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 3개월’, 이원석의 고민
'법리·원칙' 강조하지만…중앙지검 '지휘·통제' 숙제
2024-06-14 16:44:55 2024-06-14 16:44:55
[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오는 9월로써 총장직을 마무리하는 이 총장 앞에는 운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수사가 해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에 대해 ‘사실상 무죄’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면서 검찰은 수사에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권익위 결정이 사실상 윤석열정부의 수사 가이드라인으로도 해석되는 만큼 임기 만료 3개월을 앞둔 이 총장에겐 결단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법조계에서도 이 총장의 결단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 (사진=뉴시스)
 
법리와 원칙 강조하지만
 
이 총장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법리와 원칙’을 강조합니다. 이 총장은 지난 11일 “검찰은 수사 일정을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이라며 “(대통령실과의 갈등도) 다른 고려 없이 증거대로, 법리대로만 한다면 그런 일은 없으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선 3일에는 “법 앞에 예외도 성역도 없다"고 발언, 김 여사 소환도 시사했습니다.
 
그러나 이 총장을 둘러싼 환경은 복잡합니다. 반부패 총괄기관을 자임하는 권익위가 김 여사에 대해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검찰의 부담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청탁금지법(9조1항)에 따르면 공직자는 배우자의 부정한 금품 수수 사실을 알게 될 경우 돌려주거나 기관장에게 지체 없이 서면 신고해야 합니다.
 
그런데 권익위는 윤 대통령도 ‘직무 관련성’과 ‘서면신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전해 준 최재영 목사가 재미교포로 외국인 신분이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법을 적용해 윤 대통령도 신고 의무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대통령기록물법을 적용할 경우 직무관련성이 인정돼 ‘뇌물죄’로도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대통령기록물이라는 권익위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는 내재적으로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는 것을 대통령기록물로 보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잘못하면 뇌물로 간다”고 말한 건 이런 맥락입니다. 
 
직무관련성이 아니라면, 김 여사가 받은 명품가방에 관해서는 윤 대통령이 서면 신고를 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 명품가방 수수를 윤 대통령이 언제 알았는지, 명품가방의 행방은 어디인 지를 확인해야 하는 겁니다.
 
이를 어길 경우 공직자는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은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특권이 있기 때문에 당장 검찰의 기소가 이뤄지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명품가방의 서면 신고와 행방을 알기 위해서라도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조사는 불가피한 부분입니다.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현지시간) 아스타나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총장의 서울중앙지검 통제도 관건
 
이 총장이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을 어떻게 지휘·통제할 지도 숙제입니다. 중앙지검에선 김 여사 사건을 형사1부(명품백)와 반부패수사2부(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가 수사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김 여사 수사를 지휘하는 건 지난 5월 새로 부임한 이창수 중앙지검장입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대변인으로 신임했던 인물입니다.
 
지난 5월2일 이 총장이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지 11일 만에 이 지검장은 전격적으로 중앙지검장에 임명됐습니다. 이 지검장도 “법과 원칙대로 수사”를 강조합니다. 하지만 법조계 등에서는 이 지검장의 움직임에 대해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총장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그다지 긍정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식물총장이 될지 마지막 남은 임기 내 위신을 세울 지도 주목됩니다.
 
검찰 고위급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임기가 거의 마무리되가는 시점에서 검찰총장이 할 수 있는 게 사실은 별로 없다”면서도 “남은 기간 총장이라는 자존심을 살리는 결단을 할지가 관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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