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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조 조달한 LGD, OLED 전환 가속…8.6세대 투자는 저울질
최근 3년 단기차입 부쩍 높아져
작년 단기차입 상환 7.4조 지출
올해는 실적 개선에만 집중할듯
2024-03-28 15:09:21 2024-03-28 17:33:51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최근 유상증자로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이번에 확보한 재원으로 재무 안정성 강화를 위한 채무 상환과 OLED로의 사업 체질 전환에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자금 여력이 높지 않아 8.6세대 OLED 신규 투자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됩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단기차입금 의존도는 최근 3년 새 부쩍 높아졌습니다. LG디스플레이가 최근 금융감독원에 낸 사업보고서상 재무활동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회사는 2021년에 만기 1년 미만으로 2조5738억원을 차입했습니다. 이후 2022년에는 4조7878억원, 지난해에는 6조7297억원의 자금을 빌렸습니다. 단기차입금 규모가 매년 2조원가량 늘어난 셈입니다.
 
단기차입금 규모가 증가하면서 상환액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가 작년 한해 단기차입금 상환에만 지출한 금액은 7조4461억원입니다. 이는 2021년 2조4251억원, 2022년 2조5655억원과 비교해 3배가량 늘어난 규모입니다. 단기뿐 아니라 장기차입금 등을 모두 합한 이자비용도 확대됐습니다. 회사의 지난해 이자비용은 7234억원으로 전년보다 74.5% 증가했습니다.
 
업황 악화로 실적도 부진한 상황입니다. LG디스플레는 지난해 2조510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전년(2조850억원)보다 적자 폭이 더 커졌습니다. 2년 연속 2조원대 적자를 내면서 회사의 신용등급은 작년 상반기 기존 'A+'에서 'A'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회사채 발행 금리가 오르고, 이자비용 부담도 더욱 높아집니다.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꺼낸 카드가 유상증자입니다. 이번 유상증자는 지난 2004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입니다. 회사는 이달 14일 1조2925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따른 대금 납입이 완료됐다고 공시했습니다. 앞서 지난 1월 투자설명서에는 자금 사용 목적을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중소형 OLED 등 수주형 사업의 미래 사업경쟁력 강화 관련 시설투자에 4159억원 △ OLED 고객기반 확대 및 신제품 대응을 위한 원재료 매입에 4829억원 △재무안정성 강화에 3936억원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가 이번 유상증자로 자금 수혈에 숨통이 트인 만큼 앞으로 미래 성장 잠재력이 높은 OLED 영역으로의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됩니다.
 
LG디스플레이 17인치 폴더블 노트북용 OLED 패널. 사진=LG디스플레이
 
일각에선 LG디스플레이가 유상증자로 확보한 재원 중 일부를 8.6세대 IT용 OLED 공장 신설에 투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주요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이 이미 지난해 8.6세대 OLED 투자를 공식화했기 때문입니다. 8.6세대는 유리원장의 크기를 의미하며, 기존 6세대와 비교해 면적이 2배 이상 큽니다. 생산 효율이 높아 대형 OLED를 보다 저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올해 8.6세대 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OLED 아이패드 출시를 기점으로 IT OLED의 시장 성장이 본격화할 전망"이라면서도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실적 개선에 집중해 현금 창출 능력을 확대한 후, 내년부터 8.6세대 신규 투자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 측도 아직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세대 숫자가 높아질수록 대량 생산과 원가 절감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아진다"며 "LG디스플레이도 장치산업 특성상 선제적인 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만큼 내부적으로 다방면에 걸쳐 8.6세대 투자 시기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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