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배터리 확장전)①CATL, 삼원계까지 장악…K배터리 안방 흔든다
삼중국, 삼원계까지 '기술 고도화'
CATL, 자국 내 삼원계 점유율 80% 돌파
'저가 중국 vs 고성능 한국' 이분법 흔들
2026-05-08 06:00:00 2026-05-08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5월 6일 18:2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의 경영전략이 특정 기술에 대한 '선택과 집중'에서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고성능 삼원계와 차세대 배터리 영역까지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중국 배터리 기업과 이에 대응해 제품 라인업 확장에 나선 국내 배터리 3사의 대응 전략을 취재·분석한다. 아울러 이러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 각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투자 효율성, 미래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도 함께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중국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주무대로 여겨졌던 삼원계(NCM) 배터리 산업에도 발을 뻗기 시작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중저가 시장을 장악해온 중국 기업들이 고성능 삼원계와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시장까지 정조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CATL은 자국 내 삼원계 시장 점유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탄탄한 내수를 바탕으로 사업구조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CATL 본사 전경. (사진=CATL 홈페이지 갈무리)
 
CATL "모든 수요에 대응할 준비 끝났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베이징 중국국제전시센터에서 열린 CATL의 '테크데이' 행사장에서 가오환 CATL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역마다 소비자 요구가 다를 수밖에 없으며 우리는 모든 수요에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라고 강조했다.
 
해당 행사에서 CATL이 공개한 기술 라인업은 매우 방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력인 LFP를 시작으로 나트륨이온과 삼원계,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까지 총망라했다. 단순히 제품군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던 고부가가치 시장에서도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선전포고로 풀이된다.
 
중국이 멀티 사업구조 전략을 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피지컬AI 등 미래시장 수요 불확실성이 커져 특정 배터리 규격이나 화학 조성에 올인하기보다는 고객사(OEM)의 다양한 요구에 맞춘 ‘풀 라인업’을 갖추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공세는 이미 수치로 증명된다. 주목할 부분은 CATL의 삼원계 배터리 점유율 확대다. 중국자동차동력배터리산업혁신연맹(CABIA)에 따르면 최근 CATL의 중국 내 삼원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81.6%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장거리 주행이 필요한 프리미엄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삼원계 배터리는 그동안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 SK온)가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점해온 분야다. CATL은 탄탄한 자국 내 프리미엄 전기차 수요를 바탕으로 해당 부문에서도 독보적인 내수 지배력을 구축했다. 중국 내 삼원계 시장은 CATL 단일 기업 중심의 구조로 봐도 무방하다.
 
 
저가형 중국 vs 고부가가치 한국은 '옛말'
 
중국 기업들의 삼원계 공략은 한국 배터리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과거 배터리 시장은 '저가형은 중국의 LFP'·'고성능은 한국의 삼원계'로 나뉘었지만, 중국 기업들이 막대한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해 삼원계 시장까지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FP 배터리를 삼원계 수준까지 끌어올리면서 기술적으로 우위였던 한국기업들의 입지까지 흔들고 있다.
 
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위해 LFP 배터리 채택을 늘리자 삼원계에 집중하던 국내 배터리 3사도 뒤늦게 LFP 개발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납품하며 반격에 나섰다. 삼성SDI와 SK온은 기술 격차를 넓히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와 각형 등 폼팩터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대응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CATL은 최근 나트륨이온 배터리 분야에서도 대규모 공급 계약을 성사시키며 앞서 나가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업체인 베이징하이퍼스트롱테크놀로지와 60GWh 규모의 나트륨이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가격이 저렴하고 화재 위험이 낮은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차세대 ESS 시장의 핵심 카드다. 국내 기업들이 이제 막 기술 개발에 착수한 사이 중국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매출이 최대 10조원 이상 줄어든 점은 중국의 추격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업부문(에너지솔루션) 매출은 2023년 33조 7355억원에서 2024년 25조 6196억원, 그리고 지난해에는 23조 6718억원까지 줄었다. 3년 새 29.83%(10조 637억원) 감소했다. 삼성SDI와 SK온 배터리 부문 매출 역시 같은 기간 40% 가량 급감했다.  삼성SDI 해당 부문 매출은 지난해 12조 3841억원을 기록해 2023년(20조 4061억원) 대비 39.31%(8조 220억원) 줄었다. SK온 또한 2023년 18조 3655억원에서 지난해 11조 6603억원으로 36.51%(6조 7052웍원) 감소했다.
 
다만 중국 배터리 산업의 급격한 성장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중국 시장 내부에서는 생산량과 실제 수요 간의 괴리가 커지는 '공급 과잉' 리스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기준 중국 내 배터리 생산량은 178GWh를 기록했지만, 실제 차량 탑재량은 약 56.5GWh에 그쳤다. 장착률이 32% 수준에 머물며 재고가 쌓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런 공급 과잉을 타파하기 위해 해외 시장 진출과 제품군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의 주력 시장인 유럽과 북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삼원계와 전고체 등 고사양 배터리를 앞세워 국내 기업들과의 정면 승부를 예고한 것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는 양산 가능성과 수요처를 충분히 살핀 뒤 신중하게 제품을 개발했지만, 이제는 어떤 기술이 시장의 주류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 같은 경우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우선 모든 라인업을 개발한 뒤 고객을 찾아 나서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국이 삼원계 시장까지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라며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20%에서 15%까지 떨어진 상태인만큼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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