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두뇌 입은 CCTV)②ETRI, AI CCTV로 범죄 징후 미리 파악
범죄 발생 확률 예측하는 AI 기술 '데자뷰' 개발
늦은 밤거리서 과거 범죄 패턴 발생시 고위험 판단
국가기반시설 위험 사전대응 시스템으로 확대 예정
“법적 규제로 데이터베이스 확보 상당히 어려워”
2024-08-20 06:00:12 2024-08-20 06:00:12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AI 기술 개발로 범행을 사전에 예측해 용의자를 체포하는 공상과학(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현실화되는 것도 머지않을 전망입니다. 국내 연구진이 AI를 CCTV에 접목해 범죄 발생 확률을 예측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최근 CCTV 영상, 범죄통계정보, 측위정보 등을 분석해 범죄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고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자뷰’ 기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AI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기술은 과거 범죄가 발생한 상황과 현재를 비교·분석해 범죄 위험도를 측정하고 범죄 발생 여부를 예측합니다. 
 
예컨대 늦은 밤 거리에서 과거 범죄가 일어났던 상황이 유사하게 발생하면 위험도가 아주 높은 것으로 판단합니다. 일단은 범죄 발생을 미리 인지해 예방하는 방향으로 경찰과 전국 지방자치단체 CCTV 통합관제센터 등에서 활용될 예정입니다.
 
또한, 데자뷰 기술은 미행이나 쓰러짐, 극초기 화재 등 범죄나 재난 의심 상황을 즉각 식별해 추적하고, 행인과 차량의 속성(마약, 밀수 등)을 인지할 수도 있습니다. 연구진은 데자뷰 기술로 전자발찌를 착용한 전자감독대상자의 재범을 예측하는 기술도 개발했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개발한 AI CCTV ‘데자뷰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ETRI)
 
현재 전자감독시스템은 이동 단말기의 기지국을 통해 위치를 제공하는 방식인 측위정보 기반으로 전자감독대상자가 이동제한 규정을 지키고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AI CCTV 데자뷰 기술이 더해지면 전자감독대상자가 생업 등의 사유로 주기적으로 이동제한 규정을 위반할 경우 재범 위험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ETRI의 설명입니다.
 
현재 전자감독대상자 위치기반 위험도 분석 성능은 95%로, 법무부 위치추적 중앙관제센터에 활용 가능한 수준입니다. ETRI은 추후 위치정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상·면담·의료정보 등을 복합 분석하는 AI 전자감독시스템으로 발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TRI 연구진은 범죄징후 감지 및 예측 원천기술을 공항, 에너지 시설, 공장과 같은 국가기반시설 위험 사전대응 시스템 등으로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 밖에도 연구진은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서울 서초구와 공동으로 지역 내 3만2656건의 CCTV 사건·사고 빅데이터를 분석해 ‘범죄예측지도(PCM·Predictive Crime Map)’를 개발했습니다. PCM은 과거 범죄통계정보 기반으로 범죄 발생일시, 장소, 강력범죄, 교통사고, 화재 등 유형별 정형화를 통해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화면에 띄웁니다. 그러면 관제사가 이를 보고 지역별 범죄 위험도를 한눈에 파악하고, 범죄를 사전에 예측하기도 합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서울 서초구와 공동으로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지역 내 3만2656건의 CCTV 사건·사고 빅데이터를 분석해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보여주는 '범죄예측지도(PCM)'를 개발했다. 사진은 범죄예측시스템 통합 화면. (사진=ETRI)
 
이렇듯 PCM은 관제사가 시·공간별 범죄 발생 확률과 범죄통계정보를 한눈에 관제하고 대응할 수 있는 지도 역할을 하는데요. PCM의 범죄예측 성능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성능시험 기준 82.8%로 측정됐습니다.
 
김건우 ETRI 인공지능융합보안연구실 책임연구원은 “CCTV가 단순히 범죄 발생을 감지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위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 예방하는 영상보안기술을 개발했다”며 “본 기술을 통해 미래형 첨단 사회안전시스템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AI 학습을 위한 조건이 갖춰져야 AI CCTV의 빠른 고도화가 가능한 상황인데요. 김 연구원은 “(AI 학습에 필요한)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면서 “개별 기관에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엔 법적 규제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제22대 총선 선거기간 개시일을 하루 앞둔 27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직원들이 시범 운영 중인 우편투표함 보관장소 CCTV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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