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잇단 희망퇴직…인력구조 개편 속도
실적 개선과 무관…비정기적 감원으로 적체 심각
2024-07-26 14:20:09 2024-07-26 17:36:59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은행권과 달리 인력 적체가 심해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손보사 희망퇴직 이어져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이 만 45세 이상·근속연수 10년 이상 직원과 근속연수 2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합니다. 임금피크제 진입자와 예정자도 포함됩니다. KB손보의 희망퇴직은 2019년과 2021년에 이어 3년 만입니다. 
 
KB손보는 희망퇴직자에게 월 급여의 최대 36개월분의 특별 퇴직금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추가로 생활안정자금, 전직지원금 또는 학자금, 본인·배우자 건강검진비를 지급합니다. 희망에 따라 회사 근무 경험을 토대로 본인 희망에 따라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메리츠화재(000060)도 9년만에 30세 이상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습니다. 200여명의 직원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전체 임직원의 7%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희망퇴직 조건은 직급과 근속연수 등을 기준으로 최대 38개월분의 특별퇴직금과 함께 자녀학자금지원금, 전직지원금, 의료지원금 지원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화손해보험(000370)도 2021년 이후 3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희망퇴직 대상은 만 45세 이상·근속연수 15년 이상으로 60여 명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퇴직자에게 근속연수에 따라 최소 20개월 치에서 최대 32개월 치 평균임금을 위로금으로 지급했습니다.
 
현대해상(001450) 역시 지난해 9월 희망퇴직을 실시했습니다. 희망퇴직 대상은 1968년생부터 1983년생까지이며 조건은 희망퇴직금 월봉의 70개월과 대학 학자금, 자기계발지원금 등입니다. 이 밖에도 생명보험사인 흥국생명, KDB생명이 지난해 희망퇴직에 나선 바 있습니다.
 
KB손보는 연간 순이익 7529억을 달성했음에도 올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KB손보는 5년 새 185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사진=KB손해보험) 
 
인사 적체 해소·젊은 피 수혈
 
보험업권은 최근 역대급 실적을 달성 중인데도 인력 감축을 시도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지난해 국내 31개 손해보험사는 전년도와 비교해 50.9% 늘어난 8조262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습니다. 올해 1분기도 순이익 2조9694억원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뒀습니다. 
 
특히 희망퇴직을 진행 중인 KB손보의 경우 지난해 연간 순이익 7529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전년도 5572억원 대비 35.1% 증가하며 KB금융그룹 비은행권 선두 계열사 위치를 확고히 했습니다.
 
메리츠화재도 지난해 1조574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습니다 전년 대비 25% 증가한 사상 최대실적입니다. 올해 1분기에도 수익성 중심의 장기보험 이익이 꾸준히 늘어나며 4909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습니다.
 
한화손보 역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907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습니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도 124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또한 신계약 보험계약마진은 1986억원으로 49% 증가해 전체 손보사 중 증가율 1위를 기록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희망퇴직은 비용을 줄이기 위함이 아니"라며 "희망퇴직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은행권에 비해 인사 적체가 심각해 우수 인력을 유입하고 재배치함으로써 조직에 젊은 피를 수혈하겠다는 의지"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이번 희망퇴직 대상은 30~40대 젊은 직원으로 확대된 것이 특징입니다.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고 자본, 자산, 부채 등 보험사 회계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는 등 영업 환경이 바뀌면서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력구조의 고령화, 고직급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신규 채용 감소 및 승진급적체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결국 이러한 인력구조 하에서는 조직의 역동성이 낮아지고, 직원개인의 동기부여가 약화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활기 있고 역동적인 인력구조를 위해서 희망퇴직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손해보험사 빅5로 불리는 삼성화재(000810),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005830), 메리츠화재의 임직원 수는 2020년 3월 2만1268명에서 2024년 3월 기준 2만311명으로 4.5%(957명) 줄어들었습니다. 
 
삼성화재가 같은 기간 6225명에서 5570명으로 10.5% 줄었고, KB손보가 3242명에서 3057명으로 5.7% 줄었습니다. 현대해상은 같은 기간 4224명에서 4117명으로 2.5% 줄었습니다. 메리츠화재는 2943명에서 2888명으로 1.9% 줄었습니다. DB손보의 경우 4634명에서 4679명으로 소폭 늘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