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면죄부'…검찰 '딜레마'
권익위, 여야에 다른 잣대…검찰, 수사 부담만
2024-06-12 17:03:03 2024-06-12 17:10:03
[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김건희 여사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검찰의 수사도 '딜레마'에 빠지게 됐습니다. 앞서 권익위는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300만원 상당 명품 가방 수수 신고 사건의 김영란법 저촉 여부에 대해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한 바 있습니다. '반부패 총괄기관'을 자처하는 권익위가 스스로 청탁금지법을 부정하는 입장을 내자 '대통령 부인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 여론이 뜨겁습니다. 검찰은 권익위 결정과 별개로 '법리와 원칙에 따라 엄정수사'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일단 반부패 총괄기관이 김건희 여사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로 결론 낸 만큼 수사 강행은 큰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정승윤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신고사건에 대해 종결 처리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익위 "제재 규정없어 종결"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신고건에 대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종결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과 사건 제공자에 대한 직무 관련성 등을 따져 봤을 때 청탁금지법 시행령 14조에 따라 제재할 규정이 없다는 겁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14조는 '새로운 증거가 없는 경우'와 '조사 등이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돼 종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 해당 경우 권익위가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참여연대가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 등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권익위에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권익위는 6개월 만에 '새로운 증거도 없고, 조사도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겁니다.
 
권익위의 이번 결정은 '김혜경씨 법인카드 사건'과 대조를 이룹니다. 권익위는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가 연루된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관해 지난해 10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 정황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리고, 해당 사건을 검찰로 이첩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권익위는 이 대표가 부인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을 지시 또는 묵인했고, 스스로도 공금을 횡령했다는 신고를 당시 경기도청 비서실에 근무한 A씨로부터 받았습니다. 그리고 조사 두 달 만에 '이유가 있다'는 취지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겁니다.
 
대통령 배우자가 얽힌 사건과 과 제1 야당 대표의 배우자가 연루된 사건을 대하는 권익위의 '이중 잣대'가 두드러지는 대목입니다.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간) 아스타나 국제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야에 잣대 다른 권익위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권익위에 접수된 신고 사안의 처리 기한은 최장 90일(60일 이후 예외적으로 30일 연장 가능)입니다. 물론 처리 기한 조항을 위반해도 제재는 없습니다. 하지만 국가기관이라면 법에 따라 결정 기한을 지키는 게 원칙입니다.
 
권익위는 김건희 여사 신고에 대해선 처리 기한을 석 달 가까이 넘겨가면서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종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명품 가방을 건넨 최 목사 등에 대한 조사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에 대해서는 처리 기한보다 한 달이나 빠른 두 달 만에 결론을 내리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실제로 윤석열정부 들어 여권과 야권에 대한 권익위의 신고 처리 결과는 큰 차이를 빚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사무처 직원들이 올해 1월 신고한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조사 신고 건은 5개월째 결론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셀프 민원 심의 의혹'과 관련한 신고, 인권침해 발언을 일삼았다고 해서 한 시민단체가 신고한 김용원·이충상 국가인권위원의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건도 4개월째 조사만 하고 있습니다. 
 
반면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남영진 전 한국방송(KBS) 이사장 등 야권 인사에 대한 심의는 처리 기한 연장 없이 기한 내(90일) 안에 처리됐습니다.
 
대검찰청 모습(사진=뉴시스)
 
검찰의 '딜레마' 
 
권익위가 김건희 여사에게 면죄부를 주자 검찰은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검찰은 권익위의 처분과 무관하게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다른 국가기관이 '위반사항 없음'으로 결론을 내린 탓에 부담감이 커진 겁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태스크포스(TF)까지 운영하며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만약 권익위 결론대로 검찰까지 김건희 여사에게 '혐의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한다면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힘들 전망입니다.
 
그렇다고 수사에 박차를 가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기소까지 이뤄지게 될 경우에는 '살아있는 권력'과 대척점에 서게 돼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의 '인도 외유 의혹' 수사가 본격 시작되면 김건희 여사 수사와 또 대비될 수밖에 없다"며 "권익위가 저렇게 나오는 마당에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사 결과를 어떻게 내든 검찰로서는 정권과 야당 양쪽에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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