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플로우, 주주가 봉?…현금 쌓아두고 자금조달①
조달한 자금도 집행 못한 이오플로우, 추가자금 조달
CB 풋옵션에 급감한 자기자본…관리종목 우려
관리종목 회피·소송비용 충당 목적 지적
2024-08-27 06:00:00 2024-08-27 10:04:54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이오플로우(294090)가 823억원 상당의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경영 실패 책임을 주주들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상장 후 조달한 자금 상당 부분을 목적과 다르게 사용한데다, 아직 쌓아두고 있는 자금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이오플로우는 지난해 웨어러블 인슐린 패치 관련 특허 소송에 휘말리면서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는데요. 재무 악화에 따른 관리 종목 회피를 위한 불가피한 자금 조달이란 지적입니다.
 
넉넉한 현금 곳간에 유증…관리종목 회피 목적
 
(그래픽=뉴스토마토)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오플로우는 지난 21일 823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발행주식총수의 29.90%인 910만주가 신주로 발행되며, 예정 발행가액은 9040원입니다. 자금 사용 목적은 운영자금(573억원)과 채무 상환자금(200억원), 시설자금(50억원) 등입니다.
 
시장에선 이오플로우의 이번 유증이 관리종목 회피를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실제 이오플로우는 올해 자기자본을 확충하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오플로우는 지난해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623억원으로 자기자본(588억원)의 105.84%를 기록했습니다. 이오플로우는 지난 2020년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고 지난 2022년 법인세비용차감전 손실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유예가 종료됐습니다. 올해도 법인세비용차감전 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넘을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 있습니다.
 
반면 눈에 띄는 점은 이오플로우의 현금곳간이 넉넉하다는 점입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이오플로우의 현금성자산은 145억원이며, 기타유동금융자산(112억원) 등을 포함한 유동자산은 323억원입니다. 자산총계(968억원)와 비교하면 33.41% 규모입니다. 부채비율은 6.39%로 상반기 코스닥 상장기업 평균치(106.40%)에 비해 매우 낮은 편입니다.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만 145억원인데요. 그간 조달한 자금마저 특별한 사용처를 찾지 못해 예·적금 및 단기금융상품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오플로우는 지난 2020년 기업공개(IPO) 이후 자본시장에서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현재까지 조달한 자금은 IPO 251억원, 전환사채 발행 960억원, 유상증자 1134억원 등 2345억원입니다. 이번 유증까지 마무리될 메자닌 및 신주발행으로 조달한 자금만 3168억원에 달합니다.
 
주주들의 주식가치 훼손마저 감수하며 자금을 조달했지만 조달한 자금은 당초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22년 이오플로우는 공모 유증을 통해 1134억원을 조달했습니다. 당시 자금사용 목적 1순위는 곤지암 공장 설비투자입니다. 작년말까지 총 532억원을 투입해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 생산캐파를 늘릴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까지 설비투자에 집행된 자금은 254억원에 불과합니다. 771억원은 운영자금 및 채무상환에 사용됐으며, 나머지 108억원은 예·적금 등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발행한 330억원 규모의 2회차 CB 역시 발행 목적과 다르게 사용됐습니다. 발행 당시 이오플로우는 운영자금에 150억원, 시설투자에 18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설자금 180억원은 채무상환에 사용됐습니다. 올해 6월 발행한 4회차 CB 120억원 역시 전혀 자금이 집행되지 않았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신주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이 충분한 상황에서 신규투자 목적도 아닌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은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슐렛 소송에 CB 풋옵션…자기자본도 급감
 
이오플로우가 잇따른 자금조달에도 관리종목 위기에 처한 것은 경쟁사인 미국 인슐린 펌프 업체 인슐렛과의 소송 영향이 큽니다. 이오플로우는 지난해 5월 메드트로닉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올해 최대주주는 김재진 대표에서 메드트로닉으로 변경될 예정이지만, 인슐렛이 미국 내 지식재산권(IP) 침해 소송을 걸어오면서 물거품이 됐고, 주가도 급락했습니다. 이에 1~2회차 CB의 풋옵션(매수청구권) 요구가 이어졌고 지난해에만 CB 상환에 420억원을 사용했습니다. 2022년말 987억원에 달했던 자기자본은 지난해 588억원으로 줄면서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차감전 손실 역시 31.70%에서 105.84%로 급증했습니다. 
 
인슐렛과의 소송은 이오플로우의 재무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이오플로우는 지난해 법률소송비용으로 75억원을 지출했으며, 올해 상반기 148억원을 투입했습니다. 본안소송 결과는 올해 말로 예정됐는데요. 향후 항소심까지 이어질 경우 소송비용 지출은 더욱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오플로우 관계자는 “신사업 투자목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운영자금 내에서 연구개발비가 책정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관리종목 회피목적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답변할게 없다”고 했습니다.
 
(사진=이오플로우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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