 재정 정책입니다
 
2002년 당시 부담금은 102개에서 현재 91개로 줄었지만, 부담금 징수 규모는 7조4000억원에서 24조60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이중 국민들이 존재 사실도 잘 모르는 부담금이 여러 개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티켓에 포함된 입장권 부과금, 전기요금 내 전력기금 부담금, 항공요금에 포함된 출국납부금, 국제교류기여금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민 실생활에 관련이 있는 8개 부담금을 없애거나 경감합니다.
 
특히 전력기금 부담금은 2005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3.7%를 유지 중이었는데, 해당 부담률을 1%포인트 낮출 예정입니다. 올해 7월 3.2%, 내년 7월에는 2.7%로 두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하합니다.
 
관람료의 3%인 입장권 부담금은 폐지합니다. 출국납부금은 1만1000원에서 4000원 인하한 7000원이 됩니다. 기존 2세 미만은 면제였는데, 이 기준을 12세까지 상향합니다. 국제교류기여금은 복수여권 발급 시 3000원 낮아지고, 단수여권이나 여행증명서 발급 시 면제됩니다. 자동차보험료 내 자동차사고 피해지원사업 분담금 요율도 3년간 50% 낮춥니다.
 
기업 경제활동과 관련한 24개 부담금도 구조조정합니다. 분양사업자에게 부담됐던 학교용지부담금은 사라집니다. 건설경기 불황 상황에 대비해 개발부담금은 수도권 내 50% 감면, 비수도권은 면제합니다. 이와 함께 환경개선부담금 50% 인하, 폐기물처분부담금에 대한 중소기업 감면 기준 적용 확대 등 내용이 담겼습니다.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은 "관행적인 부담금을 일제히 정비하는 데 역점을 뒀다"며 "(부담금 정비를 통해) 연간 2조원의 국민 및 기업 부담이 경감되는 것으로 전체 정치 대상 부담금(9조6000억원)의 20%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민 생활의 부담을 덜겠다는 입장이나 실질적 체감은 매우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예를 들어 전력기금 부담금은 4인 가구 기준 연간 8000원이 줄어드는 게 전부입니다. 입장권 부담금이 사라지면 영화 티켓 1만4000원 기준으로 약 420원 낮아지는 데 그칩니다. 
 
반면 전기 사용량이 많은 기업은 연간 단위로 많은 혜택이 예상됩니다. 
 
일례로 지난 2022년 삼성전자가 국내 사업장에서 사용한 전력은 2만8316기가와트시(GWh)로 연간 2조원대의 전기요금을 납부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연간 200억원대의 경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가 경쟁력 보조를 맞추기 위해 전기요금 등을 보다 기업 친화적인 차원으로 책정했다고 볼 수 있다"며 "국가적으로 어렵고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에 대한 배려를 한 것은 수긍할 만 하나 저소득층에 대한 보조적 차원의 지원 정책 또한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나라살림연구소 측은 "부담금 정비 방안은 감세정책의 일관된 흐름의 연장"이라며 "기업의 재정책임을 완화하고 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정비 방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기후 위기를 거스르고, 지자체의 재원을 축소시키며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정부의 입장과 다른 정비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며 "향후 정비 방안 시행을 위한 법이나 시행령 개정 시 특혜나 재원 마련 방안, 환경 보전 등의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부담금 감경과 폐지안에 대해서는 재논의 해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에 따르면 전체 91개 부담금 중 32개 부담금이 폐지·감면된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김소희 기자 100win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규하 경제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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