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장 연임 걸림돌 '수두룩'
직전 회장이 임명한 은행장들 교체 대상 거론
금융사고 변수 많아 연임 전망 '안갯속'
2024-06-11 16:29:02 2024-06-12 08:41:14
 
[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주요 은행장들의 임기가 올해 말 모두 만료됨에 따라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홍콩 ELS) 사태를 계기로 실적이 요동치고 있는 데다 대부분 지주사 회장 교체 후 첫 은행장 인사인 만큼 연임 여부를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장·정상혁 신한은행장·이승열 하나은행장·조병규 우리은행장·이석용 NH농협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홍콩ELS발 실적 희비 엇갈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2월 5대 은행장인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종료됩니다. 모두 약 6개월가량 임기가 남은 상황입니다.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이 도입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르면 임기 만료 최소 세달 전에는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하고, 단계별 최소 검토 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이를 감안하면 9월 경에는 본격적인 움직임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정상혁 행장은 지난해 3월, 이승열 행장과 이석용 행장은 지난해 1월, 조병규 행장은 지난해 7월 취임했습니다. 이재근 행장은 유일하게 지난 2022년 1월 취임 후 올해까지 연임해 임기를 이어 오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장이 초임입니다.
 
2연임에 도전하는 이재근 국민은행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변수 중 하나로 홍콩ELS 사태가 꼽힙니다. 국민은행은 지난 1분기 홍콩H지수 ELS 손실 배상을 위한 충당부채로 8620억원을 반영했습니다. 이로 인해 국민은행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9315억원에서 58% 급락한 3895억원에 그쳤습니다.
 
다만 지난 5월 중순 홍콩H지수가 최고 6964.99까지 치솟았다가 6500대로 내려오는 등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8월 이후 추가적인 손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이 적어진 만큼 2분기 이후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외에도 해외실적 부진이 연임의 장애물로 꼽힙니다. 국민은행 해외법인은 올 1분기 2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1분기 당기순이익 1036억원(7500만달러)에서 적자 전환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법인인 부코핀은행 부진의 영향입니다.
 
신한은행은 1분기 당기순이익 9286억원을 기록하며 '리딩뱅크' 타이틀을 탈환했는데요. 홍콩H지수 ELS 배상을 위한 충당부채 2740억원을 인식한 상태에서 기록한 실적입니다.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0.3% 감소했습니다. 국민은행은 58%,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13%, 8% 감소한 것과 비교해 실적 감소 폭이 적었습니다.
 
정상혁 행장의 연임을 위해서는 1위 자리를 지켜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 행장은 지난해 말 임기 2년차를 맞아 영업력 강화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신한은행은 수익 확대를 위해 기업금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기준 신한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전분기 대비 3.9% 증가한 167조원으로, 타행보다 증가율이 높습니다.
 
내부통제·지배구조도 변수
 
잇따른 금융사고로 인한 내부통제 부실도 은행장들의 연임을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지난 10일 우리은행 김해 지점에서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022년 4월 700억원대 횡령 사고 이후 또다시 터진 대규모 금융사고입니다. 조병규 행장은 지난 7월 취임과 함께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직후에도 9000만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적발된 바 있습니다. 내부통제 체계의 취약함은 여전히 남아있는 셈입니다.
 
조 행장은 수익성 확대를 위해 기업금융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중소기업 특화점포인 'BIZ프라임센터'를 5곳 신설하는 등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 상승 역시 연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농협은행은 이석용 행장 취임 후인 2023년 사상 최대인 1조7800억원 규모의 연 순이익을 내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만 3차례 금융사고가 발생하며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지난 5월22일 농협은행은 총 64억원 규모의 배임 사건을 공시했습니다. 앞선 3월에도 초과대출로 인한 120억원 규모의 배임사고를 적발했습니다. 특히 5월에 적발된 두 건의 사고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내부통제와 관리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한 직후 발생한 사건입니다.
 
특히 농협중앙회장이 새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려 연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과거 2년 이상 임기를 수행한 농협은행장은 이대훈 전 행장밖에 없습니다. 2년 3개월간 임기를 수행한 이 전 행장 역시 2020년 이성희 중앙회장이 취임하자마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이승열 행장의 연임 여부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거취가 변수로 꼽힙니다. 함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 인데요. 일반적으로 행장의 연임 여부는 지주사 회장의 거취와 연동될 가능성이 큽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수장들의 임기가 올해 말 모두 만료됨에 따라 연임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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