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민낯)①돈 되는 건 다하는 증권사
지난해 한전채 이어 삼척블루파워 석탄투자 비판쇄도
증권업계 "지역경제·에너지안보에 기여할 것"
2024-06-20 06:00:00 2024-06-20 08:26:22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증권사들이 삼척블루파워·한국전력 회사채를 주관하는 등 탈석탄 선언에 반하는 돈벌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환경단체는 기후위기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내린 증권사에 대한 성토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가 1500억원의 회사채를 추가 발행하려는 가운데 이번 발행을 주관하는 6개 증권사(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해당 증권사들은 2018년 삼척블루파워와 5년간 1조원 규모의 총액인수확약(LOC)을 맺어, 미매각된 회사채 물량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소화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삼척블루파워의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는 탄소 배출을 수반해 환경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큽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금융사들은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며,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피하고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이 기후위험을 인지하고 삼척블루파워에 대한 투자를 외면하자, 증권사들은 미매각된 채권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이는 기후위험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에게 리스크를 전가하는 행위로 비판받고 있습니다.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개인 투자자들을 유혹했으며, 이자 지급 주기를 연 4회에서 12회로 조정해 소매금융 시장에 적극적으로 판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2022년부터 0.15%이던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인수 수수료율은 0.2%로 급증했습니다. 주관사가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수수료로 거둔 수익은 오히려 3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증권사들이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고, ESG 원칙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를 실천하지 않는 모순된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탈석탄 선언에도 석탄발전소 자금줄 역할 
 
키움증권을 제외하고 나머지 5개 대형 증권사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해 놓고도 국내 마지막 신규 석탄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의 사업을 완성케 하는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ESG 경영을 표방하면서 환경적으로 유해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기후위험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그린워싱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인수 수수료를 높여 수익을 증가시키는 것은 ESG 원칙보다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행태이기 때문입니다.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관계자는 "이번 사례를 보면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개인 투자자들을 유혹해 잠재적인 기후위험에 노출시켰다"면서 "기후 위험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가하고, ESG 경영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행태"라고 지적했습니다. 
 
학계에서는 삼척블루파워와 증권사들이 ESG 원칙을 진정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ESG 경영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장기적인 성공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는 탈석탄 선언을 한 국내 증권사들이 한국전력공사 채권을 판매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한전은 전체 발전량 중 절반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석탄 발전기업으로 관련 투자를 중단하는 내용의 탈석탄 정책과 배치되기 때문입니다. 
 
당시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 NH투자증권은 한국전력공사 회사채를 장외채권으로 판매했습니다. 이들 회사는 지난 2020~2021년 그룹사와 함께 탈석탄 선언에 동참했다는 점이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증권사들 사이에선 초우량채인 한전채 판매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올 하반기 공사채 만기도래액 약 32조원 중 한전채 비중은 약 40%인 12조7000억원에 달합니다. 수익률, 안정성 측면에서 개인투자자 수요 또한 견조한 편입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공사채 순발행(순상환) 여부는 한국전력의 원화채 발행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하반기 공사채 만기도래액의 약 40%가 한국전력 물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증권업계 "금융사로서 법적책임 다하는 것"
 
증권사들은 그린워싱 비판에도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해명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삼척블루파워의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가 지역 경제와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이 프로젝트가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안정적인 전력 공급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증권사들은 2018년에 삼척블루파워와 맺은 총액인수확약(LOC)에 따라 회사채 발행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계약에 따라 회사채 발행이 미매각되더라도 해당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계약적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이자지급 주기를 기존 4회에서 12회로 늘린 것도 투자자들의 선호현상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개인 뿐 아니라 법인 투자자들도 이자지급 주기는 연 12회를 환영하고 있다"면서 "지주계열 금융사 후순위채 등에서도 월지급식 사채는 종종 발행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금융사로서 약정한 내용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딜 하나만 가지고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ESG 기조를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도 법적인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증권사들은 ESG 원칙을 실천하는 데 있어 모든 프로젝트가 완벽하게 ESG 기준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도 합니다. 현재의 경제적 현실과 투자 환경에서 일부 타협이 불가피하다는 것인데요. 완벽한 ESG 실천이 아닌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입니다. 아울러 녹색채권이나 탄소배출권 거래 등 다른 방식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지원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ESG 평가시장의 투명성·신뢰성 제고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2023.04.13.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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