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제약바이오)①피할 수 없는 'AI 신약'…플랫폼 고도화 관건
초기 단계 AI 활용, 기간 '단축'·비용 '절감'…성공률 높여
'데이터 연합 학습기반' 신약 개발…제약사 실익 '크지 않아'
2024-06-27 14:06:59 2024-06-27 16:28:14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신약 연구개발은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사업입니다.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신약 개발 성공 확률에 근접하기 위해 1만 개가 넘는 합성 화학물질을 시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세포·동물 실험 단계인 전임상을 거쳐 임상 시험까지 마치려면 통상 10년 이상의 기간이 걸립니다.
 
AI를 활용하면 최적의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해 신약 개발 기간을 7년 이내로 줄일 수 있어 신약 연구개발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신약 개발은 시간과 비용 싸움인데 초기 개발 단계에서 AI를 활용하면 연구 기간 단축과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을 줄여 신약 개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성공률도 끌어올릴 수 있죠.
 
이 같은 장점으로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는 신약 후보 물질 탐색뿐 아니라 임상 시험 설계, 데이터 분석, 개발 및 허가 등 광범위한 범위에서 빅데이터 및 AI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디지털 치료제, AI 로봇 융합 첨단 의료기기 같은 디지털 바이오에 투자를 대폭 늘려 2035년 바이오산업 생산 규모를 200조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요. 올해부터 정부 차원에서 AI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으로 '연합 학습기반 신약 개발 가속화 프로젝트(K-MELLODY)'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제약사와 각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개별 기관에서 AI를 통해 학습시킨 연합 학습을 기반으로 ADMET 예측 모델인 FAM(Federated ADMET Model)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ADMET는 약물 흡수와 분포, 대사, 배설 및 독성 등 임상시험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ADMET가 신약 개발 R&D 비용의 22% 가량을 차지하죠. 

데이터 공유 연합학습, 제약사 실익 '글쎄'
 
사업단은 우선 연합 학습 플랫폼 구축과 신약 개발 후보 물질 발굴을 위한 AI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는 계획입니다. 정부 주도로 AI를 활용한 위한 공공 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제약사와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AI에 연합 학습을 시켜 후보 물질 발굴에서부터 임상 시험 단계에 필요한 최적의 도출된 기술과 정보를 도출하고 이를 공유해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취지인데요. 문제는 제약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양질의 데이터가 많을수록 AI 성능이 높아지는데, 과연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관련 데이터를 선뜻 공개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데이터 자체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연합 학습 통해 AI 모델을 도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기업의 핵심 자산인 신약 연구개발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일부 이용자들은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데이터 공유로 누리는 실익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업계의 우려에 대해 홍성은 AI신약융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존에는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서 AI가 학습하는 구조로 데이터 유출 문제가 있었지만, 연합 학습은 모델이 데이터가 있는 곳으로 가서 학습해 도출된 결과물을 공유하는 구조"라며 "제약사들의 구조와 실험 데이터가 연합 학습을 거쳐 모델로 만들어지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기업의 내부에서만 공유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약 바이오 기업들은 자체 AI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거나 AI 플랫폼 기업과 협업을 통해 항암제, 희귀 난치병 치료제, 노인성 질환 진단·치료 기술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JW중외제약은 자체 기술로 만든 데이터 플랫폼 주얼리와 클로버를 기반으로 환자 맞춤형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주얼리는 Wnt 신호전달경로의 활성 또는 저해 약물을 발굴하는 플랫폼이고, 클로버는 JW중외제약의 연구법인 자회사 C&C신약연구소의 R&D 플랫폼으로 암 환자에서 유래한 세포주를 비롯해 다양한 면역질환 모델 기반의 빅데이터와 STAT 활성 조절 약물 평가 및 기전 연구에 강점이 있다고 알려집니다. JW중외제약이 자체 R&D 플랫폼을 통해 탄생한 혁신 신약 후보물질은 Wnt 표적 탈모치료제 JW0061과 STAT3 표적 항암제 JW2286입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자사의 AI 플랫폼 케미버스를 신약 개발 기초 연구 전반에 활용하고 있는데요. 케미버스는 신규 화합물 스크리닝과 생성 모델을 통해 선도·후보 물질을 도출하고 약물과 호응하는 타깃 유전체 분석, 단백질 구조를 기반으로 유효 물질 도출 등의 기능을 갖춘 플랫폼입니다. 대표적으로 PHI-101과 PHI-501의 개발 과정에 케미버스가 활용됐죠.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후보 물질인 PHI-101는 케미버스의 심장 독성 예측 모듈을 활용해 심독성이 낮은 최적화된 후보 물질을 도출했고, 현재 임상 1상 단계에 있습니다. 케미버스의 적응증 확장 모듈을 활용해 PHI-101의 적응증을 재발성 난소암으로 확장했습니다. 또한 난치성 대장암, 악성 흑색종 등 고형암 치료제로 전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PHI-501도 케미버스를 이용해 적응증을 확장했습니다.
 
삼진제약은 아리바이오, 뉴로핏과 손잡고 AI를 활용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뉴로핏은 뇌 영상을 분석해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삼진제약은 치매와 뇌졸중 등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죠. 뉴로핏과 삼진제약은 아리바이오의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제 AR1001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뉴로핏의 뇌 영상 분석 기술을 글로벌 임상 3상 환자군 판별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사진=엔바토엘리먼트)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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