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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추석 명절을 앞두고 청년세대의 절망을 생각해 본다
2024-09-10 06:00:00 2024-09-10 10:22:52
저명학자 마이클 샌델은 어떤 사회가 정의로운지 알려면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명예)을 어떻게 배분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귀향마저 꺼리는 청년세대들이 있다. 단순한 시대상의 변화가 아닌 이런 현상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사회 문제를 생각해 본다. 현재 한국 청년세대는 왜 절망의 세대라 불리거나 포기세대라고 불리는지를 생각해 본다. 
 
청년 세대들은 이런 낙담의 이유 중 하나로 ‘자격 없는 이들에게 공정하지 못하게 더 좋은 기회가 돌아가는 일’이 벌어지는 현실를 예로 말한다. 그리고 이런 ‘공정하지 못한 일’을 목격하게 되면 그 어떤 세대보다 더 크게 분노한다. 반칙으로 중간에 누가 특권을 받아 안정권에 끼어들거나 특혜를 받고 정당한 노력 없이 관문을 통과하는 것은 분명히 불공정한 일이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현재 청년세대에게는 불공정에 의한 기회 차단은 과거세대보다 훨씬 더 심각한 갈등으로 번지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그 정도는 봐줄수 있지 않느냐고 쉽게 말하지만, 작은 차이가 그 미세한 ‘불공정함’이 조금만 개입돼도 결과가 뒤집혀버리는 것이 청년들이 마주하는 현실이다. 이전 세대 보다 청년 세대가 기대하는 질의 기회량 자체가 줄어든 만큼 현 세대는 더 공정한 경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공정한 룰에 대한 욕구가 클 수 밖에 없다.
 
과거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이나 무기 계약직이었던 인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화되면서 벌어진 일이 있었을때 임직원 1만 7000명 가운데 1900명이 6촌 이내 친인척 관계있다는 사실이 밝혀 지며 수많은 청년들의 분노가 표출 되었었다. 양심적 병역거부나 BTS의 군면제 관련 논의가 불거졌을때를 상기해 보자. 왜 다수 청년들은 이런 사안에 분노했을까. 그리고 이런 분노의 이면을 자세히 살피고 우리 사회가 먼저 군복무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다음 이런 예외 사항에 대한 논의를 했었다면 어땠을까하고 상상해 보자. 현재 우리 사회는 나이 성별을 떠나 모든 국민에게 각자도생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청년 세대들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봐온 사회란 각 개인에게 ‘삶은 네가 알아서 챙기는 것‘이라고 말해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 현재 20대가 보수화되었다는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이들 세대를 보수나 진보등 특성 정치적 이념 성향 때문에 갈린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들 세대는 정치나 행정 정부의 정책이 이들 입장에서 볼 때 진보적이지 않아서 지지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즉 문제의 핵심은 청년 세대들이 느끼는 ‘공정‘에 대한 정의에 있는지 모른다. 
 
프랑스 정치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소득 대비 자산소득의 비중이 커질때, 자산소득이 경제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극단적으로 커질 때, 부모한테 자산을 얼마나 물려받는지에 따라 사회적 계급이 결정되는 ‘세습자본주의’로 이행되게 된다고 한다. 맞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자면 부만 세습되는 게 아니라 가난도 세습되고 있다. 청년들이 보기에 가장 공정하지 못한 것은 바로 계층이동성이 차단된 세상이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은 대다수 선진국에서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추세다. 이렇게 되면 자본을 ‘먼저’ 축적한 과거세대가, 노동소득을 통해 자본을 축적해야 할 미래 세대의 기회를 잠식한다. 
 
피게티는 불평등은 민주주의 사회의 토대를 이루는 능력주의 가치들은 근본적으로 침식한다고 말한 바 있다. 청년세대는 자신들을 대변하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새로운 정치적 흐름을 주도한다. 오늘날 청년세대들은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사회를 만든 책임이 ‘정치’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청년들도 직감으로 ‘생애 초기의 낮은 소득이 생애 후기의 낮은 자산’으로 이어지는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느끼게 된다. 이제까지 모두가 믿고 있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데 있다. 청년들은 ‘최소한 개인의 노력 앞에 공정한 세상’이 되게 해 달라는 것이다.
 
불평등과 세습사회를 없애려는 노력이 이루어질 때 청년세대 내부의 갈등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겪고 있는 여러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이 과거 70년대나 80년대와 같은 사회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 스스로 이미 선진국임을 선언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자원이 아직도 후지고 부족한 상태일까.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사회가 가진 구조의 문제를 개인이 초인적 노력으로 극복하거나 해결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논의를 한다면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을 청년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음을 명심하자.
 
박창진 바른선거시민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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