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없는 4번째 인터넷은행 의미 없다
기존 3사, 시중은행과 비슷한 영업행태
특화은행 내세우지만 수익모델 불확실
2024-06-12 15:54:04 2024-06-13 16:10:12
 
[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금융당국이 네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추진 중인 가운데 무용론도 제기됩니다. 혁신성 없는 인터넷은행 하나 늘어난다고 해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제4 인터넷은행 후보 컨소시엄들이 저마다 특장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기존 3사가 그랬듯 막상 출범하고 나면 차별성이 사라질 것이란 의견도 나옵니다. 
 
혁신 내세웠지만 기존 은행 판박이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 이어 NH농협은행도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지분투자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IBK기업은행도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중 한 곳인 유뱅크에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은행의 참전으로 제4인터넷은행 인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입니다.
 
현재까지 경쟁에 뛰어든 컨소시엄은 유뱅크, KCD뱅크, 소소뱅크, 더존뱅크입니다. 네 곳 모두 리테일 중심인 기존 인터넷은행과의 차별점으로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시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뱅크는 시니어·소상공인·외국인 등을 위한 포용금융을 지향합니다. KCD뱅크는 소상공인 특화 금융을 내세웁니다. KCD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국신용데이터는 자영업자 경영관리 애플리케이션 '캐시노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소기업 관련 단체 35곳이 연합해 준비 중인 소소뱅크는 전국 소상공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소상공인에게 최적화된 금융상품 개발을 앞세웁니다. 더존뱅크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더존비즈온이 주축이 돼 기업 데이터 기반의 중소기업 특화은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 내세운 혁신성을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는 설립 당시 중신용자와 청년층에 대한 은행접근성 제고와 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를 통한 중금리대출 적극 공급, 금융 고객 편의성 제고를 앞세웠습니다.
 
그러나 출범 당시에 혁신을 내세웠던 모습과 달리 고신용자 대출·주담대 비중을 늘리는 등 이자수익 증대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게시된 인터넷은행 3사의 지난 4월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일반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24.7점입니다. 지난해 9월 864.7점에서 올 들어 900점을 넘어섰습니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신용점수(신규)는 922.7입니다.신용대출 평균점수 상승은 상대적으로 고신용자에게 대출을 많이 내줬음을 의미합니다.
 
인터넷은행 3사의 주담대(전월세대출 포함) 잔액은 1분기 말 기준 31조396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7.9%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비중은 카카오뱅크는 51.9%에서 38.7%로, 케이뱅크는 73.4%에서 50.6%로, 토스뱅크는 79.0%에서 75.3%로 하락했습니다. 비교적 안전한 주담대를 중심으로 수익성 높이기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들이 시중은행과 비슷한 영업행태를 보이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토스뱅크 같은 경우에도 지난해까지는 연간 기준 적자상태였기때문에 한편으로는 상업적인 이익을 추구해야지 중저신용자 대출도 어느 정도는 늘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상공인 특화은행 산 넘어 산
 
금융당국은 제4인터넷은행을 기존 인터넷은행과 달리 소상공인에 특화된 은행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그러나 인가를 받더라도 소상공인 특화모델이 향후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기존 인터넷은행 3사가 연간 기준 흑자를 달성하기까지 3~4년이 걸렸습니다.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인터넷은행 3사까지 함께 경쟁해야 하는 제4인터넷은행이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에 자리잡을 때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연구위원은 "신규 사업자들은 기존 고객을 끌어올 때까지 최소 5~6년은 적자를 감내해야 할 수 있다"며 적자를 감내할 여력과 수익모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히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특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선언적인 의미를 넘어 검증된 혁신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건전성 관리도 문제로 꼽힙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중심의 대출은 경기 악화에 취약합니다. 1분기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전분기 대비 0.02%포인트 증가할 때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34%에서 0.41%로 0.07%포인트 증가했습니다. 특화은행 특성 상 특정 여신부문에 집중하게 될 때 자산건전성 충격을 다른 여신으로 흡수하기도 어렵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들이 소상공인 대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그만큼 대출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시중은행들이 하지 못한 소상공인 특화 금융을 경험이 부족한 신생 인터넷은행이 하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13일 금융연구원 주관으로 인터넷은행 3사에 대한 성과 평가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평가를 바탕으로 금융위는 이르면 오는 3분기 제4인터넷은행 출범을 위한 새로운 인가 기준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차별화나 혁신 없이는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의 탄생이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실행 모습 (사진=카카오뱅크)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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